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분노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결국 9일 새벽 찬 바람을 맞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호소하기 청와대로 향했다.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KBS 길환영 사장과 김시곤 보도국장에 항의하러 찾아가 면담을 요구했으나, 3시간 넘게 기다려도 묵묵부답이었기 때문이다.
유가족들은 8일 밤 KBS에서부터 9일 새벽 청와대까지 긴박하게 움직였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KBS를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넘쳐났다. 또한 유가족들의 움직이는 동선을 마치 기자들이 취재하듯이 사진을 찍어 올리며 실시간으로 전했다.
세월호 사건 유가족 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도 페이스북에 현장 소식을 시시각각 전했다. 유 대변인이 올린 경과를 시간 역순으로 재구성했다. 또한 현장에 함께 있었던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들이 올린 내용도 유 대변인이 전한 현장 소식을 뒷받침했다.
먼저 유경근 대변인은 8일 밤 페이스북에 “도대체 왜들 이러십니까. 힘겹게 자제하며 참으며 입술을 깨물며 차분해보려고 애쓰는 우리 가족들을 왜 이리 흥분하게 만듭니까”라며 “(안산 합동분향소) 문 앞까지 왔다는 KBS보도본부장은 연락도 안 되고, 일부러 흥분시켜 먹잇감 삼으려는 겁니까? 힘들게 (희생자) 가족들 진정시켰더니 결국 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드는 게 목적인 겁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유 대변인은 그러면서 “지금 우리 (희생자) 가족들은 분향소에 있는 아이들 영정 들고 KBS로 갑니다.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에 비하면 300명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 그 얼굴 보러 갑니다. 더 이상 거짓말에 놀아나지 않을 겁니다”라고 KBS에 사과를 받으러 간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는 이어 “일부 언론에 사과하러 온 KBS 사람을 붙잡아 둔 거라는 기사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아닙니다. 왜 온 거냐고 묻자 분향소에 나와 있는 KBS 기자들 직원들 보러 온 거라고 했습니다”라고 일부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유 대변인은 “KBS에 도착했으나, 문 닫고 경찰로 장막 치고 있군요”라면서 KBS 앞에 경찰 호송버스로 차벽을 세우고, 수많은 경찰 병력이 가로 막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유 대변인은 잠시 뒤 “(본관 안으로) 들어가려면 절차에 따라 출입증을 작성해야 한답니다. 우리가 견학하러 온 줄 아는가봅니다”라면서 씁쓸해했다. 사진에는 KBS로 향한 유가족 중 대표단이 본관 건물 안으로 들어갔으나, 출입구 앞 로비에 앉아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올렸다.
현장에 있던 김용민 변호사도 페이스북에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KBS 항의 방문해, 망언을 한 당사자 보도국장 나와 영정 앞에 사과하고 사장 나와서 사과 및 보도국장 해임시키라고 요구했다”며 “3시간 넘게 기다리라고만 하더니 결국 보도국장은 끝까지 안 나오고 보도본부장이 스포츠국장인가 하는 사람 데리고 나왔다. 유족들을 놀리는 건지”라고 질타했다.
김 변호사는 “옆에 지키고 있으면서 유족들을 보고 있는 게 참 힘드네요. 유족들은 팽목항에서부터 현재까지도 ‘기다리라’는 말만 듣고 있습니다. 영정 속 아이들에게도 ‘기다리라’고 했는데. 국민은 무조건 기다려야하는 공화국이 된 것 같습니다”라고 개탄했다.
유 대변인은 이후 “20분 내에 나오겠다던 보도국장은 한 시간이 넘도록 코빼기도 안 보이는군요. (KBS 바닥이) 분향소 천막보다 훨씬 쾌적한 환경이니 한 석 달은 앉아있을 수 있겠네요”라고 일침을 가했다.
유 대변인은 “도저히 안 되겠어서, ‘KBS 사장이 공개 사과하고, 직접 보도하라’, ‘김시곤 보도국장을 즉각 파면하라’ 두 가지로 요구사항을 다시 정리하고 청와대로 가겠다고 하니, 이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이 가족들 앞에 나오겠다는군요. 정말 나올까??? 또 속아봐???”라고 신뢰를 주지 못하는 KBS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얼마 뒤 유 대변인은 “그러면 그렇지. 결국 안 나오는군요. 이동합니다. 청와대로. 대통령께서는 우리 목소리를 꼭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호소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할 것임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