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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국선변호인 선정 거부한 채 재판 진행은 위법”

“빈곤으로 변호인 선임할 수 없는 경우, 국선변호인 선정해 줘야”

2011-04-07 11:07:57

[로이슈=신종철 기자] 사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달라고 청구했음에도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국선변호인 참여 없이 진행한 재판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한마디로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잘못이라는 판단에서다.
L(55)씨는 2009년 5월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나 2차례 성관계를 가진 여성에게 그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겠다는 내용 등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를 반복(4회)해서 보낸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돼 지난해 7월 1심에서 벌금 12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L씨는 “벌금이 너무 많아 부당하다”며 항소하면서, 항소심 첫 공판기일 개시 전인 지난해 9월 10일 재판부에 ‘자신이 지체4급 장애인으로 국민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한다’는 소명자료를 첨부해 빈곤을 사유로 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달라고 청구했다.

그런데 항소심인 서울북부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최종두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L씨의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기각한 채 L씨만 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한 끝에 “피고인이 성관계를 가진 것을 빌미로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알리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반복해 보낸 것은 죄질이 불량하다”며 1심과 같이 벌금 12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L씨는 “항소심 재판부가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했다”며 상고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3조 제2항은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피고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형사소송규칙 제17조 제3항은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가 있는 때에는 지체없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제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공포심을 유발하는 문자메시지를 반복해서 보낸 혐의로 기소된 L(55)씨에게 벌금 12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서울북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2010도18103)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하면서 제출한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증명서 등의 소명자료에 의하면 피고인이 빈곤으로 인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그렇다면 원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선변호인 선정 결정을 하여 그 선정된 변호인으로 하여금 공판심리에 참여하도록 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그렇게 하지 않은 채 이후의 공판심리를 진행한 이상, 원심 판결에는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함으로써 피고인으로 하여금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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