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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①] 난자공여 | 핑크 뱃지가 절실한 난임고령부부의 최후 희망

[제작지원] 한국언론진흥재단

2026-09-15 17: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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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활용이미지]
[로이슈 편도욱 기자] 지하철 좌석 앞에 붙은 분홍색 임산부 배려 엠블럼. 흔히 '핑크 뱃지'로 불리는 이 작은 표식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임신의 부수적인 증표에 불과하지만, 고령 난임부부에게는 몇 해에 걸친 시술 끝에야 겨우 손에 닿을까 말까 한 목표다.

폐경을 눈앞에 둔 '4말5초'는 시험관 시술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임신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나이다. 45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단일 의료기관 연구에서 45세의 자가 난자 배아이식당 생아 출산율은 4.4%였으며, 46세는 0.8%로 떨어졌다. 해당 연구에서는 47세 이상에서 생아 출산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연구 대상과 기간이 제한된 단일기관 연구라는 한계는 있지만, 40대 중후반으로 갈수록 자신의 난자를 이용한 시험관 시술의 성공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실낱같은 희망을 잡으려는 고령 난임 부부가 마지막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난자공여다.

난자공여는 자신의 난자로 임신하기 어려운 여성이 제3자의 난자를 이용해 배아를 만든 뒤 자신의 자궁에 이식하는 방식이다. 직접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령 난임 부부에게 마지막 선택지 중 하나로 꼽힌다.

임신의 가장 큰 걸림돌인 여성의 연령 증가와 난자 질 저하 문제를 젊은 기증자의 난자로 극복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자신의 난자를 사용하는 일반 시험관 시술보다 월등히 높은 임신 성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소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난자공여 시술의 배아이식당 생아 출산율은 36.1%로 집계됐다. 이는 46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자가 난자 시험관 시술(IVF) 연구에서 보고된 배아이식당 생아 출산율 0.8%와 비교하면 약 45배 높은 수준이다. (다만 46세의 0.8%는 해당 연구에서 제한된 생아 출산 사례를 바탕으로 산출된 수치이며, 두 연구는 대상과 조사 시기, 시술 환경 등이 달라 단순한 성공률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해외 일부 의료기관은 난자공여의 임신 성공률을 50~70% 이상으로 제시한다. 자신의 난자를 이용한 시술의 성공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고령 난임 부부에게 난자공여가 마지막 선택지로 거론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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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활용이미지]

하지만 난자공여를 선택하는 순간 고령 난임부부의 여성은 자신의 유전자를 아기에게 물려주지 못한다는 아픔도 감내해야 한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모든 과정을 온전히 자신의 몸으로 감당하면서도 아기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난자공여는 결코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

특히 여성 입장에서는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주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불안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난 뒤 자신과 아이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될지, 유전적 연결이 없다는 사실을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불안감 때문에 난자공여를 고민하다 시술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심리적 고민에 현실적인 문제까지 더해진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은 삶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시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앞으로의 삶을 다시 계산해야 하는 전환기에 가깝다. 직장에서는 정년과 고용 불안이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가정에서는 자녀 교육비와 부모 부양, 주거비와 노후 준비가 동시에 겹친다. 이미 지출해야 할 돈은 많은데 앞으로 벌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든다는 압박도 커진다.

심리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다. 또래의 자녀들이 성장해 독립을 준비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뒤늦게 아이를 갖는 선택이 과연 옳은지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가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와 자녀가 학교에 들어가고 성장하는 시기가 겹칠 가능성도 크다. 체력과 건강에 대한 걱정 역시 젊은 부모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반복되는 시술과 실패는 부부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치료에 대한 기대와 피로, 여성에게 집중되는 신체적 부담과 경제적 부담이 겹치면서 치료를 계속할지 중단할지를 두고 부부의 생각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연령 증가에 따른 임신과 출산의 부담도 더해진다. 고령 임신에서는 임신성 고혈압과 임신성 당뇨 등 임신·출산 관련 합병증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40대 후반으로 갈수록 자신의 난자를 이용한 임신 가능성이 낮아지는 만큼 치료 과정에서도 연령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더군다나 난자공여는 국내에서는 난자 기증과 관련한 제약이 커 고령 난임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다. 결국 해외 난임병원을 찾아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경우도 생긴다. 문제는 해외로 나간다고 해서 모든 과정이 간단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느 국가에서 시술을 받을지, 난자 제공과 공여자 매칭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는 충분한지, 국내에서 준비해야 할 절차는 무엇인지까지 당사자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

더 답답한 것은 법의 경계조차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난자공여 시술이라도 국내법이 어디까지 적용되는지, 어떤 행위가 허용되고 어떤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되는지 명확한 기준을 찾기 어렵다. 마지막 희망을 붙잡기 위해 해외까지 찾아간 난임부부가 이제는 의료적 위험뿐 아니라 법적 불확실성까지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이번 기획시리즈에서는 고령 난임부부의 현실을 출발점으로 국내외 난자공여 제도와 비용, 해외 시술 과정의 문제, 실제 현장과 출산 이후의 현실까지 차례로 짚어본다.

난자공여라는 선택지에 이르기까지 고령 난임부부가 겪는 현실은 통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반복되는 시술과 실패, 시간이 줄어든다는 압박, 치료를 계속할지 중단할지를 둘러싼 고민이 쌓이면서 일부 부부는 결국 기존의 치료만으로는 더 이상 선택지가 없다고 판단하는 순간을 맞는다. 난자공여 역시 이러한 치료 과정의 연장선에서 고민하게 되는 선택지다. 난임부부를 가까이에서 만나온 한국난임가족연합회 관계자와 직접 난임을 극복한 뒤 상담과 정서적 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난임 극복 멘토를 통해 고령 난임부부가 치료 과정에서 마주하는 현실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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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 홍성규 한국난임가족연합회 사무국장

[사진=제공] 홍성규 한국난임가족연합회 사무국장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제공] 홍성규 한국난임가족연합회 사무국장

Q. 전체 난임 부부 가운데 고령 난임 부부가 차지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A.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로 보는 난임시술(2023년 진료분)』 등에 따르면 2023년 체외수정시술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37.8세다. 전체 대상자 가운데 35세 이상이 72.9%, 40세 이상은 38.3%를 차지했다.

특히 40세 이상 난임부부가 전체의 약 40%에 이른다는 것은 고령 난임부부가 전체 난임 치료 현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40세 이상 난임 환자의 비율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Q. 고령 난임 부부가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가장 먼저 신체적·생물학적 한계를 꼽을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난소 예비능이 떨어지고 과배란 유도제에 대한 반응도 낮아져 한 번의 시술에서 채취되는 난자 수가 줄어든다. 정상적인 배아를 확보하지 못해 배아 이식 자체가 어려워지거나 착상 실패와 유산 가능성이 높아지는 문제도 있다.

시간에 대한 압박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부담도 크다. 한 번의 실패가 난소 기능의 추가적인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충분한 회복 기간을 갖지 못하고 다음 시술을 서두르는 경우도 있다.

반복되는 채취와 이식, 실패와 유산은 경제적 부담과 신체적 피로까지 누적시킨다. 정부 지원이 확대됐지만 반복적인 시술 과정에서 비급여 항목과 자기부담금이 늘어나고, 잦은 병원 방문과 치료는 직장생활과 일상생활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Q. 현재 난임 시술 지원정책에서 고령 난임 부부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고령 난임부부는 난소 기능 저하로 인해 난자 채취를 반복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현행 지원 횟수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지원 횟수를 모두 소진한 뒤에도 치료를 이어가야 하는 부부는 상당한 의료비를 부담하게 되고, 결국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첫 번째 자녀를 임신하기 위한 시술에 대해서는 현재의 횟수 제한을 폐지하거나 보다 유연하게 운영해 경제적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

난임은 단순히 횟수를 제한하는 방식이 아니라 질병 치료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개인별 치료 과정과 상황을 고려해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난임부부의 건강권과 출산권을 보장하는 방향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인터뷰 2】 난임 극복 멘토 김지혜

[사진=제공]난임 극복 멘토 김지혜
[사진=제공]난임 극복 멘토 김지혜

난임 극복 멘토는 한국난임가족연합회에서 난임을 직접 극복한 당사자들이 현재 치료 중인 난임부부의 상담과 정서적 지원을 위해 활동하는 멘토다.

Q. 직접 난임을 경험한 입장에서, 고령 난임 부부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가장 큰 어려움은 아이를 간절히 원하지만 나이와 난소기능 저하로 인해 선택할 수 있는 치료 방법과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현실이다.

나 역시 난포가 보이지 않아 난자 채취조차 시도하지 못하는 상황을 경험했고, 어렵게 시술을 진행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아이를 원해 계속 치료를 이어가지만 어느 순간에는 더 이상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막막함을 느끼게 된다.

특히 아이를 포기하고 싶어서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더 이상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비자발적으로 아이 없는 삶을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다는 현실이 고령 난임 부부에게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멘토 활동을 하며 만난 고령 난임 부부들은 치료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가?

A. 난소기능 저하로 인해 조기배란이나 공난포, 수정 실패 등을 경험하면서 시술이 중단되거나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단순히 한 번의 시술에 실패했다는 아쉬움을 넘어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신에게 아직 남아 있는 치료 방법이 있는지에 대한 불안과 막막함이 커진다.

일반적인 난임 부부가 어디까지 치료를 해봐야 하는지, 언제까지 치료를 이어가야 하는지를 고민한다면 고령 난임 부부는 언제까지 치료를 할 수 있을지, 될 때까지 시도하고 싶은데 앞으로도 난자가 나와 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Q. 반복되는 시술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부부에게 나타나는 심리적 변화는 무엇인가?

A. 나이가 들수록 가장 크게 나타나는 심리적 변화는 조만간 난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서 오는 조급함과 계속되는 실패로 인한 무기력함이라고 생각한다.

어렵게 시술을 준비해도 난포가 보이지 않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단순히 한 번의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혹시 이제는 난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이번에는 잘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시술을 시작하지만 실패가 반복되면 또다시 실망할까 봐 기대하는 것조차 두려워진다.

특히 고령 난임의 경우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치료를 쉽게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계속해서 큰 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치료를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 자체가 난임 부부에게 또 다른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한국난임가족연합회

한국난임가족연합회는 난임부부의 권익 보호와 사회적 인식 개선을 비롯해 난임 상담과 교육, 건강관리와 멘토링 등 다양한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난임 당사자 단체다.

난임 시술 지원을 모두 받고도 임신에 성공하지 못한 부부에게 시험관 시술 1회를 추가 지원하는 '아가야 보듬이' 사업을 비롯해 난임부부 대상 1박 2일 힐링캠프와 건강관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11월 11일에는 난임가족의 날 기념행사를 열어 난임 성공수기 공모전을 진행하고, 선정된 수기를 책자 '아가야'로 발간하고 있다.

서울시와 함께 난임부부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편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생식건강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도 난임상담센터 운영과 난임 예방·극복 교육, 임신 지원 프로그램, 난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을 이어가고 있다.


※ 이 기사는 기사 작성 과정의 일부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했으며, 기사 내용의 정확성과 책임은 본사에 있습니다.

편도욱 로이슈 기자 toy1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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