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부산지하철노조가 (사)지역노동사회연구소(소장 문영만)와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 2026년 1월부터 6개월 동안 연구를 진행한 「부산지하철 안전인력 확보 및 공공성 강화전략 연구」 최종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는 △현장 노동자 1,742명 설문조사 △부서별 FGI(포커스 그룹 인터뷰) △시민 여론조사 △재무·무임제도 분석 △해외 지하철 인력·안전 사례 비교를 종합해 부산도시철도 운영 구조와 인력·재정·공공성 실태를 다각도로 진단한 정책연구용역이다.
연구진은 “부산도시철도는 320만 부산 시민의 일상적 이동권을 책임지는 핵심 공공교통수단이지만, 안전보다 비용절감을 우선하는 인력운영이 노동자 건강 악화와 시민 안전위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단순한 정원이 아닌 실제 현장에 투입 가능한 가동 인력 기준의 인력 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도시철도 – 높은 공공성, 그러나 인력·재정 구조의 모순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도시철도는 연간 3억 1877만 명(2025년 기준)이 이용하는 부산 시민의 핵심 공공교통수단으로, 사회경제적 편익(1조 5427억 원)은 운영비용의 2.13배, 이용편익은 1.49배로 분석됐다.
노후전동차 교체, 건강증진 편익, 낮은 요금에 따른 시민 요금 편익, 고령자 무임승차에 따른 사회적 편익 등은 도시철도가 환경·교통·복지 측면에서 매우 큰 공공성을 갖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급속한 고령화와 65세 이상 경로우대 무임승차 증가, 요금 현실화율 하락으로 재정 악화와 부채비율 상승, 실질임금 감소가 동시에 나타났다.
보고서는 노인복지법에 근거한 도시철도 무임요금제도가 공익서비스(PSO)에 해당하는 만큼, 무임손실금은 도시철도 요금 감면을 직접 요구한 국가·지자체가 책임지고 보전해야 하며, 이를 도시철도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 논리로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합원 설문·통계 분석 – 인력 부족, 건강 악화, 아차사고 급증
조사에 따르면 부산지하철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전체 고용 규모가 감소한 반면, 서울·인천 등 타 도시철도는 인력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부산지하철 안전사고는 2020년 867건에서 2025년 1,509건으로 74% 증가했으며, 업무량 증가와 인력 공백, 시설 노후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조합원 설문조사(1,742명)와 통계 분석 결과, 응답자의 52.0%가 “현재 인력 수준으로는 안전 확보가 어렵다”고 응답했고, 역무 66.8%, 관제 60.7%, 기술 60.6% 등 안전 핵심 부서에서 인력 부족 인식이 특히 높았다. 보고서는 안전인력 부족이 노동자 건강과 시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회귀분석(Logistic Regression)을 통해 추정했다.
그 결과 적정 안전인력 부족, 2인 1조 원칙 미준수, 초과근무 빈도, 높은 노동강도, 낮은 직무만족도가 수면장애·만성피로·무기력증 등 업무상 질병 발생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업무상 질병과 인력 부족이 '아차사고' 경험 비중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1년간 아차사고를 경험한 노동자 비율은 62.4%에 달했으며,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응답한 집단에서 아차사고 경험 비중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연구진은 “현재의 안전 수준이 적정 인력에 의해 확보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 노동자들의 추가적인 희생과 부담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며 “‘인력 부족→업무량 증가→노동자 건강 악화→시민 안전위협’이라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필수 안전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FGI 결과–정원이 아니라 ‘가동 인력’이 문제
이은수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박준희 일본 도시샤대학교 산업관계학부 교수,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부산지역위원장 등이 기술·역무·승무·차량지부 등 부산지하철 모든 분야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36차례에 걸쳐 진행한 FGI에서는 “정원은 있어도 실제 현장에 가동 가능한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보고서는 “각 지부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일·가정 양립 정책 확대로 인한 결원 △업무량 증가나 업무 성격의 변화 반영 부족 △출근율 100%를 전제로 운용되는 인력 체계”라고 밝히며, 현실에 맞는 인력산정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육아휴직·출산휴가·병가·교육·공가 등으로 인해 상당수 인력이 상시적으로 현장을 이탈하는 구조 속에서, 산업안전보건법·철도안전법·소방안전 관련 기준과 내부 매뉴얼이 요구하는 최소 안전기준조차 충족하기 어려운 작업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정 안전인력(산업안전보건법·소방법 등)을 충족하기 위한 부족 인원은 기술 392명, 역무 232명, 승무 77명, 차량 54명 등 총 755명으로 산출됐다. 연구진은 “현재의 안전 수준은 적정 인력에 의해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이 버티는 구조”라며 “인력 문제를 비용이 아니라 시민 안전과 직결된 공공안전 문제로 재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 여론조사–기본 신뢰 속 ‘안전인력 보강’ 요구
시민 여론조사 결과, 부산도시철도는 정시성·빠른 이동·운행 신뢰성 등 기본 기능에 대해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동시에, 혼잡 시간대·이례상황(화재·지진·난동·장애 등) 대응 인력 부족 인식, 현장 접점의 약한 가시성, 시설 노후화 체감, 비상장비 위치·사용법에 대한 낮은 이해도, 외주화 시 책임·품질 기준에 대한 우려 등 공공성 보강 과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는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이 공공성 의제로 제기해 온 '인력 확충, 정규직 충원, 책임 기준 확보' 방향과 일치한다.
재원 마련 방식으로는 중앙정부와 부산시의 책임 강화를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고, 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가 나타나, 공적 책임과 집행 투명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인식이 확인됐다.
◇해외 사례 – 인력 감축이 부른 안전 위기
베를린·런던·파리 지하철 사례 분석에서는 인력 감축과 노후 인프라 방치가 안전사고 및 신뢰 위기로 직결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베를린은 낡은 인프라의 보수·교체 부족으로 잦은 사고와 서비스 신뢰 하락을 겪었고, 런던은 2020년 감염병 이후 승객 감소를 이유로 인력을 감축한 결과, 안전사고 증가와 역 폐쇄, 유지보수 차질을 경험했다. 파리는 자동화·신노선 확대와 병행해 대규모 채용을 추진하며, 인력 충원을 안전사고 예방의 필요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보고서는 “부산지하철은 직원 1인당 승객 수가 많은 구조로, 런던처럼 재정을 이유로 인력 투자를 미루다 안전 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유지·보수 안전인력 기준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책 제언 – 노조·연구소 공동 제안
부산지하철노동조합과 (사)지역노동사회연구소는 최종보고서를 통해 정책 방향을 제안했다.
▲필수 안전인력 755명 시급 충원 ▲단순 정원이 아닌 가동 인력을 기준으로 인력관리 전환 ▲ 안전 중심 도시철도 운영체계 구축 ▲공공교통의 공공성 회복과 재정 책임 분담이 그것이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부산도시철도 안전인력 부족은 노동자의 건강 악화와 안전사고 위험 증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곧 시민 안전위협으로 직결된다”며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 중앙정부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필수 안전인력 755명 충원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부족한 인력으로 버티는 구조를 끝내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시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부산지하철 안전망을 함께 구축해 나가자”고 덧붙였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오문제 위원장은 “이번 연구과제를 바탕으로 올해 교섭에서 인력투쟁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 보고서는 끝이 아니라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기 위한 투쟁의 시작이다. 최종보고서는 제안에서 마무리 하지만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이것을 근거로 변화를 만드는 투쟁을 본격화 할 것”이라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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