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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과 출산경력 속여 결혼하면 혼인취소사유

서울가정법원, 혼인신고 한 이상 혼인무효사유는 안 돼

2006-10-11 13:30:46

배우자가 이름과 나이, 이혼경력과 출산경력 등을 속이고 결혼했다면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그러나 부부가 혼인신고를 했다면 혼인의 합의가 있다고 봐야 하므로 혼인무효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가정법원 제4부(재판장 손왕석 부장판사)는 최근 윤OO(42)씨가 “아내가 결혼할 때 이혼경력 등을 속였다”며 아내 권OO(51,여)씨를 상대로 낸 혼인무효 등 확인소송(2005드합2103)에서 “혼인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원고 윤씨와 피고 권씨는 지난 94년 회사 업무관계로 알게 돼 96년경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해 97년 4월 결혼했다.

그런데 피고는 교제 당시 원고에게 자신은 원고보다 두 살 연상인 62년생으로 혼기를 놓친 노처녀인데 명문대를 나와 중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하다가 사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고는 실제로는 55년생이고 고교를 졸업했으며 교직생활을 한 적도 없고, 또한 피고는 76년 A씨와 혼인해 2명의 자녀를 뒀으나 81년 이혼한 후, 83년 B씨와 다시 혼인해 딸 1명을 뒀으나 90년 이혼했다.

혼인생활을 하면서 원고는 피고에게 수차례 혼인신고를 할 것을 종용했는데, 피고는 자신의 호적정리가 필요하다는 등의 핑계로 혼인신고를 미루다가 2001년 2월 자신의 실제 이름을 원고에게 이야기 하고 혼인신고를 했다.

한편 이들은 피고의 가사소홀과 원고의 여자관계 등에 대해 다투다가 급기야 원고가 피고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2004년 12월 원고가 이혼을 준비하기 위해 호적등본을 발급받는 과정에서 피고의 이혼경력과 출산경력 등을 알게 됐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이름과 나이, 학력, 이혼경력, 출산경력 등을 속여 기망당한 상태에서 표시한 원고의 혼인의사는 혼인 상대방의 동일성에 대한 착오에 이를 만큼 중대하고도 명백한 하자가 있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민법은 혼인무효사유와 혼인취소사유를 구별하고 있고, 혼인은 무효 또는 취소되더라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고 특히 무효의 경우 소급효가 인정되는 점에 비춰 혼인의 무효와 취소는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와 피고가 혼인신고를 한 이상 혼인의 합의가 있다고 봐야 하며, 가사 원고의 주장대로 피고의 이름과 나이, 학력, 이혼경력, 출산경력 등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더라도 민법 제815조(혼인무효) 제1호(당사자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의 혼인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가 원고에게 자신의 학력, 혼인경력, 출산경력 등에 대해 거짓말하고 이로 인해 착오에 빠진 원고가 혼인의사를 표시한 것이고, 이 같은 기망에 의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원고가 혼인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따라서 이 사건 혼인은 혼인취소 사유를 규정한 민법 제816조 제3호(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해당돼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의 이 같은 사기로 인한 혼인으로 인해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가 학력, 혼인경력, 출산경력 등을 속이기는 했으나 혼인생활에 장애가 된 사실이 없고, 혼인생활 7년 동안 별다른 다툼 없이 유지한 점, 피고의 나이와 재산정도, 혼인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해 보면 위자료 액수는 3,000만원으로 정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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