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로이슈

검색

법원·헌법재판소

초등생 유괴 살해범, 항소심도 무기징역

서울고법 “무기징역, 가벼우면 가볍지 결코 무겁지 않다”

2008-01-04 21:28:08

대낮에 초등학생을 유괴한 뒤 그 부모에게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면서 결국 아이를 살해한 파렴치한 20대 유괴범에게 항소심 법원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긴급출동서비스팀 견인차량 운전기사인 이OO(29)씨는 평소 도박과 유흥비 등으로 빚을 지게 됐는데, 지난해 2월말에는 채무금이 1억 6,000만원에 달했다.

이로 인해 채권자들로부터 채무독촉을, 아내로부터는 이혼요구를 받게 되고, 부모로부터는 심한 꾸지람을 듣자, 채무를 변제하는데 필요한 금품을 손쉽게 마련할 목적으로 유괴를 결심하게 된다.

이에 이씨는 지난해 3월 11일 인천 송도동의 한 아파트 앞 노상에서 정오 예배를 보고 귀가하는 A(7)군에게 “길을 가르쳐 달라”며 접근한 뒤 자신의 견인차량에 태운 다음, 박스테이프로 입을 막고, 손과 발도 묶어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

이씨는 박군으로부터 알아낸 부모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아이가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3일 뒤까지 1억 3,000만원을 준비하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박군에게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아저씨가 금방 보내주신대요”라고 말하게 한 다음 이를 녹음한 뒤, 녹음한 일부분을 박군의 부모에게 들려주며 돈을 준비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한편 이씨는 마대자루를 준비한 뒤 박군에게 “엄마를 만나러 간다”며 안심시키며 박군을 마대자루에 넣었다. 이후 유수지에 버림으로써 박군을 산 채로 익사하게 만들었다.

1심인 인천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김천수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영리약취유인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범행의 죄질과 범정이 지극히 악랄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자 이씨는 “1심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반면 검사는 “1심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각각 항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제6형사부(재판장
서명수 부장판사)는 이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저항능력이 없는 아동을 유괴해 자식의 생사를 걱정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부모를 상대로 피해자의 생명을 위협수단으로 삼아 돈을 빼앗으려는 지극히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또 “초등학생들이 견인차량과 경찰차량을 혼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견인차량을 범행수단으로 삼았고, 범행도 일요일 대낮시간에 아파트 단지 대로변에서 태연히 유괴하는 등 범행방법이 매우 대담한 점, 피해자를 산채로 마대자루에 넣어 바다로 연결되는 수문이 있는 유수지에 던져 시신이 발각되지 않도록 하는 등 범행이 극히 잔인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무려 10시간 동안 입과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견인차량에 감금된 채 끌려 다니면서 극심한 공포와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며, 그러면서도 부모가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기원했을 것인데, 그 믿음이 꺾인 채 무참히 살해돼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며 범행의 잔혹성을 꼬집었다.

여기에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의 유족들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이는 평생 동안 치유될 수 없을 것이며, 특히 피고인의 교활한 내용의 전화통화로 인해 아이가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던 부모가 참혹한 모습의 시신으로 돌아온 아이를 보고 느꼈을 충격과 분노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유괴와 살인범은 엄벌로써 범죄를 근절해야 한다는 우리사회의 법감정, 일벌백계로서 피고인을 극형에 처해 다시는 이런 참혹한 범행이 재발되지 않는 계기가 되도록 할 필요성도 부정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1심이 선고한 무기징역은 가벼우면 가볍지 결코 무겁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에서 사형이 집행된 바 없는 실정이 있더라도 선고형으로 사형을 선택할 것인지를 정함에 있어서는 지극히 신중해 판단해야 하고, 우리나라에서 앞으로도 계속 사형이 집행되지 않을 것임을 당연한 전제로 해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사형 선고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어 “그동안 40회에 이르는 반성문을 제출하며 앞으로 무기한 사회로부터 격리돼 수감생활을 하면서 진지한 참회와 반성을 통해 교화될 가능성을 보인 점, 사후 장기기증 서약을 함으로써 부족하나나 잘못을 빌고 용서를 구하는 심정을 나타내는 점 등에서 사형에 처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만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생명을 박탈하는 극형에 처하는 것은 지나친 형벌이라고 판단돼, 부득이 무기징역을 선고해 피고인에게 향후 기간을 정함이 없이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수감생활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로이슈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반론·추후 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
리스트바로가기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