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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합의체]대법원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렀다고 해도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다"

종래의 대법원 판례 유지

2020-11-19 18:38:06

(사진=대법원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이동원)은 2020년 11월 19일 특별한정승인 규정의 문언과 체계, 대리 제도의 기본 원칙과 제척기간의 본질, 법률해석의 원칙과 한계 등을 종합하면, 상속인이 미성년인 동안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고 3월의 제척기간이 경과하는 등으로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다면,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렀다고 해도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다고 보아, 종래의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2다440 판결 등)를 유지했다.

상속 개시 당시 원고는 미성년자였으므로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 등은 법정대리인인 원고의 어머니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원고의 어머니는 피고가 소를 제기한 승소한 1993년과 2003년경에는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았다고 보아야 한다고 봤다. 따라서 원고가 2017년에 한 특별한정승인 신고는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원고의 특별한정승인이 유효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이의를 인용한 원심판결에는 특별한정승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20.11.19.선고 2019다232918 전원합의체판결).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하여,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면 자신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는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4명)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이동원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상환의 보충의견이 있다.

1993년경 피고에 대해 채무를 지고 있던 원고의 아버지가 사망하여, 원고의 어머니와 미성년인 원고가 채무를 공동으로 상속했다. 피고는 1993년, 2003년 두 차례 원고를 상대로 각각 승소했는데, 당시

원고의 어머니가 친권자로서 원고를 대리했다.
원고가 성년에 이른 다음인 2013년에도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공시송달로 승소 판결을 받았고, 2017년 원고의 예금채권에 대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곧바로 특별한정승인 신고를 하고 위 판결에 대해 이 사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7. 17. 선고 2017가단103434 판결)과 원심(서울중앙지방법2019.5.2 선고 2018나48467판결)은 원고의 특별한정승인이 유효하다고 보아 청구이의를 인용했다. 민법 제1019조 제3항의 특별한정승인 요건을 원고 본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여 원고의 한정승인신고가 유효하다고 보고, 상속된 적극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강제집행을 불허했다.

피고는 이에 불복하여 상고했다.

(상고심 쟁점) 상속인이 미성년인 동안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부터 3월의 제척기간이 지나는 등으로 특별한정승인이 불가능한 경우에,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다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 여부.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한정승인·포기를 하지 않을 경우를 구제하기 위하여 2002년 ‘특별한정승인 제도’가 신설됐다(민법 제1019조 제3항).

상속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모르고 단순승인한 경우(신고기간이 지나 단순승인 간주되는 경우 포함)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다시 한 번 한정승인을 할 수 있음 ➜ 한정승인과 구별하여 이를 보통 ‘특별한정승인’이라고 칭함. 위 3월 역시 제척기간임(판례).
민법 부칙 경과규정에 따라 상속개시가 언제 되었든 간에 ‘1998. 5. 27. 이후에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상속인’에게도 특별한정승인 규정이 적용된다. 이러한 상속인들도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이때 민법 제1019조 제1항의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이나 제1019조 제3항의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 모두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민법 제1020조, 판례).

그런데 미성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다음 자신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스스로 특별한정승인 신고를 한 경우, 기존 대법원 판례는 법정대리인을 기준으로 하여 특별한정승인의 제척기간이 이미 지난 이상 상속인 본인의 새로운 특별한정승인 신고는 부적법하다고 했다(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2다40 판결 등) ➠ 선례를 변경할 것인지 문제됨.

◇다수의견 (9명):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더라도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음(기존 판례 유지) ➠ 파기환송

대리행위는 본인이 행위한 것과 같이 직접 본인에 대해 효력이 생기는 것이 원칙. 1998. 5. 27. 전에 법정대리인이 이미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아 특별한정승인이 애당초 불가능하거나, 1998. 5. 27. 이후에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았더라도 3월의 제척기간이 지나는 등으로 더 이상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다면, 그 효력은 상속인 본인에게 직접 미침. 이를 인정하면서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다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하여 기존의 법률관계를 번복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대리의 기본 원칙에 정면으로 반함.

제척기간은 법률이 정한 권리 행사기간으로 제척기간이 지나면 권리가 소멸함. 상속인이 당초 미성년자였다는 이유로,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었던 제척기간이 지난 다음 성년에 이르면 다시 새로운 제척기간을 부여받아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법률관계를 조기에 확정하기 위한 제척기간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

현행 민법상 미성년 상속인의 특별한정승인만을 예외적으로 취급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음. 그런데도 법원이 미성년자를 후견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만을 중시하여 이러한 특별한정승인을 허용하면, 현행 민법에서 정하지 않는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과 같음. 그에 따라 법률에 근거 없이 상속인이 미성년인 동안 법정대리로 생긴 기존의 효과를 무시하게 되어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다른 제한능력자들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게 된다.

◇반대의견(4명) :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후에 새로운 특별한정승인을 허용해야 함 ➠ 상고기각

상속인이 미성년인 동안 법정대리인이 제척기간 도과 등으로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더라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면 본인 스스로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함. 따라서 이 사건 원고의 특별한정승인은 유효하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러 채무초과 사실을 알고 특별한정승인을 하려고 해도 이미 제척기간이 지나 상속채무로부터 벗어날 수없음. 우리나라는 독일, 프랑스 등과 달리 미성년자를 보호할 다른 제도도 없음. 다수의견과 같은 결론은 상속인의 자기결정권과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한정승인 제도의 입법취지에 어긋나고,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법질서 전체의 이념에 부합하지 않다.

법정대리인이 특별한정승인을 하지 않고 제척기간을 지난 데 대해 상속인 본인에게 어떤 잘못도 없음. 따라서 ‘상속인이 중대한 과실 없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의 문언에 따라, 상속인이 성인이 되면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특별한정승인은 단순승인 효력을 사후적으로 복멸시키는 제도임. 법정대리인이 특별한정승인 제척기간을 지나 단순승인의 효력이 유지된 경우에도, 상속인이 스스로 특별한정승인을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모순되거나 법의 문언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상속채권자는 거래 당시 피상속인의 신용과 재산 상태를 고려하여 법률관계를 맺음. 따라서 미성년 상속인이 성년이 되어 경제활동을 하여 얻은 재산에 대해서까지 상속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할 필요는 없음. 특별한정승인 관련 규정은 특별한정승인 전에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하거나 상속채권을 변제한 경우 그것이 모두 유효함을 전제로 이해관계를 조정하므로, 특별한정승인을 인정한다고 하여 거래의 안전을 해할 우려도 없다.

◇(판결의 의의)

제한능력자의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고도 3월의 법정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어 단순승인의 상속관계가 확정됨. 대법원은 미성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렀다고 해도 다시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음을 재확인하고 선례를 유지했다.

현행 민법상 미성년자의 특별한정승인만을 예외적으로 취급할 근거가 없고, 이를 허용하면 특별한정승인 규정의 문언과 체계, 대리의 기본 원칙과 제척기간의 본질에 반하여 법해석의 한계를 넘어서고, 법적 안정성과 형평에 반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한편 다수의견도 채무를 상속한 미성년 상속인을 제도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공감하면서도, 성년이 되어 다시 특별한정승인을 하는 것은 해석론으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임.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는 입법례를 제시하며 향후 미성년자 등 제한능력자인 상속인을 보호할 수 있는 입법적 개선을 촉구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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