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건 기사에서 원고의 L변호사에 대한 수사 개입 취지 등 사실이 암시의 방법으로 적시되었는지 여부 및 위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정정보도를 명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기사에서 원고가 허위보도라고 주장하는 사실이 적시되었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이 사건 기사에서 그 사실이 암시되었다고 보더라도 그 존재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정정보도를 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는 제2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로서 제1사실 및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들을 제출했는데, 원고는 피고 제출 소명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 판결은, 공적 인물과 관련된 공적 관심사에 관하여 의혹을 제기하는 형태의 표현행위에 대해서는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점(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6도14995 판결, 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0도12861 판결 등)을 강조하고, 언론중재법에 의한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경우에 그 언론보도 등이 진실하지 아니하다는 것에 대한 증명책임은 정정보도 청구자에게 있다는 원칙(대법원 2011. 9. 2. 선고 2009다5264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을 재확인했다.
피고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소속 기자는 검찰의 수사대상자였던 L변호사(금융범죄혐의 의혹)가 통화나 문자를 주고받은 검사 22명 중 통화 횟수가 20회 이상인 검사 7명이 L과 통화나 문자를 주고받은 시기를 분석하고 L과 통화한 이유에 관한 검사들의 답변 내용을 전달하는 이 사건 기사를 보도했다.
이 사건 기사에 언급된 7명 중 1명인 원고(현재 변호사)가 피고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등을 청구했다.
원고는 "피고들은 이 사건 기사에서 ‘원고가 L 변호사 관련 사건에 관여하거나,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위법, 부당한 행위를 한 사실이 있었음’을 단정적인 어조로 강하게 피력함으로써 원고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했는바, 이로 인해 원고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또한 이 사건 기사에 사용된 원고의 초상 및 음성으로 인하여 원고의 초상권 및 음성권이 침해되기도 했다"며 정정보도를 할 의무가 있고, 공동해 원고에게 그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로 5,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정보도문 게재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시 1일 100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간접강제도 했다.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7. 7. 선고 2019가합572703 판결)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정정보도청구 등은 이유없다며 이를 모두 기각했다.
피고들은 이 사건 기사를 통하여 당시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원고가 ‘L 변호사에 대한 수사 관련, 사건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의 사실을 암시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사실을 적시’했다고 봄이 상당하다.
같은 기관 근무경험이 있던 L변호사와 검찰 출신의 청와대 행정관이던 원고 사이에 그 무렵 상당 횟수의 연락이 이루어졌던 사정은 그 자체로 관련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정황이 아니라고 볼 수 없고, 더구나 원고는 이러한 연락 내역에 대하여 피고들에 의하여 부여된 반론권 행사의 기회를 일체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서도 그 연락 내용에 대한 명확한 기억이 없다고 하고 있을 뿐,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 기사에 거시된 위 연락 횟수는 원고도 지적하는 바와 같이 피고들이 이 사건 연락 내역상 실제로는 문자메시지인 ‘폰메일통화’를 통화 내역으로 오인한 결과로, 원고와 L 변호사 사이의 전체 연락 횟수가 총 78회에 이르는 사실에는 어긋남이 없고, 이른바 ‘5초짜리’ 통화 내역도 피고들이 부존재하는 사실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 위 내역을 두고 그 의미의 해석 및 가치적 평가가 달라질 수는 있을지언정, 이를 피고들이 허구의 사실을 ‘작출’했다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기사내용이 허구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정정보도청구는 이유없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원고는 항소했다.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22. 10. 14.선고 2021나2027667 판결)은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피고 B(인터넷신문사업자)는 이 판결 학정일로부터 72시간 내 정정보도를 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 완료일까지 1일 5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원고가 L변호사의 연락을 받고 이 사건 수사에 개입하거나 이를 무마하고자 외합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제2적시사실의 존재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이므로, 피고 B는 이와 관련한 정정보도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나머지 항소와 피고 C(기자)에 대한 항소는 기각했다. 원고가 이 법원에서 추가한 피고 B에 대한 예비적 청구(이 사건 제1적시사실 부분)도 허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이에 대해 피고들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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