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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경찰 신고 막으려 휴대폰 빼었다면 절도 아냐” 왜?

“휴대폰을 돌려주려 했지만 피해자가 응하지 않은 점 등에서 처분 의사 없어”

2016-04-11 11:04:07

[로이슈=신종철 기자] 경찰에 음주운전을 신고하려는 것을 막으려고 휴대전화기를 빼앗은 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절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휴대폰을 돌려주려 했지만 피해자가 응하지 않은 점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해 보면 휴대전화기를 이용 또는 처분할 의사로 가져간 것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대학생 A씨는 2014년 3월 12일 새벽 청주대 인근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82%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뒤에 후배 B씨를 태우고 운전했다.

당시 이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음주운전을 하는 것을 보고 오토바이를 타고 뒤쫓아 온 P(17)군으로부터 “술을 먹고 운전한 것이냐”라는 말을 듣고 화가 난 A씨는 험한 말을 했다. 나이 어린 P군이 음주운전을 지적하고 경적을 울리며 뒤쫓아 오면서 오토바이를 세우라고 명령까지 했기 때문이다.

이에 P군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신고하려하자, A씨는 P군의 멱살을 잡고 흔들면서 폭행을 가했다. B씨는 P군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잡았다. 또한 A씨는 P군이 음주운전 사실을 112로 신고하려다가 아는 사람에게 전화해 그곳으로 와 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보고 P군의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결국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폭행), 절도,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2015년 1월 A씨의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는 “당시 피해자가 휴대전화로 어딘가에 음주운전 범행을 신고하려는 것을 보고 이를 막기 위해 휴대전화기를 빼앗았을 뿐, 이를 영득할 의사가 없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청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구창모 부장판사)는 2015년 10월 A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절도’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당시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전화를 걸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휴대전화기를 빼앗은 것”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또한 당시 A씨는 B씨의 집으로 가려다 빼앗은 휴대전화를 돌려주려고 “휴대폰 가져가라”라고 말했으나, P군이 응하지 않아 A씨는 B씨의 집으로 들어갔는데, 이후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재판부는 “사실관계가 이와 같은 이상, 피고인 A가 당시 피해자의 휴대전화기를 반환하지 않고 피해자의 권리를 배제한 채 자신이 휴대전화기를 이용 또는 처분할 의사로 가져간 것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의 휴대전화기를 점유한 것이 불과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로 인하여 P의 휴대전화기의 재산상 가치가 감소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A씨가 비록 피해자의 휴대전화기를 가져가기는 했지만, 피해자 옆에 목격자가 있어 피해자는 물론 목격자가 언제든지 범행을 신고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고, 실제로 목격자가 피고인들이 인근 아파트로 들어가자 경찰에 신고했고, A씨의 오토바이가 근처에 주차돼 있었으며 B씨의 아파트 동수까지도 드러나 피해자가 A씨의 신원을 확보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던 점도 고려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A씨의 절도 혐의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절도와 절도방조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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