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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뿌리고 분신할 것처럼 구청장실 가면 주거침입죄

항소심, 폭처법(집단ㆍ흉기 등 주거침입) 및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모두 유죄

2011-04-06 23:08:43

[로이슈=신종철 기자] 구청장 집무실 및 부속실은 평소 일반인들이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곳이기는 하나, 휘발유를 온몸에 뿌린 상태에서 분신할 생각으로 출입하는 경우라면 구청 직원들이 출입을 저지했을 것인 만큼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노동단체 간부인 L(58)씨는 지난해 6월 25일 부산 해운대구청 앞에서 청소대행업체 민간위탁 철회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던 중 청소용역업체에서 ‘미화청소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의 계약체결을 요구한다’는 말을 듣고 항의하기 위해 구청장실에 온몸에 휘발유를 끼얹은 상태로 난입했다.
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던 L씨는 구청장이 외출 중이라서 만날 수 없게 되자, 구청장 비서실장에게 “가까이 오지 마라.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 구청장 데려와라”고 요구하며 1회용 라이터를 들고 몸에 불을 붙이겠다고 위협하며 구청 직원들과 한동안 대치했다.

이날 신고를 받고 소방차 3대와 소방대원 10여 명이 출동했으며 소방대원들은 분신이나 화재 사고에 대비했고, 구청 직원들도 놀라 대비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L씨는 곧이어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에 검찰은 L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ㆍ흉기 등 주거침입)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했고, 1심인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지난해 12월 L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L씨는 “구청은 일반적으로 개방돼 있는 장소이고, 이날 행동은 단순히 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기 위한 것으로서 처음부터 범죄를 목적으로 구청장실에 들어간 것이 아니므로 건조물에 침입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했다.
또 “공무를 방해할 의사가 아니라 분신할 의사로 휘발유를 몸에 뿌린 것이므로 공무집행방해의 고의 역시 없었으며, 휴대한 라이터는 위험한 물건이 아니므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ㆍ흉기 등 주거침입) 및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2010노4489)인 부산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이정일 부장판사)는 지난 1일 L씨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모두 기각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구청장 집무실 및 부속실은 평소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이기는 하나, 휘발유를 온몸에 뿌린 상태에서 분신할 생각으로 출입하는 경우라면 구청 직원들이 출입을 저지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온몸에 휘발유를 뿌린 상태에서 불을 붙이겠다고 라이터를 몸에 가까이 대고 있는 상황에서는, 구청 직원들로서는 언제든지 불이 붙을 수 있고, 그로 인한 화재로 직원들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이 초래되거나 건물이 소훼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에게 건조물침입 및 공무집행방해의 미필적 고의는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라이터를 갖고 구청에 출입했다는 것만으로는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없지만, 피고인이 분신할 것을 마음먹고 휘발유를 온몸에 뿌린 상태에서 라이터를 들고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일 듯한 자세를 취한 경우, 실제로 몸에 불이 붙는 경우 피고인이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그 불이 구청 청사에 옮겨 붙어 공무원 및 민원인들의 생명 또는 신체에도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이므로, 라이터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및 형법에서 정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형량이 무겁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만의 이익이 아닌 환경미화원들의 권익을 대변하려는 생각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에서 정상에 참작할 바가 있기는 하나, 목적의 정당성 못지않게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함에도 피고인은 극단적 행동으로 타인의 생명, 신체, 재산에 위험을 초래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한 점, 그럼에도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지 않은 채 행위의 정당성만을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1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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