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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불안감에 택시 뛰어내려 부상…본인 책임 70%

한소영 판사 “경찰 등 구조요청 없이 함부로 뛰어내린 잘못”

2005-10-12 18:42:27

택시기사가 어둡고 인적이 드문 좁은 도로로 운행하며 정차 요구도 거절하는 등 여성 승객이 성폭행 불안감을 느껴 택시에서 뛰어내리다 다쳤다면 택시회사측은 손해를 배상해야 하지만 여성 승객도 휴대폰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등 구원 요청 등을 하지 않은 채 함부로 뛰어내려 다친 만큼 70%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A(23·여)씨는 지난해 5월 새벽 1시경 성남종합시장 인근에서 택시 조수석 뒷자리에 승차한 후 서울 송파구 길동으로 가자고 했으나, 택시기사는 A씨가 평소 잘 다니지 않는 길로 차를 몰면서 A씨가 내린 창문을 말없이 올리는가 하면 실내 거울로 수회 쳐다 볼 뿐만 아니라 급기야 인적이 드물고 어두운 도로로 진입하는 것이었다.
이에 A씨는 자신을 납치하거나 성폭행하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차를 세워 줄 것을 요구했으나 택시기사는 정차하지 않고 계속 운행해 결국 차문을 열고 뛰어내려 허리 압박골절, 쇄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게 됐다.

사고 후 A씨는 택시회사와 공제계약을 체결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치료비지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택시조합측은 “A씨가 스스로 차문을 열고 뛰어내려 발생한 것이고, 이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단서 제2호 소정의 ‘고의 또는 자살행위’에 해당되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며 거부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1단독 한소영 판사는 12일 “택시기사는 승객이 원하는 운행 경로를 따라 운행해야 하고, 승객이 정차를 요구할 경우 즉시 응할 수 있도록 승객의 동태에 주의를 기울이며 운전해야 하는데도 원고와 상의 없이 어둡고 인적이 드문 좁은 길을 택해 운행한 데다가 이에 불안을 느낀 원고의 정차 요구에도 응하지 않아 불안감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한 판사는 이어 “이로 인해 원고가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에 급박한 위험이 닥친 것으로 판단하고 공포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이를 모면하기 위해 택시에서 뛰어내린 것이므로 이런 행위는 원고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라 의식적으로 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원고의 고의 또는 자살행위로 인한 것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만큼 택시조합은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 1,23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소영 판사는 그러나 “원고도 거울로 자신을 쳐다본다거나 창문을 말없이 올리는 행동과 낯설고 인적이 드문 길로 진행한다는 상황만으로 섣불리 납치 또는 성폭행하려 한다고 판단하고, 휴대폰으로 수사기관에 신고하거나 구원 요청하는 등 다른 회피 수단을 시도해 보지 않은 채 무작정 달리는 택시에서 함부로 뛰어내린 잘못이 있는 만큼 택시조합의 책임비율은 30%로 제한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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