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그렇다면 법원은 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에서도 부양료 지급 의무를 인정할까. 우리 법원은 혼인 신고라는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부부 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실체가 존재하는 사실혼 관계에서 민법상 부부간 동거·부양·협조·생활비 공동분담 의무가 고스란히 적용된다고 본다. 법률혼에 준하는 신분적·경제적 결합체를 형성한 이상, 법적 신분 관계가 없다는 핑계로 상대방을 경제적 나락으로 몰아넣는 행위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재판부가 사실혼부양료 청구를 받아들이고 기각을 막기 위해서는 명확한 증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재판부가 요구하는 첫 번째 증거는 단순 동거를 넘어선 부부 공동생활의 객관적 실체다. 주관적인 애정 표현이나 오랜 동거 기간만으로는 부족하며 양가 집안 경조사에 사위나 며느리 자격으로 참석한 내역, 청첩장이나 결혼식 자료, 주거지 계약 및 생활비 정산에 공동으로 참여한 금융거래 내역 등 '사회통념상 부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증거가 필수적이다.
두 번째로 재판부가 눈여겨보는 증거는 정당한 사유 없는 경제적 유기의 정황이다. 부양의무 위반이 인정되려면 상대방이 경제적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부양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거 꾸준히 지급되던 생활비 송금 내역이 특정 시점부터 갑자기 중단된 통장 거래 내역, "이제 더 이상 생활비를 줄 수 없다"는 등의 상대방 발언이 담긴 대화록·녹취록, 부양 받는 측의 소득 부재 및 병원비·공과금 등 실질적 생계 곤란 정황을 증명할 자료가 반드시 구비되어야 한다.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은 자신의 소득이나 재산을 숨겨 부양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흔하다. 따라서 단순히 소송만 제기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실제 재산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이나 재산 명시 신청 등 재판부의 법적 절차를 활용하여 객관적인 부양 가능 능력을 입증해 내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법원은 형식적 신분 관계가 없더라도 실질적 부부 공동생활이 인정된다면 민법상 부양의무를 고스란히 적용하지만 그 전제인 '사실혼의 실체'와 '경제적 유기'가 입증되어야만 한다. 혼인신고를 안 했으니 부양 의무가 없다고 강변하는 피고에 맞서려면 소송을 제기하기 전부터 증거를 철저히 수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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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훈 로이슈(lawissue) 기자 lkh@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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