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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단폭격 맞는 사개추위…변호사 vs 법대교수 힘겨루기?

로스쿨 총 입학정원 둘러싼 첨예한 갈등 전격 대해부

2005-05-18 23:33:29

로스쿨 도입의 핵심인 총 입학정원을 둘러싼 각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로스쿨 입학정원을 확정하지 않은 채 로스쿨 도입 법안을 성안해 17일 발표하자 법학계와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강도 높은 비판 성명을 쏟아내 융단폭격식 직격탄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 사개추위가 개별 로스쿨 입학정원을 150명 이하로 제한하고, 총 입학정원을 교육부장관이 변협과 협의해 결정하도록 하며, 로스쿨에 대한 사후 평가도 변협 산하에 로스쿨평가위원회를 두기로 변협을 배려(?)했는데도 변협이 전면 수정할 것을 촉구해 그 배경에 관심을 쏠리고 있다.
또한 로스쿨 논의 과정에서 입학정원 1,200명을 주장하는 변협에 대해 직역이기주의라며 비판해 온 법대교수들에 대해 급기야 지방변호사회들이 ‘변호사들을 직역이기주의로 몰아세우는 법대교수들의 적반하장식 행태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맞불을 지펴 법대교수들과 변호사들간의 힘겨루기로 비화될지도 주목된다.

◈ 변협, 로스쿨 법안 전면 수정 요구 왜?

대한변호사협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사개추위의 로스쿨 법안은 로스쿨 도입 목적에 반할 뿐만 아니라 로스쿨의 부실화를 초래하는 법안이므로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협이 반발하는 주된 이유는 “로스쿨 총 입학정원을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한다는 원칙을 법안에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과 “교육부장관이 법조단체장과의 협의만으로 결정토록 해 교육부장관의 전권에 속하도록 했다”는 데 있다.
이는 법학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등이 입학정원을 3천명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어 자칫 국회 입법과정에서 로스쿨 입학정원이 현재 가능성이 높은 1,200명 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변협은 “로스쿨은 고등법원 소재지에 컨소시엄 형태로 설치해야 하고, 아울러 로스쿨 설치인가 신청에 관한 심의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법학교육위원회 구성에 대학교수의 수(4인)가 변호사 수(2인)보다 2배인 것은 로스쿨의 근본취지에 반하므로 최소한 동수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역시 로스쿨 입학정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 전국법과대학협의회·법교련 “법조직역 이익만을 옹호하는 것”

전국법과대학 학장협의회와 법학교육개혁을 위한 전국교수연합은 17일 공동성명을 통해 “사개추위가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수행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사개추위의 법안은 폐쇄적으로 마련된 것으로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가 있으며, 내용도 법조직역이기주의를 그대로 대변한 개악적 프로그램인 만큼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로스쿨 총 입학정원을 변협 등과 협의해 정하도록 한 것은 변호사의 대폭증원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저버린 채 법조직역 이익만을 옹호하는 것”이라고 사개추위를 압박하면서 “로스쿨에 대해 시종일관 악의적이고 왜곡된 주장을 해온 변협에 로스쿨의 사후평가 권한을 주는 것은 법학교육개혁을 열망하는 교육계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라고 변협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 변호사 매년 3000명 배출 국민연대 “법조기득권층 생명 연장시키는 사법개악”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과 변호사 매년 3000명 배출을 위한 국민연대’도 17일 성명을 통해 “사개추위는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변호사 수의 증가 없는 기만적인 개혁안을 제시했다”며 “사개추위 법안은 사법개혁이 아닌 법조기득권층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사법개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학술단체와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민중연대 등 6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지난 12일 공식 출범하면서 “법조특권층의 구조를 해체하는 일은 사법개혁의 가장 핵심적인 사항인데 이는 변호사수의 획기적인 증대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며 “변호사를 매년 3천명 배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참여연대도 13일 ‘로스쿨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하는 사개추위의 로스쿨 설립안 입장’에서 “사개추위가 제안하고 있는 로스쿨 법안은 법조직역의 이해를 반영하고 사실상 그들의 통제 하에 두겠다는 독소조항들을 담고 있어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사개추위는 이렇게 외부의 융단폭격식 직격탄뿐만 아니라 내부의 비판도 받았다.

◈ 박상기 연대 법대 학장 “입학정원 2천명 이상 돼야”

사개추위 실무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박상기 연세대 법대 학장은 지난 12일 로이슈에 특별기고한 글에서 “현재 사개추위가 마련 중인 로스쿨 1,200명 규모와 형태는 우리 현실을 개선하기에 미흡하다”며 “로스쿨 최초 도입시 정원규모는 2천명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기 학장은 또 “개별 로스쿨 입학정원을 150명 이하로 책정돼 있는데 전체 정원이 적은 상황에서 학교 수를 늘리기 위한 의도”라며 “학교별 차등을 두는 것은 당연하지만 규모가 큰 대학의 경우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서도 적어도 200명 이상은 돼야 교육의 질 저하가 방지된다”고 강조했다.

◈ 사개추위 왜 비판받나?

그렇다면 사개추위가 왜 이렇게 융단폭격을 받는 것일까. 이는 사개추위가 지난달 21일 로스쿨 공청회를 열어 각계의 입장을 수렴하겠다고 했으나 당시 사개추위가 발표했던 주요 내용이 장관급 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됐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사개추위가 지난 9일 차관급 실무위원회를 열어 공청회 당시 발표한 자료를 그대로 의결하고 16일 장관급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한 것과 관련, 한상희 참여연대 감시센터소장(건국대 교수)는 10일 로이슈와의 전화통화에서 “로스쿨 공청회 개최 이전부터 요식행위에 불과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사개추위를 보면 변협, 교수, 국민도 못 믿겠으니 자기들이 다 하겠다는 식”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상희 소장은 그러면서 “사개추위는 아주 나쁜 형태의 밀실관료주의가 심각하다”며 “법학교육개혁을 위한 전국교수연합 회원 교수들 모두가 사개추위에 몰려가 피켓시위라도 하든지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사개추위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로스쿨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여했던 박종보 한양대 법대 교수도 이날 로이슈와의 전화통화에서 “로스쿨 공청회는 요식행위였으며, 사개추위 실무위원회에서 원안대로 의결한 것은 부당하다”며 “한국 법학교육 현실을 감안한 대안들이 제시됐는데도 제대로 반영 안 되고 일사천리로 진행해 유감스럽다”고 지적한 바 있다.

◈ 로스쿨 총 입학정원, 변협을 제외하면 2천∼3천명이 우세

한편 현재 로스쿨 총 입학정원에 관련해 변협을 제외하면 법조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들은 대체로 2천∼3천명 이상을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2천명 이상이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더 나아가 “로스쿨 정원을 제한하면 지방대는 말살될 것인 만큼 정원제한 없는 로스쿨을 도입하라”며 4천명 이상을 주장하고 있다.

전국법과대학 학장협의회와 법학교육개혁을 위한 전국교수연합, 법학교육정상화추진교수협의회,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과 변호사 매년 3000명 배출을 위한 국민연대’ 등이 로스쿨 총 입학정원을 3천명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들도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로스쿨 입학정원을 3천명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서울법대 “1천명 남짓은 국가가 변호사자격 판매업을 몇 대학에 특혜 분양”

서울대학 법과대학 교수들은 “법조인 배출수를 연간 1천명 남짓의 상한을 두는 것은 국가가 변호사자격 판매업을 몇몇 대학에 특혜 분양하는 것”이라며 “3천명 선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법대 교수들은 특히 “양질의 법률가를 양성하자는 로스쿨 도입 논의가 변호사 업계의 집단이기주의에 사로잡히고 말았다”며 변협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사개추위를 겨냥하기도 했다.

아울러 “1천명 남짓의 상한을 두면 모든 대학이 로스쿨 입학을 위한 입시학원으로 전락하고, 법률가는 소수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배차적·특권적 신분으로 남고 말 것”이라며 “로스쿨이 또다시 특수 신분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변호사들과 법대교수들 힘겨루기 진행되나?

로스쿨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변호사들과 법대교수들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질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대구, 수원, 부산, 광주, 울산, 창원지방변호사회 등 6개 변호사회는 17일 공동성명을 통해 “변호사들을 직역이기주의를 앞세운 단체 등으로 몰아세우는 법대교수들의 적반하장식 행태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변호사회는 또한 “전국 법과대학 교수들은 처음에는 대부분 로스쿨 도입에 적극 찬성하다가 법과대학이 없어진다거나 입학정원을 제한하는 분위기를 느끼고 상당수는 아예 로스쿨 도입자체를 반대하는 분위기로 돌아섰고, 한편으로는 2천∼3천명 선의 대량증원을 주장하는 등 혼선을 보이고 있다”고 비꼬았다.

변호사회는 특히 “국가의 장래교육을 위해 사심을 버려야 할 분들이 각자 자기가 속한 대학의 입장만 대변하는 직업 이기주의적인 행태를 보이면서도 오히려 변호사들을 향해 적반하장식으로 직역이기주의 운운하는 것을 보고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 없다”고 분개했다.

아울러 “교수들의 인격과 명예를 존중해 상호 인신공격적인 논쟁은 자제하고자 하며, 변호사들 역시 그 동안 누린 만큼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못했음을 자성한다”면서도 “그러나 사법 100년 대계를 세우는데 로스쿨이 자신들의 자리보전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태도를 바꾸면서도 우리를 특권층, 직역이기주의를 앞세운 단체 등으로 몰아세우는 적반하장식 행태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변호사회는 더 나아가 “그간 교수들의 주장을 보면 당초 사법개혁위원회가 합의한 논의의 틀을 깨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교수들이 과연 국가의 장래를 위해 로스쿨 문제를 얼마나 깊이 있게 고민하고 책임감 있게 준비하고 있는지 묻고자 한다”고 12가지 로스쿨 도입에 관한 선결문제들에 대한 교수들의 답변을 촉구했다.

◈ 이승호 법교련 집행위원장 “법대교수들에 싸움 걸지 말고 사법개혁 대의 생각해야”

이에 대해 법학교육개혁을 위한 전국교수연합 이승호 집행위원장(건국대 법대 학장)은 18일 로이슈와의 전화통화에서 “법대교수들은 사개추위가 작성한 로스쿨 법안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인데 변호사들이 법대교수들에게 직역이기주의라며 감정적으로 싸움을 거는 모습은 국민이 볼 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승호 위원장은 “변협이 로스쿨의 장단점에 대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면 되는 것”이라며 “변호사들이 법대교수들에게 직역이기주의라고 한다면 로스쿨 문제를 놓고 국민 앞에서 맞짱 토론을 제안하고 싶다”고 제의했다.

이 위원장은 또 “로스쿨이 도입되면 사실 법대교수들도 부담스러운데 직업이기주의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양질의 다수 법률가 양성과 연결된 효율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국가가 도입하려는 것에 법대교수들도 한풀 접고 따라 가는 것이니 만큼 변호사들도 조금 양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교수들도 로스쿨 문제로 깜깜해 사실 속마음 한편에는 변호사와 손잡고 로스쿨 도입을 깨보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그러면 역사의 반역이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변호사들도 법대교수들에게 싸움을 걸지 말고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이 무엇인지 대의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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