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로이슈

검색

법원·헌법재판소

판사가 직원 감금(?) 사건, 대법원 “전보” 결론

법원노조 강력 반발…대법원장에 책임있는 조치 요구

2006-04-26 18:03:27

서울남부지법 A판사가 지난 15일 법원 직원 3명을 7시간 넘게 감금했다는 주장이 법원내부게시판인 ‘코트넷’을 타고 법원공무원들 사이에 일파만파 퍼져나가며 파문이 확산되자 법원행정처가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했으나 “징계 사안이 아니다”고 결론을 내려, 법원공무원들이 강력히 반발할 태세여서 파문이 거세질 전망이다.

법원행정처는 26일 “이번 일에 대해 당사자 누구에게도 별도의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다만 A판사가 종전 법원에서 업무수행하기에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어 부득이 전보하기로 했다”고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 변현철 공보관(부장판사)은 2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전보조치를 징계로 해석해도 되느냐”라는 질문에 “징계의 종류에 전보는 없어 징계는 아니고, 인사조치로 봐야 한다”면서도 “사실상 문책은 맞다”고 말했다.

기자가 “그렇다면 감금을 인정하는 것이냐”라고 묻자, 변 공보관은 “감금은 위력 등이 있어야 하는데 여성 판사가 3명을 감금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고, 사실관계를 계속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그렇게 주장한 것 같다”라고 감금은 인정하지 않았다.

변 공보관은 이어 “이번 일은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합당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은 이번 법원행정처의 진상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법원노조 곽승주 위원장은 “판사에 대한 징계는 없고, 오히려 법원 직원들이 잘못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이렇게 법원행정처가 불편부당하게 처리한 만큼 내일(27일) 대법원에서 규탄대회를 갖고, 오후 4시 대법원장 등에게 A판사의 징계를 요구하는 항의방문을 할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법원노조 임상민 교육선전국장도 “판사의 입장에서만 본 조사결과이어서 너무 황당해 어이가 없다”며 “법원직원의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법원이 그동안 관행적으로 처리해 온 게 문제이지 직원 개인의 문제는 아니며, ‘감금’의 경우도 고려대 학생들은 ‘출교’ 조치를 당했고, 노조에서 이런 일이 있으면 해임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법원공무원들은 사법정의를 실현해야 할 판사가 법원직원을 불법 감금한 것은 인권유린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인만큼 해당 판사는 자진사퇴하고, 법원행정처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강력한 징계를 요구했었다.

◈ 법원행정처 진상조사 결과 어떻게 발표했나

장윤기 법원행정처장은 26일 코트넷 공지사항에 올린 <전국의 법원가족 여러분!>이라는 글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먼저 “최근 서울남부지법에서 있었던 일로 별로 달갑지 않은 말씀을 나누려니 착잡한 마음이 앞선다”며 “이 일로 유례 없이 코트넷(법원내부 게시판)이 붐볐던 만큼 당초 약속한 대로 사실확인을 마치고 전말에 대한 결과와 대처방향을 말씀드린다”고 시작했다.
장 처장은 이어 “‘직원들을 7시간 판사실에 감금한 A판사를 처벌하라’는 글이 지난 19일 밤 10시경에 코트넷에 올라왔고, 이에 20일 오전 게시판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한 결과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글을 게시하는 것은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고, 법원가족의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게시물을 삭제했던 것”이라고 법원노조의 코트넷 게시물 무단삭제에 대한 사과 요구에 해명했다.

장 처장은 “일의 순서로 보면 법원행정처가 개입하기보다는 우선 해당 법원의 조사와 조치를 기다리는 것이 순리이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법원행정처가 직접 나서서 진상을 조사하기로 결정하고, 20일 사건 당사자를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로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일에 대해 각자의 몫에 따라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부터 과연 이런 일을 두고 법원가족끼리 서로 반목하고 갈등했어야 하는가에 대해 근원적인 회의를 말하는 경우까지 다양해, 법원행정처도 여러 방면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무엇이 정답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솔직한 말씀”이라고 호소했다.

장 처장은 이어 “법원행정처는 이번 사건 당사자 중에 각자의 위치에서 적절한 처신을 하지 못했거나 혹은 업무처리에 다소 잘못이 있더라도 그것이 공식적인 제재조치를 취하거나 징계를 거론할 만큼의 무게를 지닌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했으며, 또한 굳이 문책하는 것이 법원(가족)의 장래에 어떤 교훈을 남기거나 도움이 될만한 일도 못 된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장 처장은 그러면서 “이에 법원행정처는 당사자 누구에도 별도의 책임을 묻는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그렇게 하는 길만이 이 사건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을 종식시키는 데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법원가족 상호간의 협력에 의해 이뤄지는 재판업무의 특성상, A판사가 종전의 법원에서 계속 근무하면서 업무를 하기에는 심정적 현실적인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부득이 서울서부지법으로 전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장 처장은 “서울남부지법 사건에 관한 진상조사 결과나 그 조치 내용 등에 대해 당사자는 물론 법원가족 모두가 흔쾌히 동의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지만 법원의 장래를 걱정하는 고민의 흔적을 읽고 가슴으로 이해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양해를 구했다.

아울러 장 처장은 법원가족들에게 당부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사법업무는 직급의 높고 낮음을 떠나 모두가 유기적으로 협업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법원은 어느 직역의 종사자보다도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서로 섭섭한 마음을 갖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위기의 순간을 넘기기 힘든 상황을 맞을 수도 있지만 그런 순간을 맞을 때마다 우리가 수행하고 있는 사법업무는 공무이고, 우리는 공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A판사 해명 A4용지 34장 장문 글 코트넷 올려

이에 앞서 A판사는 24일 코트넷에 올린 A4용지 34장 분량의 <터널의 끝을 향하여>라는 장문의 글에서 “저는 판사로서의 업무를 완전하게 수행하지 못했고, 직원들을 제대로 지휘 감독하지 못했으며, 끝까지 포용하지 못한 잘못이 아주 크다”고 자신을 질책했다.

A판사는 그러면서 “이번 일은 저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오늘 이런 고백으로 벌거숭이가 된 저로서는 저 자신의 일신을 걱정하기에 앞서 사법부 전체의 운명에 너무나도 깊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며 “부디, 저를 위하여서가 아니라 사법부의 장래를 위해 무엇이 진정 현명하고 바람직한 최선의 해결방법인지 지혜를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 글에 대해 법원공무원들은 안타깝다라는 반응과 냉소적인 반응이 엇갈렸다. 댓글 수 십 건을 달려 있으며, 조회수가 7,000건을 넘었다.

◈ 다음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실의 진상조사 결과.

4월 14일(금) 구속영장 당직 근무자인 A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공란으로 돼 있던 구금장소란에 ‘양천경찰서 유치장’으로 기재해 내려주었고, 이를 뒤늦게 확인한 검찰은 다음날(15일) 오전 구속영장의 구금장소를 ‘영등포구치소’로 정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A판사는 15일 법원 당직실로부터 연락을 받고 출근한 후, 구금장소가 잘못 기재된 여부 및 영장원본의 검찰교부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전날 당직 주임인 B실무관과 함께 이날 12시경부터 오후 4시 30경까지 법원 및 검찰에 보관중인 영장수령부 등 관련 기록을 대조·검토했다.

그 결과 검사의 구속영장청구서에는 구금장소를 ‘영등포구치소’로 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피의자의 현재 구금장소는 ‘양천경찰서 유치장’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음이 확인됐다.

한편 B실무관은 ▲일부 영장수령부에 검찰직원의 서명을 받지 않은 채 영장기록을 검찰에 인계한 사실 ▲일부 영장수령부에는 검찰직원 ○○○의 서명을 모방해 임의로 적어 넣은 사실 ▲△△△에 대한 체포영장 등 일부 영장수령부는 동일한 영장수령부를 2부씩 작성·보관하고 있던 사실이 확인됐다.

C실무관(15일 당직 주임)은 15일 오후 2시경 미처 판사실에 올리지 못한 영장수령부를 가지고 판사실로 갔고, D참여관(15일 당직 계장)은 오후 3시 30경 A판사의 지시로 비상연락망을 가지고 판사실로 갔다.

A판사는 오후 4시 30경 위 직원 3명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B실무관의 영장업무 처리과정에서의 잘못과 C실무관, D참여관의 당직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의 불철저한 확인 등 잘못을 지적하면서 그에 관한 사실확인서의 작성을 요구했다.

이에 B와 C실무관은 각각 사실확인서를 작성했으며, D참여관은 처음에는 작성을 거부했으나 A판사가 계속 사실확인서의 작성을 요구하자 결국 B와 C실무관이 작성한 사실확인서의 말미에 확인서의 내용을 확인했다는 취지의 문구만을 기재하고 서명한 후 직원 3명 모두 오후 6시 30경 판사실을 나왔다.

결국 B실무관은 이날 12시경부터, C실무관은 오후 2시경부터, D참여관은 오후 3시 30경부터 각각 오후 6시 30경까지 판사실에 머물렀고, 당일 이들 법원 직원들은 모두 점심을 먹지 못했다.

로이슈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반론·추후 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
리스트바로가기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