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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해고 1순위 될 수도 있다'는 질책 받고 사망 '업무상 재해' 인정

정신적스트레스가 상병 발생의 중요한 원인

2021-12-29 12: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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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법원
[로이슈 전용모 기자]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2021년 4월 1일 변리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특허명세사가 업무회의 도중에 ‘해고 대상 1순위가 될 수도 있다’는 사업주의 질책을 받고 뇌지주막하 출혈을 일으켜 사망한 사안에서, 망인의 업무에서 비롯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병 발생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보아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2019구합90845).

재판부는 피고(근로복지공단)가 2019. 3. 5. 원고에게 내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법원의 D대학교 K병원장 및 L대학교 M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 감정촉탁결과 등과 변론전체의 취지를 보면,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전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망인의 기저 질환을 급격히 악화시켜서 이 사건 상병의 발생을 앞당겼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①비록 망인의 초과근무시간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망인은 퇴근하여 자택에 귀가한 뒤에도 업무에 대한 연구와 고민을 거듭하면서 항시 정신적인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망인은 기본적인 특허 명세서 작성에 더하여 외국어 번역, 도면 작성, 수수료 청구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 점, ③ 특히 고객에 대한 수수료 청구 업무는 내성적인 성격의 망인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짐작되는 점, ④ 망인은 고객의 요구에 응하여 수수료를 할인하려 주려고 했으나, 그때마다 사업주와 갈등을 빚어온 점, ⑤ 사업주가 업무회의에서 망인에게 한 질책의 내용, 질책과 상병 발생 사이의 시간적 간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망인은 2018년 4월 12일 낮 12시경 이 사건 사업장에서 업무회의를 마친 후 어지러움과 구토 증상을 보였고, 같은 날 1시 19분경 C대학교병원을 거쳐 D대학교병원으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았으나, 2018년 4월 21일 오후 4시 32분경 뇌지주막하 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로 사망했다.

동료직원의 진술에 따르면, 이 사건 당일 업무회의에서는 사업주가 모든 직원들 앞에서 “망인처럼 일을 해서는 곤란하다”, “나이 많은 망인이 여기서 일할 수 있는 것도 한편으로 감사해야한다”라는 언짢은 이야기를 하더니, 나아가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 머지않아 인원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나이가 가장 많은 망인이 대상이 될 수 있다”라는 말을 했다. 인원조정 운운하는 언급에 모두들 불편한 분위기에서 회의가 끝났다. 특히 망인의 얼굴은 많이 상기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처럼 사업주가 직접적으로 인원조정을 언급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망인의 사망 원인이 된 이 사건 상병은 업무보다는 개인질환에 의하여 발병했을 가능성이 크므로, 이 사건 상

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라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결과에 따라 2019년 3월 5일 원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이하 ‘이사건 처분’)을 내렸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해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했으나, 재심사위원회는 2019년 9월 27일 원고의 재심사청구를 기각했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망인은 사무실 뿐 아니라 자택에서도 근무를 하여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넘었고, 업무의 특성상 정신적인 긴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으며, 업무회의에서 사업주로부터 돌연 심한 질책을 받은 직후에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여 사망에 이른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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