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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여성 법관 맏언니 ‘이영애’…국회 입성하나

“이회창 총재가 권유…한나라당 1당 독주 놔둘 수 없어”

2008-02-24 20:18:30

여성 최초의 사법시험 수석 합격 및 졸업을 시작으로 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차관급 예우를 받으며 ‘법관의 꽃’으로 불리는 고법 부장판사, 최초의 법원장 등 여성 법관의 상징이었던 법무법인 바른 이영애 고문변호사를 지난 20일 만났다.

화려한 경력을 뽐내는 이 변호사가 대법관 출신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 최고위원으로서 깜짝 변신했기 때문이다. 정치인으로서 출사표를 던진 그가 과연 금배지를 달고 국회에 입성할지 들어봤다.

이 최고위원의 남편은 검사 출신으로 바른에서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며 제15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찬진 변호사이어서 법조인 부부가 금배지를 다는 이색기록을 세울지도 주목된다.

화려한 경력으로 여성법관의 맏언니, 대표주자 등으로 상징되던 이영애 전 춘천지법원장이 대법관 출신의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의 최고위원이 됐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그가 이번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고 국회에 입성할지 주목된다. <사진=사건의내막 유장훈 기자> ▶ 정계 입문 배경 = 여성 법관의 대표주자였던 이영애 변호사가 정계에 발을 들인 배경은 무엇일까.

이 최고위원도 “평생 법관과 변호사를 해서 정계는 아예 생각도 안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회창 총재의 정계복귀와 한나라당의 독주체제가 그를 자연스럽게 정계에 입문하게 만들었다.

이 최고위원은 “73년 판사가 돼 이듬해 이 총재가 당시 부장판사로 있던 재판부에 배석판사로 배정됐는데, 그 때부터 존경하고 법조계의 사표(師表)로 생각하고 많이 배우며, 이후 계속 관계가 유지됐다”고 이 총재와의 인연을 먼저 설명했다.

물론 “친분이 매우 두텁다”는 말도 빼놓지 않으면서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정통보수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이 총재가 주창하는 노선과 같음을 나타냈다.

이어 “좌파정권이 10년 계속돼 마음에 들지 않아 이번에 우파정권으로 바뀌게 돼 잘 됐다고 생각했으나, 한나라당이 너무 비대해서 견제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총재께서 자연스럽게 권유했고 ‘그 분이라면 정통보수를 대변할 수 있겠다’ 싶어 뜻을 같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너무 비대해진 한나라당이 정책을 하나 세우면 그대로 몰고 갈 위험이 있는데 국민을 기만하는 ‘대운하’ 같은 것이 바로 그것”이라며 “한나라당의 1당 독주를 막을 길이 없어 건전한 정통보수의 견제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자유선진당 입당 배경을 설명했다.

▶ 법조인 정계 진출 당연 = 이 최고위원은 ‘늦깎이 정치 초년생’이라는 말에 다소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법과 정치는 항상 어울려 다니는 것이고, 법 없이 정치가 되느냐. 헌법에서 선언한 자유민주주의를 제도화 시켜서 만들어 내는 게 정치”라며 “정치라는 게 전혀 다른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국회는 입법기관이니까 변호사들이 진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우리나라는 이상하게도 정치가 별도의 프로페셔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법조인들이 입법활동을 한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주변의 반응도 “축하한다. 잘 해 봐라”며 호의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제 한달 도 안 된 정치생활에 대해 그는 “아직 본격적으로 정치를 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생소하지도 않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이어 “최고위원회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아직은 조직이 완전히 가동되지 않아 큰 결정을 할 것이 별로 없었지만, 앞으로 최고위원으로서 해야 할 일들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최고위원은 “지역구에 출마할 생각은 없다. 당에서 비례대표를 하라고 하면 하겠다”고 비례대표에 뜻을 두고 있음을 나타냈다. 비례대표라면 여성할당에다 최고위원까지 맡고 있어 당이 이번 총선에서 선전할 경우 금배지를 달고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왜냐하면 총선 예상 의석 수를 묻자, 그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을 때 인기가 대단했는데 한달 지나면서 인기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앞으로 총선까지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지금 당의 의석 수를 예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을 견제세력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그렇다고 견제세력을 또 좌파에게 맡길 수 없으니까 앞으로 정통보수당의 상황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 국회에 입성하면 = 이 최고위원은 “국회에 들어가면 정통보수의 범주에 벗어나는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그것을 막고,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에 맞는 입법에는 동조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생명윤리에 많은 관심을 표시했다. 실제로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법조위원장, 카톨릭대 생명대학 겸임교수를 맡고 있을 정도다.

이 최고위원은 “정자·난자 매매, 낙태, 안락사, 배아복제 등은 안 된다”며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가치를 지키는 그런 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황우석 사건 때와 같이 배아는 하나의 생명체인데 그것을 갖고 마음대로 실험하고 그걸로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의 사고는 안 된다. 이는 엄연히 생명을 죽이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캠페인과 동시에 법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낙태는 정확한 통계를 뽑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실태다. 낙태도 엄연히 생명을 죽이는 것이어서 절대 안 되는데, 낙태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낙태는 살인’이라는 의식을 고양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형법에서는 낙태를 금지하는데 모자보건법에서는 여러 가지 예외를 둬 낙태를 할 수 있게 돼 있어 법을 고쳐야 한다”며 “정통보수의 핵심가치인 생명존중에 대해 널리 알리고 필요한 법안도 만들겠다”고 향후 의정계획을 밝혔다.

그는 “생명존중은 정통보수의 아주 핵심적인 가치”라며 강조하면서 “미국의 경우 대통령 후보에게 낙태에 대해 제일 먼저 물어보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생명존중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데, 국회에서 입법까지 할 수 있으면 더더욱 좋겠다”며 애교석인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영애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새정부의 대운하와 영어 몰입교육은 대국민 사기로 졸작이라며, 절대 해서는 안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사건의내막 유장훈 기자> ▶ 한나라당 정체성 의문 =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로 이어졌다.

이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대해 “저희는 순수 정통보수를 지향하기 때문에 모인 것인데,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과연 순수보수라는데 의문이 많다”며 “한나라당 구성원 중에는 좌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일 놀란 던 것은 작년 대선 전에 한나라당에서 나온 평화비전이라는 신대북정책에 깜짝 놀랐다. 이는 햇볕정책을 계승하는 것인데 어떻게 보수당에서 이런 게 나올 수 있느냐”고 격앙된 어조로 비판하며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새 정부의 ‘실용정책’에 대해서도 그는 “좌우는 타협할 수 없고, 중간지대도 없고, 우는 시장주의 좌는 사회주의인데 실용은 도대체 어디쯤 서 있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 없다”며 “실용, 실용하는데 도대체 실용이 무엇인지 밝혀줬으면 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 대운하와 몰입교육 졸작 = 대운하에 대해서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잘못된 정책이라도 다수의 의석을 가진 정당이 밀어붙이면 어쩔 수 없기 때문에 견제세력이 필요하다”며 자유선진당의 존재를 부각시켰다.

그는 “3면이 바다인데 좁은 한반도에 운하를 뚫는다는 것은 환경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경제성이 절대 없다”며 “외국의 예를 보면 운하는 철도가 생기기 전에 운송수단이었다. 그런데 당선자 측은 처음에는 물류 때문에 한다고 했다가 이제는 관광을 하겠다며 말을 바꾼다. 그리고 그걸 관광하러 올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이는 국민에 대한 기만이자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폭넓은 의견수렴과 연구도 많이 해야 되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밀어붙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 대운하는 졸작”이라고 비판했다.

또 영어 몰입교육에 대해서도 그는 “몰입교육도 진짜 어처구니없다”며 “영어교사와 예산 등 준비가 안 된 게 너무나 많아, 누가 봐도 잘못된 것이고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글로벌 시대에 영어를 못하면 국제 경제활동을 할 수 없으니 잘해야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은 국제어로서 잘해야 되는 것이지, 우리말과 문화는 그대로 간직하고 가야 된다”며 “국어와 역사는 다 팽개치고 모든 것을 영어로 하자는 것은 국가 정체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 로스쿨 반대 = 로스쿨 사태에 대해 이 최고위원은 “처음부터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 마디로 로스쿨은 미국에서만 성공한 제도로 우리와는 토양이 다른 법체계와 법학교육 방법도 달라 맞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로스쿨은 해서는 안 될 정책이고, 더욱이 우리는 모든 정책이 정치바람을 타니까 정원을 늘려달라고 계속 시위를 하면 정착될 수 없다”며 “선거를 할 때마다 로스쿨 정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렇게 정원을 계속 늘리다 보면 로스쿨을 마치고도 변호사시험에 합격 못해 실업자가 되는 사람이 너무 많아져 사회적 낭비가 되고, 특히 변호사 대량양산으로 인해 자질도 떨어져 결국 법률시장이 엉망이 되기 때문”이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는 “로스쿨은 다양한 전공자를 운운하는데 지금도 사법시험 합격자 중에는 비법대 합격자도 많다. 현재도 사법시험 제도가 잘 돼 있는데 왜 거꾸로 가려고 하려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늘리면 되지 않느냐”고 로스쿨 정책에 반감을 드러냈다.

이영애 최고위원(사진=유장훈 기자) ▶ 법관 테러 안 돼 = 인생의 절반을 법관으로 보낸 이 최고위원은 요즘 판결에 불만을 품고 판사나 사법부에 테러를 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에 대해 법치주의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먼저 “국민 전체가 법치주의가 안 돼 있다. 모든 사람이 ‘법은 지켜야 한다’는 기본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것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판결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법에 정해진 것은 지켜야 하고, 판결이 나면 역시 지켜야 한다”며 “이런 기초적인 토양이 부족하기 때문에 법치주의가 안 되는 것인데, 아무리 그래도 법관이나 사법부에 대한 테러와 같은 불만 표출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물론 판사들도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판결을 공정하게 해야 하지만 국민들도 하루빨리 법치주의에 대한 의식이 고양돼야 한다”며 “모든 것을 법과 규칙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생활화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대법관 못 돼 섭섭했다 = 법관의 꽃으로 불리는 고법 부장판사에 여성 최초로 이름을 올리는 등 여성 법관의 맏언니로 대법관 1순위였던 그가 사법개혁 파동으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2004년 가을 변호사 길을 걸어야 했던 이 최고위원이 당시의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물론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이 되지 못해 섭섭하기야 했지만, 그거야 인사권자가 생각이 있어서 하지 않았겠느냐”며 다소 섭섭함을 나타내면서도 인사권자를 감싸안는 여유를 보였다.

그러면서 “판사 생활 30년이 넘어 할 만큼 했으니까, 그만 둬도 아무런 유감이 없었다”며 “법원을 나와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대법관이 됐으면 좋겠지만 물러난 것에 대해 가슴 아프다 그런 것은 없다”며 “그때 심정은 ‘이제 떠날 때가 됐구나’ 하고 그냥 떠난 것”이라고 의연함을 보였다.

당시 까마득한 후배에 밀려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에 오르지 못하고 법복을 벗은 다른 고위법관들은 사법부에 쓴소리를 내며 법원을 나섰으나, 이영애 당시 춘천지법원장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아 눈길을 끌기도 했었다.

한편 당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는 인사권자는 최종영 대법원장이었는데, 최 대법원장은 현재 이 최고위원과 함께 법무법인 바른에서 고문변호사로 몸담고 있다.

강금실 최고와 자주 만나 = 이 최고위원은 통합신당 강금실 최고위원의 천주교 세례 때‘대모’가 돼 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경기여고 8년 선배인 이 최고위원은 “강 장관이 사법연수원에 들어왔을 때부터 친하다”며 “비록 지금은 걷는 방향은 다르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우정으로 서로를 아껴주고, 지금도 자주 만나고 전화한다”고 친분을 표시했다.

호칭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부르는데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보통 이 최고위원은 “강 장관님”이라고 부르고, 강 최고위원은 “(법)원장님”이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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