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건은 간행물 판매자에게 정가 판매 의무를 부과하고, 가격할인의 범위를 가격할인과 경제상의 이익을 합하여 정가의 15퍼센트 이하로 제한하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22조 제4항 및 제5항(이른바‘도서정가제’)이 간행물 판매자의 직업의 자유 및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등이 쟁점인 사건으로, 헌법재판소는 이해관계기관 및 참고인의 진술을 들은 뒤 위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전자책의 작가로서, 통상 전자책의 작가는 스스로 자신의 책을 언제 얼마에 팔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나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도서가격을 정한 뒤에는 가격할인 등의 방법으로 즉시 마케팅 수요에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당하는 등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청구인은 더 싸고 편리하게 읽을거리를 찾고 진리를 탐구하는 등 행복을 추구할 권리의 주체인 전자책과 종이책의 독자이자 소비자이며, 향후 전자책을 발간‧유통하는 1인 출판사와 온라인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 업체”를 설립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예비 간행물 판매업자이며,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독자 겸 소비자, 그리고 예비 간행물 판매업자로서의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청구인은 2020. 1. 20.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22조 제4항 및 같은 조 제5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심판대상조항] 출판문화산업 진흥법(2014. 5. 20. 법률 제12603호로 개정된 것) 제22조(간행물 정가 표시 및 판매) ④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이를 정가대로 판매하여야 한다. ⑤ 제4항에도 불구하고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독서 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정가의 15퍼센트 이내에서 가격할인과 경제상의 이익을 자유롭게 조합하여 판매할 수 있다. 이 경우 가격할인은 10퍼센트 이내로 하여야 한다.
(청구인의 주장요지) 도서정가제를 규정하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다른 시장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격할인 금지를 도서에만 적용함으로써 직업의 자유, 예술의 자유, 그리고 행복추구권 등을 제한한다.
전자책은 종이책과 시장을 공유하지 않으므로 골목상권, 신인작가, 영세 출판사를 보호하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성이 없으며,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전체 도서시장의 규모가 축소되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할 수 없다. 수범자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한정하거나, 출간 후 일정 기간이 지난 구간(舊刊)에 대해서는 법적용을 제외하는 방법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안이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위반되며,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이 존재하는지 불분명한 반면 이로 인한 피해는 크므로 법익균형성에도 위반된다.
상품으로서 문학작품 등과 예술작품은 본질적으로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간행물(도서)의 경우에만 합리적 이유 없이 가격할인을 금지하므로 평등원칙에도 위배된다.
(이해관계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의견요지) 도서정가제는 비교법적으로 유사 사례가 많은 제도로, 중소형서점의 보호뿐만 아니라 출판사 및 저작자에 대한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함으로써 도서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문화국가를 달성하려는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며, 도서정가제는 이를 달성하는 적합한 수단이다.
나아가 현행법은 도서정가제 적용에 예외를 두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입법적 노력을 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하고, 도서정가제가 달성하는 문화국가의 원리 실현과 경제 민주화 달성이라는 공익은 청구인이 침해받는 사익보다 중요하므로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
(주요 쟁점)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간행물 판매자인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 및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청구인 및 이해관계인
○ 청구인 : [2020헌마104] 문○○(대리인 법무법인 명재 담당변호사 이재희, 이지원, 황성준, 이소임)
○ 이해관계인 : 문화체육관광부(대리인 변호사 우원상)
○ 참고인 :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윤성현(청구인측)책과사회연구소 소장 백원근(이해관계인측)
◇ 참고인 의견요지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윤성현(청구인 측)의 의견요지] 현 도서정가제는 종이책과 인쇄술을 바탕으로 사상이 유통되던 시대의 제도로, 콘텐츠의 생산·소비방식 및 유통·배포 방식이 변화한 현 시대에는 재고가 필요하다.
현 시대에서 간행물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공성을 위해 가격할인을 금지하는 것은 더 이상 정당화되기 어렵다. 특히 실용서나 상업성이 강한 웹출판 등의 간행물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현 시대에 도서정가제가 신인 작가를 발굴·보호하는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며, 이미 온라인 서적 구매가 보편화되어 지역서점 보호 효과도 미미하다. 현 도서정가제는 구간(舊刊)할인 금지, 일정기간 정가변경 금지(출판법 제22조 제2항) 등 강력한 제한을 가하고 있는 바, 공공성이 크지 않은 간행물까지 이렇게 강력한 제한을 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소장(이해관계인 측)의 의견요지] 도서정가제는 과도한 가격 할인경쟁에 의한 출판시장의 혼란과 왜곡을 방지함으로써 저자, 출판사, 서점, 도서관, 독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시행하는 ‘출판시장의 도로교통법’으로, 가격 경쟁에 취약한 이해관계자를 보호함으로써 다양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문화 다양성의 보루’이다.
간행물은 공공재적 특성이 강한 문화상품이다. 도서정가제는 우리나라에 1970년대부터 자율협약 방식으로 도입되어 2000년대에 법제화가 되었으며, 많은 비영어권 문화선진국이 도서정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가격이 아닌 콘텐츠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가격제도이다. 현 도서정가제는 최대 15%의 가격 할인 효과를 허용하여 다수의 소매 서점의 공정한 경쟁을 어렵게 만드는 단점이 있기는 하나, 소수 언어권인 우리나라의 학문과 문화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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