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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잘못한 판사 부당한 목적 없으면 책임 없어

대법 “법관 직무수행 기준 현저하게 위반돼야 인정”

2006-10-21 18:31:51

판사가 재판에 있어 비록 법령 규정을 따르지 않은 잘못이 있더라도, 위법 부당한 목적을 갖고 재판을 했다거나, 법관의 직무수행 준수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최근 근저당권 말소등기사건에서 패소한 변OO(70,여)씨가 “재판장이 증인의 허위 증언을 경솔하게 믿고 패소 판결을 내리는 바람에 부동산 소유권을 상실하게 돼 물질적,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05다46226)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원고는 93년 사업업자 이OO씨로부터 남편 빚을 갚지 않으면 상해를 가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으로 기소중지 중인 남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서울 을지로에 있는 이 사건 건물에 관해 채권최고액 1,900만원의 근저당권설정을 해 줬다.

이후 이씨는 원고에게 통보하지도 않고 남편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자신의 누나에게 근저당권을 양도했고, 고OO씨는 원인무효인 위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절차에서 경락받아 소유권을 이전했다.

이에 원고는 이씨의 누나를 상대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원인무효이고, 고씨를 상대로는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임을 이유로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두 소송의 1심에서 모두 원고 승소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원고에 따르면 “고씨가 항소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사건에서 서울고법 담당 재판장은 법관의 중립의무를 위반해 원고의 신청이 없음에도 직권을 변론을 재개해 이씨를 증인으로 채택한 후 이씨의 허위 증언을 경솔하게 믿고 말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려, 결국 부동산 소유권을 상실하게 돼 물질적, 정신적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고는 “그 후 원고가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하자, 원고의 억울함으로 해소해 주겠다며 시위를 그만두라고 해 시위를 그만두고 기다렸으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원고를 기만했다”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낸 사건.

이와 과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말하는 위법한 행위로 돼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법관이 위법 부당한 목적을 갖고 재판을 했다거나 법이 법관의 직무수행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는 등 법관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행사했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설사 원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이씨에게 설정해 준 근저당권설정등기가 피담보채권이 없거나 강박에 의한 것으로서 원인무효라고 해도, 말소등기청구사건에서 담당 재판장이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갖고 재판을 했다거나 법이 법관의 직무수행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하는 등 법관에게 부여된 권한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게 재판권을 행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은 옳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원심인 서울고법은 “법관이 행하는 재판사무의 특수성과 재판과정의 잘못에 대해 따로 불복절차에 의해 시정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법관의 재판에 법령규정을 따르지 않은 잘못이 있더라도 이로써 바로 재판상 직무행위가 국가배상법에서 말하는 위법한 행위가 돼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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