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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도 ‘무리한 경찰단속’ 도주 오토바이 운전자 무죄 왜?

2016-07-26 11:00:24

[로이슈 신종철 기자] 오토바이 운전자가 지정차로위반으로 단속하는 경찰관을 매단 채 10미터를 끌고 가다가 도로에 넘어뜨려 3주간의 상해를 입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운전자가 신원을 밝힌 후 범칙금 납부통고서에 서명날인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나려 한다면 거기에서 경찰관의 단속현장에서의 교통단속업무는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이고 그 이후에는 방해될 정당한 직무 자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경찰관이 운전자(피고인)의 팔을 붙잡은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배심원들의 전원일치 의견과 동일하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오토바이 퀵서비스업을 하는 40대 A씨는 지난 3월 3일 오후 6시 50분경 서울 마포구 공덕역 2번 출구 앞 1차로에서 오토바이를 운행하다가 지정차로를 위반했고, 마침 마포경찰서 교통안전계 소속 B경사에게 단속됐다.

B경사가 운전면허증 제시를 요구하자, A씨는 운전면허증이 없다면서 주민등록번호를 불러줬다. 당시 B경사가 오토바이 시동을 끄게 하고 검문용 휴대정보단말기로 단속하려는 순간 A씨가 갑자기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아 달아났다.

이때 B경사가 A씨의 왼쪽 팔을 잡은 채 약 10미터 정도 질질 끌려가다가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느끼고 A씨의 팔을 확 잡아당겨 오토바이가 넘어졌고, A씨와 B씨도 넘어졌다.
검찰은 A씨가 경찰관의 교통단속 등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함과 동시에 경찰관인 피해자 B에게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 수부 염좌 등의 상해 등을 입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배심원들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A씨는 “B경사를 폭행한 사실이 없고, B경사의 단속업무가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어 피고인에게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도 ‘무리한 경찰단속’ 도주 오토바이 운전자 무죄 왜?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김양섭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 무죄 평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목격자 진술, 당시 상황이 녹화된 CCTV 영상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아 B경사를 매단 채 끌고 갔고, 이로 인해 경사에게 유형력이 행사됨을 충분히 예견했거나 인식했음에도 이를 용인한 채 오토바이에 B경사를 매단 상태로 10미터를 끌고 가다가 도로에 넘어뜨렸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의 폭행 사실 및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폭행 범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B경사의 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경사로서는 교통단속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피고인이 지정차로를 위반해 운전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고 신원을 밝힌 후 후속절차를 밟지 않고 그대로 진행해 단속현장을 떠나려 한다면 이미 파악한 피고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피고인의 차량번호를 확인하고 나중에 차적조회 등을 통해 피고인의 인적사항 등을 파악해 처벌규정에 따라 피고인을 처벌토록 조치 즉, 피고인에 대해 통고처분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설령 그와 같은 확인조치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성명이나 주소가 확실하지 않다는 등의 경우에는 즉결심판을 청구하는 절차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함으로 족할 뿐이어서, 피고인이 신원을 밝힌 후 범칙금 납부통고서에 서명날인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나려 한다면 거기에서 B경사의 단속현장에서의 교통단속업무는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이고 그 이후에는 방해될 정당한 직무 자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현장에서 인적사항을 확인해 범칙금 납부통고를 해야겠다는 일념 하에 단속현장을 떠나려고 오토바이를 출발시키는 피고인의 팔을 붙잡은 것은 적법한 공무집행방법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그와 같은 B경사 행위에 대항해 자신의 팔이 붙잡힌 채 오토바이를 계속 진행했다 하여 이를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B경사의 직무집행이 적법했음을 전제로 피고인에 대해 제기된 공소사실은 결국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해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고 설명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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