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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언행과 복장…법정 분위기도 “확 바뀐다”

사법부 권위 벗기 시도…판사들 ‘법정운영요강’ 마련

2006-04-26 13:56:30

그동안 권위적으로 보일 수도 있었던 법정 분위기가 부드럽게 변화될 전망이다. 법원이 법정에서 판사들의 바람직한 법정 언행과 재판진행을 담은 ‘법정운영요강’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 요강은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판사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것으로 앞으로 법원내규로 운영된다.

◈ 법관 언행 이렇게 달라진다
우선 법관의 복장이 단정해 진다. 법관의 풀어진 넥타이나 반듯하게 펴지지 않은 법복 그리고 헝클어진 머리카락 등은 당사자와 방청인이 재판부가 피곤하다는 인상이나 자신의 재판에 열심히 임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법관은 법정에서 가급적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구두를 신도록 했으며, 소송관계인의 복장도 법정의 품위를 해할 정도라고 판단되면 적절히 주의를 촉구하기로 했다.

또한 법정에서 법관은 모든 소송관계인에게 존칭과 경어를 사용하고 반말을 하지 않도록 했다. 아울러 ‘변호사님께, 검사님께’와 같은 과도한 존칭의 사용도 지양하도록 했으며, 형사 피고인에 대해서도 피고인 OOO 교수, OOO 의원 등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호칭을 삼가도록 했다.

특히 재판장은 당사자나 증인 등에게 감정을 자극하거나 필요 이상의 고성, 냉소, 모욕적인 언어를 사용하거나 이런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되고, 변호사 등이 당사자나 증인 등에게 품위 없는 언어를 사용하거나 태도를 취할 때에는 재판장은 이를 제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투리를 사용하는 법관보다 표준말을 사용하는 법관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어 가급적 표준말을 사용하도록 권고했으며, 말투 역시 사무적이고 무뚝뚝한 것보다는 부드러운 말투와 적절한 유머를 사용해 법정분위기를 완화시킬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 요강은 또 소송당사자와 법관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법관의 듣는 태도와 표정에도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관은 대개 상대방이 진술할 때 상대방의 말이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소송기록이나 메모지를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소송관계인과의 의사소통을 단절하는 효과를 낳고, 특히 당사자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심한 경우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말하는 당사자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듣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지적한 것.

나아가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 얼굴을 찡그리거나 한심해서 비웃는 것과 같은 표정과 관심 없다는 듯이 무료한 표정은 물론 턱을 괸다거나 이마를 짚고 아래를 보는 행위 등은 재판장이든 배석판사이든 당사자에게 불리한 재판을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이기로 했다.

아울러 한 쪽 팔걸이에 몸을 기대고 약간 비스듬하게 앉아 있거나, 의자를 약간 옆으로 돌려서 앉는 자세, 머리를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앉아 있는 모습,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 등은 재판부가 불성실하거나 당사자에게 부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인상 또는 유리하지 않다는 우려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만큼 삼가기로 했다.

◈ 법정분위기는 부드럽게…재판결과는 당사자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
재판 절차진행도 소송관계인들을 위한 배려의 측면이 강조됐다. 우선 재판장은 법정질서의 유지와 소송관계인의 안내를 위해 법원경위에게 개정시간 5∼10분전에 녹음방송을 실시하도록 했다.

개정시간은 엄수하되 개정이 늦어질 경우 사유를 방청인들에게 고지하고, 법관이 법정에 입정한 뒤 개정선언을 하기 전에 개정이 늦어진 사유와 개정이 늦어져서 미안하다는 취지를 말하도록 했으며, 법관들은 법정에 들어서면 방청객을 향해 가볍게 예를 표하고 자리에 앉도록 했다.

또한 앞으로는 개정선언 전후에 판사들로부터 “아침에 출근할 때 보니 목련이 활짝 피었더군요” 등 날씨나 건강 등에 관한 간단한 멘트도 들을 수 있다. 이 역시 법정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것.

재판이 길어지는 등의 사유로 휴정이 필요한 경우 법관은 “이번 증인신문을 마치고 10분간 휴정하겠습니다”라고 미리 휴정예고를 하고, 아울러 휴정사유와 개정 예정시간을 고지함으로서 소송관계인을 배려하기로 했다.

휴정이 끝나고 다시 개정할 때와 오후 재판을 개정할 경우에도 ‘재판을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O단독 오후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개정선언을 하도록 권고했다.

판결선고도 달라진다. 종전에는 “원고전부승소, 원고일부승소, 원고패소” 등으로 결과만을 알려주었으나, 민사사건의 경우 당사자가 출석하면 주문을 낭독한 후 “원고가 전부 승소했다는 취지입니다”라는 식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 주도록 했다.

형사사건은 원칙적으로 변론종결 뒤 1∼2주 후에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관행이나 결심한 당일 선고하는 ‘즉일선고’는 유죄판결일 경우 재판부가 유죄의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는 피고인의 오해를 살 염려가 있으므로, 피고인을 법정에 여러 번 나오게 하는 것이 부적절한 경우(노약자, 학생이나 양형부당을 이유로 약식명령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자)에 한해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권고했다.

특히, 유죄판결 선고를 받는 피고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형량이므로,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양형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고, 피고인에게 상소기간과 상소법원에 관해서도 고지하도록 했다.

변호사가 아닌 소송관계인에게는 전문적인 법률용어(쌍불, 서증인부, 부인, 부지, 변론갱신 / 모두진술, 성립인정, 임의성인정, 공판절차갱신 등)를 쉬운 말로 풀어 사용하도록 했다.

◈ 법정에서 방청객 다리 꼬는 것은 허용…껌 씹거나 잡담은 금지

증인신문의 경우 재판장이 증인의 신원을 확인하고, 소송당사자와의 친족관계 등을 확인한 후 증인에게 증언거부권이나 선서거부권이 있는 경우 이를 고지하고, 또한 재판장은 증인의 선서 전에 선서의 취지를 명시하고 “증인이 맹세 후에 거짓말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위증의 벌 또는 허위진술의 제재를 경고하도록 했다.

법정질서유지를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당사자나 소송관계인 등 방청인이 재판진행과 관계없이 소란을 피우거나 다른 방청인들의 방청을 방해하는 행동을 할 때에는 정도에 따라 가벼운 경고, 주의촉구 나아가 감치 등의 제재를 가하도록 했다. 다만, 재판진행에 큰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닌 제재를 자제함으로써 법정분위기를 온화하게 유도하도록 했다.

또한 법정 내 방청인석이 아직도 상당히 불편한 점에 비춰 방청인이 다리를 꼬고 앉는 등 법정의 정숙을 해하는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것은 문제삼지 않지만 껌을 씹는다거나 잡담을 한다든지 신발을 벗는 등은 제지를 가할 수 있다.

재판장은 방청인이 법정 안에서 재판 진행상황을 녹음하거나 또는 필기, 소묘 기타의 방법으로 기록하는 행위로 인해 공정하고 원활한 재판진행을 방해하는 때에는 제지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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