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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노조지회장의 조합비 개인 사용 등 비방글 게시 대의원 항소심서 무죄

2023-09-05 09:43:06

울산지법/울산가정법원.(사진=로이슈DB)이미지 확대보기
울산지법/울산가정법원.(사진=로이슈DB)
[로이슈 전용모 기자] 울산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심현욱·박원근·이봉수 부장판사, 대등재판부)는 2023년 7월 6일 노동조합 지회 대의원이 피해자인 노조 지회장이 조합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한다는 등의 내용을 게시해 정보통신만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사건 항소심에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보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2022노507).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글을 게시한 사실은 있지만, 의견을 제시하였을 뿐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지 않았고, 피고인에게 비방의 목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을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이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설령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피고인에게 그 허위성에 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이 이 사건 글을 네이버 밴드에 올린 행위는 피해자의 조합비 사용 내역 공개를 촉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에게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피고인은 2019. 7. 26.경 울산 남구에 있는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B 기사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고, 회원이면 누구나 게시물을 열람할 수 있는 네이버 밴드 ‘B’, ‘C노동자회’에, 사실은 지회장인 피해자 D(50대·남)이 조합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회계 감사 누락이 과다하게 이루어진 사실이 없었음에도 “지회장은 월급받아 저축하고 조합비가 지회장의 쌈지돈인양 펑펑쓰고 회계감사 누락, 짜깁기에 도가 넘었다!!”라는 단정적인 내용의 글(이하 ‘이 사건 글’이라 한다)을 게시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원심(울산지방법원 2022. 5. 24. 선고 2021고정273 판결)은 게시된 글의 표현방식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음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위와 같은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 제70조 제2항에 정하여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범인이 공연히 사실의 적시를 하여야 하고, 그 적시한 사실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으로서 허위이어야 하며, 범인이 그와 같은 사실이 허위라고 인식하였어야 하는바,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허위의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적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 부분이 중요한 부분인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5도8975 판결 등 참조).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그것이 주관적 요건이든 객관적 요건이든 그 증명책임이 검사에게 있으므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사실이 적시되었다는 점, 그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허위일 뿐만 아니라 그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피고인이 인식하고서 이를 적시하였다는 점은 모두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도12132 판결, 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9도13404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했는지 여부)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게시한 글이 (허위) 사실의 적시가 아닌 의견표명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점과 관련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으나, 나아가 피고인이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설령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피고인에게 그 허위성에 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➀ 피고인은 이 사건 글 작성 당시 E노동조합 B지회의 대의원으로서 조합의 감사 내역을 보고 받고 확인하는 업무를 담당했고, 피해자는 위 조합의 지회장이었다.

➁ 피고인은 2019. 7. 초 감사보고서를 확인하던 중 ‘대의원건강프로젝트’ 명목의 지출 내역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피해자가 유흥주점 등에서 조합비를 사용하고 감사보고서에는 그 날짜와 용도를 다르게 기입한다고 생각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글을 작성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➂ 조합원 F가 이 사건 글이 작성된 다음 날인 2019. 7. 27. 조합비 사용 내역이 누락되었음을 지적하자, 조합 총무 G는 같은 날 복사 과정에서 누락이 있었던 점을 인정하며 그 즉시 누락 부분의 배포가 이루어졌는데 이는 한 페이지 분량에 불과했던 점, 피고인은 이 사건 글 작성 이후인 2019. 8. 21.에서야 피해자에게 조합 통장에 대한 정보 제공을 신청하고 그 즈음 조합비 통장을 열람했던 점, 피고인은 2019. 10. 18. 피해자를 업무상 횡령으로 고소했으나, 그 수사가 2020. 5. 20. 무혐의로 종결된 점(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항고하였으나 2020. 10. 15. 항고기각, 2021. 8. 12. 재항고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구체적인 경위를 확인받지 아니한 채 ‘회계 누락’, ‘짜깁기’ 등의 다소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사실을 적시했다고 볼 수는 있다.

➃ 그러나,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2019. 1. 18. 대의원건강프로젝트’는 ‘2019. 5. 2. 교섭회의’ 뒷풀이에 사용된 비용을 표시한 것인데, 이는 ‘조합원들을 상대로 조를 나누어 특정한 명목으로 진행된 간담회, 식사, 회식 등에 관련된 영수증은 묶어서 한꺼번에 정리한다’는 피해자의 변소를 감안하더라도 그 이름과 일자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위와 같은 명목으로 사용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해자는 유흥주점에서 사용한 조합비 내역 일부를 화이트로 지워왔던 점, 피해자는 2019. 9. 28. 피고인에게 ‘일부 사용부분에 대하여 조합원 정서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저도 생각합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위와 같이 의심할 만한 객관적 사정과 근거가 어느 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20. 3. 2. 선고 2018도15868 판결 등 참조).

(피고인에게 비방의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 피고인이 이 사건 글을 네이버 밴드에 올린 행위는 피해자의 조합비 사용 내역 공개를 촉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에게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➀ 피고인은 이 사건 글을 작성하면서 ‘지회장은 본인 글에 동의하지 않으면 노동조합 통장 입출금 내역서 공개하라’는 문장을 덧붙였다. 위 문장을 포함한 이 사건 글의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이 사건 글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은 지회장의 조합비 사용 내역 공개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➁ 피고인은 이 사건 글 작성 이전부터 구두로 계속하여 피해자에게 조합 통장 열람을 요구하여 왔음에도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자 이 사건 글을 게시했다고 주장한다. 피고인이 2019. 8. 21.에 이르러서는 서면으로 피해자에게 조합 통장에 대한 정보 제공을 신청했던 점, 피해자는 집행부를 흠집 내려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통장 열람을 거부해온 사실을 인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글의 작성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표현에 대해 공공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의사를 부정하고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대의원의 지위에 있는 피고인의 조합 예산 집행에 대한 감시·비판을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➂ 피고인은 위와 같은 내용을 언론에 제보했고, 이는 2020. 1. 30. ‘H 노조지회장 공금 횡령 의혹 수사’라는 제목으로 울산 MBC에서 보도된 점, 이 사건이 법적 문제로 비화된 이후인 2020. 12. 1. 오히려 피해자가 ‘E사회서비스노동조합 민주버스본부’ 조합원에서 제명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글이 조합원들의 의사 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한 바도 있다고 인정된다.

➃ 피고인은 노조원들만 가입되어 있는 네이버 밴드에 이 사건 글을 게시했고, 그 밖에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등 피해자를 비방할 만한 동기를 찾을 수 없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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