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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MBC ‘이병헌 협박녀’로 오해 모델…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리얼스토리 눈’ 프로그램 제작 PD와 외주제작업체 그리고 MBC 책임 인정

2016-04-25 10:53:01

[로이슈=신종철 기자] PD와 방송사가 ‘자료화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이른바 ‘이병헌 협박녀’ 중 한 명으로 오해를 받게 한 여성모델이 MBC와 프로그램 PD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은 정정보도청구 및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였다.

B(여)씨는 2013년 케이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린 뒤 현재 국외에서 활동 중인 패션모델이다.

그런데 MBC(문화방송)은 2014년 9월 ‘리얼스토리 눈’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걸그룹 출신 2명의 여성 연예인이 배우 이병헌과 2014년 8월 술자리에서 촬영한 음담패설 등이 담긴 동영상을 이용해 이병헌에게 50억원을 요구한 이른바 ‘이병헌 협박 사건’을 다뤘다.

특히 방송은 “또 다른 피의자는 모델 A양”이라는 자막과 함께 B씨가 등장하는 영상을 약 6초간 방영했다. 그러나 B씨와 이병헌 협박 사건의 피의자인 ‘모델 A양’은 전혀 다른 인물이다.

B씨는 “방송이 내가 마치 이병헌 협박 사건 피의자인 ‘모델 A양’인 것처럼 묘사해 MBC는 정정보도를 할 의무가 있다”며 “또한 ‘리어스토리 눈’을 제작한 PD와 외주업체 대표, MBC는 허위보도에 관여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에게 명예훼손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1억원의 소송을 냈다.

피고인 ‘리어스토리 눈’을 제작한 PD와 외주업체 대표, MBC는 “보도에서 이병헌 협박 사건의 피의자가 원고라고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고, 피의자로 오해를 받을 가능성도 없으므로, 보도에 관해 정정보도를 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원고의 명예가 훼손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피고들은 “보도에서 사용한 영상은 2013년 11월 케이블티비에서 방영됐던 일반적인 패션쇼 영상에 불과하며, 이를 ‘자료화면’이라고 명백히 표시해 방영했다”며 “보도에서는 패션쇼에서 패션모델들이 걷는 영상이 6초 정도, 그 중 원고가 무대 전면에서 걷는 영상이 2초 정도로 지극히 짧은 시간 방영됐을 뿐이다. 또 영상에서는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돼 영상에 나온 사람이 원고임을 알아볼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인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이우철 부장판사)는 2015년 5월 모델 B(여)씨가 ‘리어스토리 눈’을 제작한 PD와 외주업체 대표,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MBC는 정정보도하고,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보도에서 패션쇼 영상이 6초가량 사용됐는데, 그 중 패션쇼를 전체적으로 촬영한 영상은 2초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4초가량의 영상은 원고가 정면에서 카메라를 바라보며 무대 앞쪽으로 걸어 나오는 모습과 무대의 앞부분에서 옆으로 꺾어 걸어 나가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보도에서는, 먼저 걸그룹 출신 연기자인 K가 피의자 중 1명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의 실명과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사진이 보도됐고, 바로 이어서 “또 다른 피의자는 모델 A양”이라는 자막과 함께 원고 B의 모습이 나오는 영상이 방송됐다.

재판부는 “원고의 모습이 나오는 영상에 ‘자료화면’이라는 표시가 돼 있기는 하지만 같은 화면에서 ‘또 다른 피의자는 모델 A양’이라는 자막은 화면 중앙 하단에 상당히 큰 글씨로 시청자들의 눈에 잘 띄게 표시돼 있는 반면, ‘자료화면’이라는 표시는 영상 좌측 상단에 작은 글씨로만 표시돼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표시 이외에는 원고와 실제 피의자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취지의 표시가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원고의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가 미약해 이목구비만을 겨우 가릴 뿐 얼굴과 신체의 윤곽은 전혀 가려지지 않은 채 그대로 노출, 방송됐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보도는 묘사 방법 등의 잘못으로 인해 이병헌 협박 사건의 피의자인 ‘모델 A양’이 누구인가라는 사실적 주장에 관해 결과적으로 진실과 다른 보도를 함으로써 원고에게 피해를 입게 했다고 볼 것이므로, 피고 문화방송은 보도의 방송사로서 진실에 부합되게 고쳐서 보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단기간 내에 정정보도가 이루어지지 않을 개연성이 있고 원고의 조속한 명예회복의 필요성 또한 인정되므로, 문화방송은 판결 확정 후 최초로 방송되는 ‘리얼스토리 눈’ 프로그램과 홈페이지를 통해 정정보도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원고에게 이행완료일까지 1일 각 100만원의 간접강제금을 지급하게 함이 상당하다”고 봤다.

손해배상청구에 관해 재판부는 “보도의 방송사인 문화방송과 제작업체 및 담당 프로듀서는 원고가 나타나는 영상을 충분한 편집 없이 그대로 사용해 보도함으로써 원고가 이병헌 협박 사건의 피의자라는 오해를 유발해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으므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각자 원고에게 원고가 입은 정신적 피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피고들이 배상해야 할 위자료에 대해 재판부는 “문화방송(MBC)은 지상파 방송사로서 언론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대하며 일반인에 대한 공신력 역시 높은 점, 원고는 이 사건 보도 당시 데뷔한지 불과 약 1년밖에 되지 않은 10대 고등학생이었는데, 술자리에서의 음담패설이 담긴 동영상을 이용해 피해자를 공갈한 파렴치 범행의 피의자로 오해받게 돼 정신적 충격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보도 이후 이병헌 협박 사건의 실제 피의자가 원고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특정되었고 그것이 공지의 사실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보도에 나온 원고의 모습과 실제 피의자의 동일성에 관한 오해가 완전히 사라졌으리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원고가 특별히 부각되지 않는 일반적인 패션쇼 영상을 사용하거나 원고의 영상을 사용하더라도 원고와 이병헌 협박 사건의 피의자는 동일 인물이 아니라는 충분한 표시를 해 원고의 명예가 훼손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나오는 영상을 경솔하게 사용해 과실이 결코 경미하다고 할 수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해 위자료를 2000만원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은 2015년 11월 원고(B) 승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방송에서 원고가 등장하는 패션쇼 장면을 방영했다고 하더라도 시청자들이 위 장면으로 인해 K 이외의 다른 여성 1명을 원고로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그렇다면 이 방송에서 이병헌을 협박한 여성 2명 중 K 이외의 다른 여성 1명이 원고라는 사실을 적시하거나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암시했다고 볼 수 없어 정정보도와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며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은 원심과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모델 B씨가 ‘리얼스토리 눈’을 방영한 MBC와 외주제작사 및 PD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방송에서 패션쇼 영상을 통해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4’ 최종회의 전체적인 무대 구조가 나타났고, 모델 영상은 등장인물인 원고에 대한 모자이크 처리에도 불구하고 얼굴 윤곽, 의상의 종류와 색, 걷는 자세, 머리스타일의 구분이 가능했다”며 “이러한 사정에다 참가자들의 얼굴, 의상, 걷는 자세, 스타일 등에 주안점을 두고 순위를 매겨 우승자를 가리는 패션모델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을 감안해 보면, 적어도 원고의 주변 사람들 또는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4’ 최종회의 제작진, 참가자, 시청자들은 방송보도에 삽입된 모델 영상 속 등장인물이 원고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방송보도에서는 관련 고소사건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피의자는 직업이 모델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이 사건 모델 영상이 나오는 동안 계속해 화면 왼쪽 윗부분에 ‘자료화면’이라는 자막을 표시해 원고를 직접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비록 화면이 방영되는 동안 왼쪽 윗부분에 ‘자료화면’이라는 표시가 있었지만 동시에 화면 아래쪽 가운데 부분에 큰 글자로 ‘또 다른 피의자는 모델 A양’이라는 자막이 훨씬 눈에 잘 뜨일 뿐 아니라, ‘자료화면’이라는 문구 자체로도 화면에 나타난 인물과는 상관없는 일반적인 모델 선발대회 영상이라기보다는 보도의 주제인 관련 고소사건에서 아직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특정 피의자 ‘모델 A양’에 관한 과거 영상자료라고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봤다.

이에 “일반 시청자들은 이 사건 모델 영상을 관련 고소사건의 나머지 피의자 1명을 지목ㆍ암시하는 영상으로 받아들였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결국 방송보도 중 모델 영상이 삽입된 부분의 표현은 보도내용과 개별적인 연관성을 가지는 원고에 관한 진실하지 않은 사실적 주장 또는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방송보도에서 이병헌을 협박한 여성 2명 중 K 외의 다른 여성 1명이 원고라는 사실을 적시하거나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암시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원고의 정정보도청구 및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는 언론중재법에 의한 정정보도청구권의 성립요건 및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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