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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대법관 “하급법원, 대법원 판례에 매달리면 안 돼 ”

전국법원장회의, 재판사무 및 행정에 관한 핵심 지시사항

2005-12-02 15:17:10

대법원은 매년 12월 전국법원장회의를 통해 이듬해 시정 및 권장할 사법행정과 재판사무에 관한 지시사항을 각급 법원에 하달한다.

올해 역시 2일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이용훈 대법원장 주재로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 등을 비롯해 각급 법원장 및 사무국장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법원장회의가 개최됐다.
이날 강신욱 선임대법관의 재판사무에 관한 지시사항과 장윤기 법원행정처장의 행정에 관한 지시사항 중 주요내용을 정리했다.

◈ “실적위주의 조정·화해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강신욱 선임대법관은 “동일 쟁점에 관한 여러 사건이 다른 재판부에 분산돼 있는 경우 판결내용은 각 재판부의 전권사항이지만 같은 법원에서 상반되는 판결이 선고되면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재판부로서도 충분히 숙고해 재판의 실체판단은 물론 절차 전반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강 대법관은 “조정이나 화해에 의한 사건종결에 너무 집착하기보다는 당사자들의 분쟁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데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실적위주의 조정이나 화해는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정이나 화해실적에 연연해 당사자가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동일한 취지로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반복하는 등의 태도는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릴 우려가 큰 만큼 지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형사재판과 관련, 강 대법관은 “새로운 형사재판 심리방식에 의할 경우 종전에 생략됐던 법정심리절차가 원칙적으로 시행돼야 하고, 특히 수사서류에 대한 법정에서의 증거조사 절차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며 “형사재판부가 법정에서 할애하는 심리시간이 증가하고 심리의 모습이 직접주의·구두변론주의로 변화할 때 피고인이 재판의 결과에 승복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적정하고 공정한 양형은 형사사법의 요체이자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만족의 척도”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물사건이나 경제사범 등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법원이 지나치게 온정주의적인 판결을 하고 있다는 지적과 뇌물사범 등 부패범죄가 계속 반복되는 것은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도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귀를 기울여 엄정하고 적정한 양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신구속과 관련, 강 대법관은 “법원별·법관별로 영장심사의 기준 등에 있어 적지 않은 편차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으므로, 각급 법원에서는 법관간담회 등을 통해 인신구속 처리기준의 편차를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판결문 작성과 관련해서도 “하급심에서 구체적 사건의 결론을 도출함에 있어 대법원 판례가 설시한 일반론에만 매달려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검토 없이 판례를 형식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며 “각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의 적용범위를 신중히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법관의 신중하지 못한 언행은 재판결과 공정성까지 오해”
장윤기 법원행정처장은 “국민이 사법부를 직접 대면하고 들여다보는 접점은 법정인데 법관이 공정한 재판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재판과정에서 신중하지 못한 언행 때문에 재판결과의 공정성까지 오해받는 일도 적지 않다”며 “법관 스스로 재판진행을 녹화해 자신을 돌아보고, 다른 법관이나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문제점을 고쳐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처장은 또 “법률에 재판기간이 명시돼 있는 선거범죄와 같은 경우는 법원 스스로 법을 지키지 않는 현실을 국민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며 “신중하고 공정한 재판, 설득력 있는 재판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재판이 지나치게 지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히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중요한 법적 분쟁은 적절한 때에 재판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의미가 상실되는 경우가 있는 만큼 법원이 신속히 판단을 내려줌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통합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주문했다.

또한 장 처장은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추진하는 사법행정사무와 재판업무개선에 관한 많은 정책결정이 정작 일선 법원에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거나 집행력을 상실해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대법원이 각급 법원의 현실을 무시한다는 식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하고, 불필요한 오해와 자질이 생기고 있는 만큼 각급 법원장들이 착오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장 처장은 “불법체류하는 재외동포가 내국인으로 행세하기 위해 호적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위조하거나, 성전환자들이 기존 호적이 있는데도 성별을 달리해 새로 허위 취적허가를 신청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며 “충실한 심리를 통해 부실 호적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무엇보다 국민에게 친절히 봉사하는 법원 민원서비스의 정립에 힘써 줄 것을 주문했다.

장 처장은 “사법부는 법원 민원업무와 관련해 친절교육을 시행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해 왔으나 외부에서는 여전히 고압적이고 행정편의적이라는 시각이 팽배해 있어 안타까운 실정”이라며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엄정하고도 공정한 심판적 기능에 충실해야 함은 물론 민원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법원에 청원하는 것인 만큼 국민이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도록 친절한 사법적 봉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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