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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변호사에 사과…“검찰, 한 수위” 칭찬

“권력 칼날로부터 국민 지키는 법원 만들고 싶다”

2006-09-26 20:09:10

이용훈 대법원장은 26일 전국 법원 순시 마지막 방문지인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자신의 검찰과 변호사에 대한 비하성 발언 파문과 관련, 조목조족 진의를 해명하면서 사실상 사과를 표명했다.

미리 준비된 원고 없이 50여분 동안 진행된 훈시에서 이 대법원장은 먼저 “법원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한답시고 거친 말을 함부로 하고, 말실수를 하는 바람에 상처가 됐다면 양해해 달라”고 사과했다.

이어 “나는 평소 다른 사람을 굉장히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인데 일선 법원을 방문하면서 구술주의와 공판중심주의의 원칙, 재판의 나아갈 방향을 얘기하다가 심하게 얘기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 대법원장은 “그 과정에서 재판 당사자 되는 검찰과 변호사도 있고, 그 분들에 대해 얘기를 원색적으로 했다가 신문에서 얻어맞기 시작했다”면서 그러나 “법원은 국민의 생명과 보호라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에 우리가 가야할 재판 방향과 국민과의 관계, 원칙에 대해서는 조금도 잘못한 것 없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 “검찰과 변호사의 역할을 비하하거나 무시할 생각 없었다”

그는 “부산에 갔더니 어떤 판사가 ‘법조 3륜’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내가 평소 싫어하는 얘기였다”며 “물론 검찰과 변호사의 역할을 비하하거나 무시할 생각은 없으나, 법원이야 헌법으로 사법권을 행사하는 곳으로서 입법, 사법, 행정 중 한 곳임은 맞지만 검찰과 변호사와 동일 선상에서 얘기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법원과 검찰과 변호사의 관계는 평소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것처럼 서로 협력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며 “물론 3륜차가 가려면 법원과 검찰, 변호사가 잘 협조해야 하지만 일반 국민에게는 유착관계 있는 것처럼 말이 비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원과 검찰, 변호사가 유착관계 있으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절대 제 기능 다 할 수 없어 검찰과 변호사와는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며 “검찰과 변호사는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곳으로 내가 직원들에게 그런 법원에 근무하는 것에 대해 자긍심을 가져야한다는 뜻에서 말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검찰은 국가의 변호사고, 변호사는 개인의 변호사”라며 “법원이 엄격하게 구분돼 있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제 역할 다할 수 없다는 생각은 지금도 일관되게 갖고 있어 한 법관이 ‘법조 3륜’ 얘기를 하길래 그런 얘기 한 것이며, 지금도 그 얘기는 조금도 잘못 됐다는 생각은 안 든다”고 강조했다.

◈ “신문에서 내가 변호사를 사기꾼이라고 한다고 내보내 곤욕 치러”

이 대법원장은 또 “내가 대전에서 구술주의 얘기하다가 ‘민사재판에서 변호사들이 내놓는 서류는 대체로 남을 속이기 위한 것’이라고 해서 미묘한 말실수라고 했는데, 신문에서 변호사를 사기꾼이라고 한다고 내보내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며 “그렇게는 얘기 안했다”고 부인했다.

그는 “전후맥락은 변호사는 누구나 자기에게 유리한 얘기만 하지 불리한 얘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내가 변호사 해봐서 잘 안다. 변호사가 불리한 말 하면 당사자가 변호사 용인할 수 없다”며 “그래서 내가 변호사 통해 사실 확인하는 것보다는 당사자 본인 불러 사실 확인하는 게 훨씬 쉽고 용이하다는 말을 하다가 오버를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이번 일로 대법원장도 가슴에 응어리 질 정도로 상처 입었다”

이 대법원장은 “이번 일로 대법원장 개인으로서는 가슴에 응어리 질 정도로 언론 질타를 받아 이만저만 상처를 입은 게 아니다”며 “그러나 이 일로 법원을 위해서는 새로운 빛을 봤고, ‘크게 한 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대법원장도 못하는 일을 내가 말실수 하나와 언론의 잘못 접점된 보도로 인해 만나는 사람마다 공판중심주의가 뭐냐고 물어보는데, 국민이 법원이 이런 일 하는 곳이구나 알게 됐다”며 “그러나 다시금 말하고 싶은 것은 검찰이나 변호사가 상처 입었다면 절대 의도하지 않았다”고 거듭 사과를 표명했다.

◈ “검찰이 증거분리제출을 실시한다고 해 검찰이 한 수 위라고 생각했다”

또 이 대법원장은 “형사재판에서 공판중심주의는 법정에서 법관이 조사한 증거에 의해 유무죄 확정하는 것인데, 검찰 수사기록으로 유무죄 확정한다면 뭐 하러 재판이란 어려운 절차 거쳐야 하나, 그냥 수사기록 갖다놓고 베끼면 그만”이라며 “유무죄 판단권을 법이 부여하고 있는 것을 우리가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동안 증거능력 없는 수사동향보고서 등을 통해 법관이 심증을 갖고 재판해 왔는데 이번에 어떤 교수가 증거능력 없는 서류에 의해 법관이 심증을 갖는 것은 위법한 재판이라고 했다”며 “그 동안 우리가 위법한 재판을 해왔던 것이고, 이번에 검찰이 전국적으로 증거분리제출을 실시하겠다고 해서 역시 검찰이 우리보다 한 수 위구나라고 생각했다”고 검찰을 칭찬했다.

◈ “권력의 칼날로부터 국민 지켜낼 수 있는 법원 만들고 싶다”

영장과 관련, 이 대법원장은 “우리는 수사할 권한 없고 재판할 권한만 갖고 있는 사람이어서 번뜩이는 권력 앞에서 사법권 독립을 지켜내는 것은 청렴한 법원이 아니면 안 된다”며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려고 해도 정말 자기 생활 떳떳치 못하면 영장기각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렴한 법원이 돼야 우리가 주창하는 공판중심주의, 국민의 생명, 인권보호하기 위해 영장심사 강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권력의 칼날로부터 국민을 지켜낼 수 있는 그런 법원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법원에 갔더니 과장이 ‘판사 2~3년 한 사람하고, 사무국장 중 누가 높냐’고 물어 법관과 직원은 사법부라는 한 조직체에 기능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지 상하관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대답했다”며 “우리는 한 배를 탄 사람들로 법원이 유기체적인 조직을 위해 단합하지 않는다면 사법권이 제대로 적정하게 행사될 수 없다”며 단합을 당부했다..

이어 “오늘 일반직원 사무실을 돌아보고 열악한 사무실에서 열심히 근무해 줘 고맙기도 하고, 가슴도 아팠다”며 “앞으로 남은 임기 일반직원 사무환경 개선하는데 노력하겠고, 직원 사무환경 개선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도록 애쓰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법원장은 끝으로 “(판사와 일반직원들이) 서로 배려한다면 법원은 탄탄대로 걸으면서 국민신뢰 받을 수 있을 걸로 생각한다”며 “그래서 우리 가족과 이웃, 국민으로부터 법원에 근무한다는 사실만으로 존경의 눈초리를 보내는 법원을 만들어 보자”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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