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른바 ‘유서대필 사건’ 강기훈씨에 대한 재심에서 서울고법 제10형사부(재판장 권기훈 부장판사)가 13일 무죄를 선고했다. 강씨는 1992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돼 옥고를 치렀고, 이날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려 23년 만의 일이다.
그런데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강기훈씨의 곁에는 인권변호사 이석태 변호사가 있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인섭 교수와 조국 교수는 이런 이석태 변호사를 기억했고, 판결 후 이석태 변호사에게 깊은 관심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이미지 확대보기▲2013년12월28일민변<변호사들,거리에서민주주의를외치다>거리행진/가운데에이석태변호사가있다.
먼저 이석태 변호사는 1953년 충남 서산 출신으로 경복고와 서울법대를 나와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하고 1985년 변호사로 개업한 뒤 1994년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환경운동연합 상임집행위원을 맡았다.
1997년에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2000년에는 대한변협 인권위원장을 맡았다. 2003년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맡았고, 2004년에는 민변 회장을 역임했다. 2007년 8월에는 외교통상부의 대외직명대사인 인권대사에 임명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민변이 긴급 발족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비상특별위원(위원장 최병모)’가 작년 12월 28일 보신각 앞에서 개최한 <변호사들,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다> 집회에도 참석하며 동료 선후배 변호사들과 함께 했다.
이날은 마침 2004년 12월 28일 민변의 국보법 폐지 가두집회와 2013년 12월 28일로 꼭 10년만이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변호사들이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를 외친다는 것은 당시의 시국상황이 온전치 않아 심상치 않음을 웅변한다.
강기훈씨 변호인 이석태 변호사는 이날 재심 무죄 판결 직후 서울지방법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도 강씨의 곁을 지켰고, 또한 이후 CBS라디오 <사시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이번 무죄 판결에 대한 의미와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석태 변호사는 “사회가 아무리 정치적으로 여러 가지 복잡하다 하더라도 또 오랜 시간이 지나도 결국에 진실은 밝혀진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변호사는 또 “그 다음에 우리 사회에서 여러 가지 정치적인 그런 문제, 혼란 때문에 어지러움이 있어도, 결국은 우리 사회는 건강한 상식이 지배하는 그런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 나아가고 있고, 그렇게 돼서 지금 이 사건을 통해서 그런 것처럼 선량한, 그런 보통 시민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그렇게 좀 해야 되지 않느냐. 저는 교훈으로 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확대보기▲2013년12월28일민변<변호사들,거리에서민주주의를외치다>거리행진/맨앞에이석태변호사가있다.
이런 이석태 변호사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인섭 교수와 조국 교수는 놓치지 않았다.
한인섭 교수는 페이스북에 “강기훈의 무죄. 진실이 드러나도록 분투한 분들 중에서 1991년 혼신의 힘으로 변론문과 반박자료를 치밀하게 따져나간 이석태 변호사를 기억한다”고 상기시켰다.
한 교수는 “그때의 판결은 좌절의 연속이고, 그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허탈감을 소화해내야 했다. 그 기록들이 살아남아 재심 재판의 한 토대가 되었던 것이고, 그는 인권변론의 중심무대에서 이탈한 적이 없다”고 이석태 변호사에게 경의를 표했다.
한인섭 교수는 그러면서 “오늘 나는 특별히 이석태. 그의 이름을 떠올려본다”고 기억했다.
한 교수의 글에 최건섭 변호사가 공유하며 “좌절의 연속을 견뎌내고, 엄청난 스트레스와 허탈감을 소화해냈을 것이라는 데에 공감”이라고 동의했다.
조국 교수도 페이스북에 “강기훈 유서대필 무죄 판결을 위해 분투한 이석태 변호사와 부림사건 국가보안법 무죄판결을 위해 문재인 변호사의 뒤를 이어 사건을 맡아 뛰었던 정재성 변호사, 두 분 선배님께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이석태 변호사님은 신선 같으신 풍모 뒤 가려진 금강불괴(金剛不壞)급 내공에서 뿜는 장풍은 강력하다. 허무강기(虛無罡氣)!”라고, 또 “정재성 변호사님은 외모나 언동이나 차돌 같고. 만독불침 (萬毒不侵)!”이라고 극찬하며 “후배의 건방진 품평 용서하세요”라고 자세를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