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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관계 동료 부인의 협박 의한 사표는 무효

서울행정법원 “협박으로 겁에 질린 상태서 사표”

2006-11-17 14:05:50

직장에서 단순한 남자 동료관계에서 사랑의 편지를 주고받는 ‘연정’으로 발전하다가 그런 사실이 그 부인에게 발각돼 협박을 받고 사직서를 내 의원면직 처리됐던 정부기관 연구원이 법정 싸움 끝에 복직하게 됐다.

법원에 따르면 원고는 92년 OO대학 원예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농림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근무하게 됐으며, 이후 명문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는 등 성실하게 연구원으로서 일했다. 원고는 96년 결혼해 남매를 출산했다.

그런데 원고는 2005년 3월부터 같은 연구팀에서 A씨와 책상을 마주하고 근무하면서 사건이 비롯됐다.

A씨는 2005년 5월 원고와 함께 업무상 출장을 다녀오게 된 것을 계기로 원고에게 E메일을 보내기 시작했으며, 자신이 찍은 원고의 사진 등도 보냈다.

이후 A씨는 2005년 6월10일 원고의 결혼기념일 선물이라고 하면서 과자와 케이크를 원고에게 선물했고, 13일에는 손수 만든 것이라고 하면서 하트 모양의 비누를 선물하기도 했다.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은 6월17일 제주도로 출장을 가게 됐는데, A씨는 세미나를 마치고 회식이 끝난 후 원고를 숙소로 바라다 주면서 원고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고, 그 때부터 A씨는 원고에게 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자신의 감정이 담긴 편지 등을 보내기 시작했다.

A씨는 6월22일 원고에게 ‘출장길에서의 연정’이란 제목으로 사랑의 감정이 담긴 메일을 보냈고, 마침 A씨의 처가 A씨의 이메일을 열어보았다가 원고의 답장 편지를 보게 됐다.

원고의 답장 글에는 “자꾸 두려워져요, 사랑이 너무 커지는 것 같아서...사랑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우린 도덕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불륜인 걸요”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를 보고 화가나 A씨의 처는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의 답장을 회사직원들에게 보냈다. 난 컴퓨터공학과 교수인데 이런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유포시키면 한 사람쯤 사회에서 사장시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후에도 원고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두 번 다시 남편을 만나면 사냥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말을 하는가 하면, 남편의 직장인 피고에게 전화해 원고와 남편을 즉시 인사 조치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만일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청와대 등 상급기관에 알려 피고가 불이익을 당하도록 하겠다”고 압박했다.

피고는 즉시 간부회의를 열어 원고에게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면서 사직원을 제출해 줄 것을 요구해 원고는 결국 사직원을 제출할 수밖에 없었고, 사직서는 곧 수리돼 2005년 7월19일 의원면직 처리됐다.

하지만 원고는 다음날 상사에게 전화해 사직원은 진의로 작성해 제출된 것이 아니어서 철회하겠으니 복직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피고 앞으로 ‘청장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보내 사직원 제출을 취소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피고는 사표가 이미 수리돼 되돌리기가 불가능하다며 원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원고는 “사직의 의사표시는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인 만큼 사직 처리는 위법”이라며 소송을 낸 것.

이와 관련,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정종관 부장판사)는 강OO(36,여)씨가 농촌진흥청을 상대로 낸 면직처분취소 청구소송(2006구합2657)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의 처가 원고에게 수차례에 걸쳐 전화해 협박하는 한편 농촌진흥청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전화를 하며 급기야 원고가 사직원을 제출해 바로 수리되기에 이른 점에 비춰 보면 A씨의 처가 원고 등에 대한 협박 내용과 정도 등이 가히 어떠했는지를 능히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처의 협박 내용과 정도 등으로 봐 원고의 사직원 작성 및 제출은 협박으로 말미암아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박탈당할 정도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정도로 겁에 질린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도 이를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직의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고가 사직원을 제출한 다음날 직장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직원을 철회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사직의 의사표시에 대한 취소의 의사표시는 피고에게 도달됐다”며 “따라서 사직의 의사표시는 적법하게 취소됐고,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사직의 의사표시가 없는 상태에서 행해진 것으로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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