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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제대한지 51년 만에 국가유공자 인정

서울고법 “병상일지 없다는 이유로 거부는 위법”

2006-08-07 16:06:07

6.25 전쟁 당시 전투에 참가했다가 머리를 크게 다친 21살의 젊은 청년이 명예제대한지 51년이 지난 70대 할아버지가 돼서야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게 됐다.

서울고법 제10특별부(재판장 김경종 부장판사)는 최근 부천에 사는 74대 할아버지가 “군복무 중 당한 부상으로 후유증을 앓고 있으니 국가유공자로 등록해 달라”며 인천보훈지청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등록거부취소처분 소송에서 “병상일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유공자등록을 거부한 처분은 위법”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3년 5월 육군에 입대해 그 해 7월 경기 포천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유탄 폭발로 두개골 함몰골절 등의 큰 부상을 입었고, 육군수도병원에 입원해 1년 6개월 동안 치료를 받다가 55년 1월 결국 명예제대했다.

당시 수도윤군병원장으로부터 받은 명예제대증서에는 A씨의 계급이 하사로 돼 있고, ‘군무수행 중 명예의 부상으로 인해 현역으로부터 제대한다’는 취지가 적혀 있었다. 이로 인해 A씨는 국방부장관으로부터 무공훈장도 받았다.

그러나 A씨에게 남은 것은 장애뿐이었다. 이 부상으로 인해 머리 기형 진단을 받은 상태이고, 언어 및 청각장애 등의 장애로 1급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다.

국가유공자 신청을 몰랐던 A씨는 평소 잦던 두통이 심해져 병원을 찾아갔는데 병원에서 전쟁 때 다쳤으니 국가유공자 등록을 해보라는 얘기를 듣고 2003년 인천보훈지청을 찾았다.

하지만 피고는 “원고의 진술 외에 전투 중 부상을 입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가 없어 부상경위 및 병명확인이 불가해 전상군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했다.

문제는 육군수도통합병원에 원고의 병상일지가 보관돼 있지 않아 원고가 명예제대 당시 육군수도병원에서 치료받은 병명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고의 군번에 해당하는 병상일지에는 병원측의 착오로 다른 군인이 치료받은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이에 하소연할 곳이 없던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유공자등록거부취소 소송을 냈다. A씨는 잘 듣지도 말하지도 못해 변호사와 글로써 의사소통하며 재판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와 과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원고에 대한 병상일지가 보관돼 있지 않아 당시 치료받은 병명을 확인할 수 없더라도 이는 육군수도병원에서 다른 군인의 군번을 원고 군번으로 잘못 기재해 관리했기 때문으로 보이므로 피고는 원고의 병상일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군복무 중 부상을 입은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오히려 원고가 전역 무렵 명예제대증서 및 무공훈장을 받았고, 원고가 사병으로 입대했음에도 하사계급으로 제대한 점, 명예제대는 전공상으로 군복무를 할 수 없는 자를 대상으로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전공상 상이로 인해 전역했음이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가 원고의 신체장애가 상이등급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판단하지 않은 채 전투 중 부상을 입은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내린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A씨는 보훈병원에서 무상으로 치료받고, 월 100만원의 보상금을 받게 됐지만 국가유공자 등록 혜택은 소급되지 않기 때문에 51년간 겪은 고단한 삶에 대해서는 금전적 보상은 받지 못해 안타까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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