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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다 다친 걸 교통사고로 위장해 보험금 타면 사기?

1ㆍ2심, 사기죄 인정해 징역 2년…대법원 “가입한 보험상품 세밀히 따져 사기죄 판단”

2011-04-08 15:01:47

[로이슈=신종철 기자] 부부싸움을 하다가 다친 것을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라고 위장해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타냈다면 ‘사기죄’에 해당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기’ 여부는 보험가입자가 교통재해(교통사고) 상품에 가입했는지 일반재해(상해) 상품에 가입했는지 또 교통재해가 일반재해보다 보험금을 더 주는지 등을 세밀하게 따져 결정해야지, 무조건 사기로 판단하는 건 잘못이라는 게 대법원의 판결이다.
J(44,여)씨는 2003년 10월11일 친구들과 함께 나들이를 가던 중 L(35,여)씨의 전화를 받게 된다. 내용은 L씨의 승용차와 오토바이가 충돌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J씨는 이 교통사고 당시 L씨의 승용차에 동승했다가 목을 다친 것으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기로 L씨와 짰다. 마침 J씨는 며칠 전 남편과 심하게 다투다 남편이 자신의 목을 잡고 세게 흔들어 목을 다쳤기에 이를 교통사고로 입은 부상으로 위장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이후 J씨는 목을 다친 것으로 3회에 걸쳐 입원치료를 하며 수술도 받았고, 대학병원에서 경추부 척수 손상, 경추 추간판 탈출증이라는 후유장애진단을 받기도 했다.

J씨는 이를 근거로 6개 보험회사로부터 31회에 걸쳐 총 1억 754만원을 받았고, 검찰은 J씨와 L씨는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인 전주지법 형사4단독 최두호 판사는 지난해 5월 “범죄의 죄질이 매우 불량함에도 잘못을 반성하고 있지 않다”며 J씨에게 징역 2년을, L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해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을 때만 성립하는 것으로서 기망,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자 J씨는 “비록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를 입은 것으로 보험금을 탔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목을 다쳐 보험금을 받았으므로 보험회사를 기망한 것이 아니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전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백웅철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보험사기 범행은 보험제도의 근간을 위협하는 것으로서 그로 인한 피해가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에게 돌아가는 결과가 돼 이를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며 J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특히 J씨는 “자신이 가입하고 있던 보험상품 대부분은 1999~2000년에 가입한 것으로 교통사고 사건과 시간적 간격이 있어 보험사기가 아니며, 또 가입한 보험상품들은 일반재해로 인한 상해의 경우에도 교통재해와 동일하게 보장되기 때문에 굳이 교통사고로 위장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가입한 보험 중에는 교통재해와 일반재해를 동일하게 보장해주는 보험보다는, 교통사고의 경우에만 보장이 되거나 특약에 의해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의 경우에 훨씬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상품이 더 많다”며 사기죄를 인정했다.
◈ 대법 “일반재해(상해)를 교통재해(교통사고)로 보험금 청구해도 기망 아냐”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는 남편과 싸우다가 목을 다쳐놓고 교통사고로 위장해 1억 원이 넘는 보험금을 지급받은 혐의(사기)로 기소된 J(44,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무죄 취지로 사건을 전주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2010도17512)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보험금을 편취할 의사로 고의적으로 보험사고를 유발한 경우 보험금에 관한 사기죄가 성립하고, 나아가 설령 보험사고에 해당할 수 있는 사고로 인해 경미한 상해를 입었더라도 보험금을 편취할 의사로 그 상해를 과장해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고 실제 피해에 비해 과다한 보험금을 지급받는 경우 그 보험금 전체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가입한 보험 중 일부는 교통재해와 일반재해를 구분하지 않고 상해에 대해 동일하게 보장해 주는 보험”이라며 “피고인은 남편이 목을 잡고 세게 흔들어 목을 다쳤을 뿐 교통사고로 인해 다친 것은 아니지만 위 상해로 입원치료를 받고, 대학병원에서 후유장애진단을 받은 것은 일반재해에 해당하므로, 비록 피고인이 교통재해를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회사에 대한 기망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J씨가 교통재해를 이유로 한 보험금 청구가 보험회사에 대한 기망에 해당하려면 각 보험약관상 교통재해만이 보험사고로 규정돼 있을 뿐 일반재해는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거나, 교통재해의 보험금이 일반재해의 보험금보다 다액으로 규정돼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가입한 각 보험의 보험사고가 교통재해인지 일반재해인지 및 보험회사들이 피고인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것이 기망으로 인한 것인지 등에 대해 상세히 심리하지 않은 채 피고인의 보험금청구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쉽사리 단정해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다”며 “이는 사기죄의 기망행위 또는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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