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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경찰서 도망가다 사망…국가책임 없다

서울중앙지법 “비정상적인 경우까지 예상은 어렵다”

2006-06-18 12:46:14

경찰서에서 불구속피의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가 갑자기 베란다 난간을 넘어 5층 높이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경우 국가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방웅환 판사는 최근 경찰서 5층에서 조사를 받다가 뛰어내려 숨진 피의자 유족들이 “망인에게 강압수사를 하고, 자살을 방지할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만큼 위자료 등 4,000만원을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05가단187743)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피고 소속 경찰관 3명은 2005년 6월 8일 동대문의류상가 부근에서 가짜 비아그라를 소지하고 있던 망인을 약사법위반 혐의로 적발하고, 경찰서에 임의동행한 뒤 경찰서 5층에 있는 외사계에서 피의자신문을 했다.

그런데 망인은 외국에 있는 가족에 관해 대답을 하다가 갑자기 베란다로 통하는 출입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 7m 가량을 뛰어간 다음 147cm 높이의 난간을 넘어 바깥쪽으로 뛰어내렸다.

이에 경찰이 뒤쫓아가서 오른손으로 망인의 목덜미 부위의 붙잡았으나 망인의 체중을 이기지 못해 손을 놓쳤고, 결국 망인은 경찰서 뒤쪽 정원에 추락해 사망했다.

그러자 망인의 가족들이 당시 조사를 하던 경찰관을 폭행치사 및 독직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검찰은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다만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경찰관이 성실의무를 위반해 국가공무원법이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정직1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해당 경찰서는 사고 이후 베란다 난간 위에 2m 높이의 철망을 설치하고 또한 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500만원을 모금해 원고들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원고들은 “경찰관들이 망인에게 폭언을 하고 모욕을 주면서 강압적으로 수사해 사고를 유발했고, 경찰서 외사계의 베란다 또는 출입문에 자살이나 도주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관리상 하자 등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4,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

이와 관련, 방웅환 판사는 “원고들은 경찰관들이 망인에게 폭언을 하고 모욕을 주면서 강압적으로 수사해 사고를 유발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원고들은 경찰을 폭행치사 및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했으나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이 내려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방 판사는 “망인이 임의동행 당시 ‘노인네가 이런 일을 당하니 죽어야지’라는 발언은 자살하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라기보다는 나이 들어서 가짜 약품을 소지하다가 적발된 것이 창피하다는 취지로 보여 자살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방 판사는 또 “원고들은 경찰서 외사계의 베란다 또는 출입문에 자살이나 도주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상 하자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지만, 추락을 방지하기에 완전무결한 상태에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거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방 판사는 특히 “피의자를 소환해 조사하는 장소라는 사무실 용도에 비춰 망인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베란다 난간을 넘어 5층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경우까지 예상해 피고가 도주 또는 자살 방지용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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