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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죽음의 정쟁화

2020-11-02 10:23:40

사진=기고인 정치학 박사,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이병록
사진=기고인 정치학 박사,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이병록
불교 우화에 비둘기를 살리고 목숨을 바친 전생 부처님 얘기가 있다. 사냥꾼에게서 비둘기를 구하고자 자기 허벅지 살을 내 주었으나 저울은 비둘기 무게가 더 큰 것으로 기운다. 허벅지 전체를 내주고 다리를 내어줘도 저울은 비둘기로 기운다. 결국은 자기 목숨을 바치자 비둘기 무게와 평행을 이룬다. 모든 만물의 생명가치는 같다는 우화이다.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어로지도선 공무원의 죽음에 관한 얘기이다. 군함이나 상선에서는 통상적인 근무시간에는 구명의를 입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러 물에 뛰어들었다는 가설이 성립한다. 그러나 공무원이 근무 중에 무슨 작업을 했다면 구명의를 입었을 것이다. 영상기록장치가 고장 상태였으니 평생 풀 수 없는 문제이다. 어떤 상황에도 죽음은 죽음이다. 그리고 죽은 사람에게는 가족이 있다.
연평도 어민들 중에는 헤엄쳐서 북에 갈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북에서 일어난 일은 해수부 공무원이 아니고 다른 사람일 것이라고 말한다. 정보수집능력은 상대국에게 절대 비밀로 해야 하니 국방부에서는 말 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국방부 발표를 믿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문제로 삼아야 하는 것은 자연사이외의 모든 사고사이다. 죽음을 정치화하면 해답은 사라지고 진영 간에 논쟁만 일어난다. 심지어 국가 정보수집능력을 공개하면서 정치화하면 안보에도 도움이 안 된다.

이번 사건 근본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남 탓 하지 말고 내 탓으로 돌려보자. 사건의 근본 원인은 아직도 정전체제라는 것에 있다. 정전은 잠시 전쟁을 쉬고 있지만 방아쇠에 손을 넣고 있는 일촉즉발 상태다. 선을 넘어 가거나 넘어 오면 민간인을 사살해도 처벌받지 않는 체제이다. 이 체제를 바꾸지 못하거나 이용하는 정치집단이 비난을 받아야 한다.

전쟁을 종결하는 종전선언을 하면 총을 들고는 있지만 방아쇠에서 손을 뗀 일촉즉발 상태가 아니다. 평화체제는 정상적 국교관계로 방아쇠를 잠금장치로 놓는 상태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무장해제가 아니다. 시민에게 쉽게 총을 쏘지 못한 상황이 된다. 왜냐하면 전선을 침입하거나 탈출하는 적이 아니고, 단순히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하는 상황이다. 밀입국하는 민간인에게 쉽게 총을 쏘지 못 할 것이다.
그런데도 국회에서는 어느 정부의 남북 합의도 비준을 하지 않았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와 국회는 비판을 받아야 한다. 시민의 생명과 죽음을 정치화한다면 정말 지켜줄 시민은 많다. 하루에 노동자가 6-7명이 죽어 나가는 부끄러운 OECD 선진국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주검으로 돌아온다. 생명이 중요하다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누구의 죽음은 정치적인 관심이고, 누구의 죽음은 정치적으로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영국은 이법의 이름을 기업살인죄로 바꾼 뒤에 산업재해가 대폭 줄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뭔가 비판을 해야만 할 것이다. 그 내용은 민감한 감청내용 공개방식을 잘못한 국방부와 내용을 폭로한 일부 정치인이다. 해당 부서인 해수부이다. 세월호 사건 때 해경도 해수부 소속이었다. 당시 민주당 사전조사위원으로 해수부가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해경이 소속만 바뀌고, 해수부장관은 유가족과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임무를 다했다. 사건이 정치화하면 발본색원보다는 정치적 공방으로 끝나고 본질은 정쟁에 묻힌다. 시민의 죽음을 정쟁화하지 말고 정치적으로 풀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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