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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 “검찰이 판사 뒷조사” 폭로 충격

대법원장 발언 파문에 검찰, 변협, 언론 싸잡아 쓴소리

2006-09-22 17:20:29

이용훈 대법원장에 대해 변호사단체들이 잇따라 사퇴를 촉구하고, 검찰총장이 유감을 표명하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직 부장판사가 검찰과 변호사단체 그리고 언론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글을 법원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22일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정진경부장판사
▲정진경부장판사
특히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정진경 부장판사는 ‘대법원장 말씀과 관련한 논쟁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검찰이 무죄판결이나 영장기각과 관련해 불만이 있으면 법관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하고, 판사에 대한 뒷조사까지 한다”고 폭로해 충격을 주고있다.

그는 먼저 “대법원장이 전국을 순시하면서 법원 구성원과의 대화 자리에서 하신 말씀을 갖고 변협과 검찰이 반발을 하고,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법원장이 했던 말씀과 해명을 들어 보면 언론이 지나치게 일면만을 부각시켜 전체의 발언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어 “대법원장의 근본적인 발언 취지는 현재 잘못된 법원의 관행을 적절히 지적한 것으로 법원은 이번 논쟁을 과거의 타성을 깨고, 법의 취지에 맞는 재판관행을 정립해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검찰에 화살을 겨냥했다. 정 부장판사는 “검찰의 조서재판의 문제점에 대해 대부분의 판사들도 공감하고 있는데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갖고 있는 한 공익의 대변자가 될 수 없고, 수사분야에 인력을 빼앗겨 전문적인 기소기관이 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검찰이 (경찰에) 수사권을 넘겨주고, 전문적인 기소기관으로 거듭나야 하는데 현재 권력기관인 검찰이 수사권을 쉽게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피의자는 나중에 법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하게 사용될지도 모른 (검찰)신문에 그저 검사의 선처만 바라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실제로 피의자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구속영장청구를 위협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피의자의 진술권은 고려하지 않은 채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를 추정해 손쉽게 영장을 발부해 준 법원의 관행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 부장판사는 “이런 법원의 잘못된 관행은 검찰을 더욱 권력기관화 해 검찰이 무죄판결이나 영장기각에 관해 불만이 있으면 헌법기관인 법관 개인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항의하고 판사에 대해 뒷조사하는 등 압력을 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충격적인 폭로를 했다.

그는 “성격이 과격하다고 알려져서인지 개인적으로 항의전화를 경험하지 못했으나, 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겠다는 내용의 압력은 서울북부지법과 광주법원에서 받아본 사실이 있다”고 근거로 제시했다.

또 “검사는 판사에게 있어 재판의 당사자일 뿐인데 검사가 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방법으로 판사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며 “(검사가) 같은 국가기관으로서 그 정도의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할 수 있겠지만 검사 이외의 다른 국가기관이 판사 결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이런 현상은 현재까지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정 부장판사는 “이곳 고양지원에서도 몇몇 검사들이 직접 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영장기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사례가 있다고 하고, 검찰차원에서 (판사에 대한) 자료를 수집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정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과거의 예를 보면 검찰은 자신의 기득권과 관련해 불이익을 입게 된다고 판단할 때는 언제나 역공을 가해 왔다”며 “과연 법치국가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냐”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아울러 “검찰의 불법적인 행동에 대한 사례를 법원행정처 차원에서 수집하고 대응을 강구해야 하며, 그런 행동이 거듭되는 경우 징계요구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변협은 사법개혁안에 대해 대안 제시 못한 채 반대로 일관”

또한 정진경 부장판사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대한변호사협회에 대해서도 칼날을 세웠다.

정 부장판사는 “변협이 과거 일정시점까지 인권과 관련해 일정한 역할을 한 점은 인정하지만 현재 변협의 모습은 지나치게 직역이기주의에 기울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가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사법개혁에 과한 논의만 보더라도 변협이 주창을 하고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법원이 끌려가는 것이 정상적인데 우리는 현재 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변협은 국민적 합의에 의해 도출된 사법개혁안에 대해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반대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부장판사는 또 “재판 현실을 보면 판사는 당사자가 사실을 말하면 그에 대해 적용할 법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양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실 중에 어느 것이 진실인가를 가리는 ‘점쟁이’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그 중 하나는 거짓말이 명백하고, 변호사가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검토하다 보면 누구의 주장이 진실인지 판별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터인데도, 변호사가 주장이 허위임을 인정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변호사는 당사자의 이익에 반해 행위 할 수 없다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당사자를 위해 신성한 법정에서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까지 허용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그는 “변호사는 당사자의 입에 지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고, 오히려 당사자가 직접 진술을 하게 되면 허위임이 드러나는 경우에도 이를 윤색해 허점을 감추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꼬집었다.

정 부장판사는 끝으로 “대법원장의 지적은 근본적으로 옳은 것이고, 판사들은 이번 논쟁이 일과성의 태풍으로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현재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힘을 모아 새로운 재판 관행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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