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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 상호 불신으로 ‘수사권 조정’ 간극 못 좁혀

민중 지팡이 돼 달라 vs 사법기관 불신으로 검찰과도 반목

기사입력 : 2005.04.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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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에 관한 의견수렴을 위해 지난해 12월 출범한 검·경 수사권조정자문위원회가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마련한 공청회에서 검찰과 경찰이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자문위는 그동안 비공개로 회의를 열어오다 이날 처음으로 공개적인 자리를 마련했으며, 각 기관을 대표하는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공방에 앞서 검찰과 경찰 수장들의 인사말도 수사권 조정에 대한 시각차가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먼저 김종빈 검찰총장은 “수사과정에서 국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찰수사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면서도 “(그러나) 수사권은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행사돼야 하는데도 수사현실은 인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혹독한 비판이 있다”고 사실상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 검찰총장은 이어 “경찰은 민생치안범죄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해 국민이 안심하고 기댈 수 있는 듬직한 민중의 지팡이가 돼 줄 것을 확신한다”며 “검찰도 공정하고 투명한 검찰권 행사로 우리사회에 정의의 강물이 넘쳐흘러 인권과 평화의 바다를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허준영 경찰청장은 “때로는 검사지휘 때문에 장례절차가 지연된다고 항의하는 유족들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안타까웠고, 고소·고발 처리가 지체되면서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이 만연됐다”며 “무엇보다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검찰과도 반목하게 만들었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허 경찰청장은 “특정기관에 지나치게 편중된 국가기능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만큼 수사권 조정결과는 경찰과 검찰간의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윈-윈(win-win)게임”이라며 “분권과 자율, 대화와 타협이라는 국정이념에 따라 성공적으로 해결한 모범사례로 기록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공청회를 주최한 수사권조정자문위원회 김일수 위원장(고려대 법대 교수)은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의 인사말이 끝난 뒤 경과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엄숙한 공청회) 분위기 전환을 위해 조크 한마디하겠다”며 “검찰이 형님이고 경찰이 아우가 돼 잘 지내면 되지 않느냐고 주위에 물으니 형(검찰)편 없는 소리라고 해서 상식을 가진 서울시청에 의견을 물으니 천만(서울시민)의 말씀이라고 답변했다”고 말해 무거운 공청회 분위기를 박수를 이끌어 내며 부드럽게 만들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조정 공청회 토론요지]

◈ 구시대 유물 = 경찰입장 발표자로 나선 김학배 경찰청 기획수사심의관은 “구시대의 유물로 50년을 유지하며 독점의 폐해가 극심하게 나타난 현행 수사구조는 이제 국민의식의 성장, 경찰의 성숙, 시대환경의 변화와 함께 마땅히 폐기돼야 한다”며 “형사소송법 제195·196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미봉적 해법을 찾는 것은 근원적인 해결책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형소법 개정을 주장했다.

김 심의관은 “수사구조가 구시대적인 가치와 이념의 틀에 얽매여 있는 한 수사에 있어 견제와 균형을 통한 인권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와 분권과 자율을 통한 발전이라는 시대적 가치의 구현은 요원하다”며 “경찰과 검찰도 헌법정신에 따라 바로 설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찰 불순 의도 = 그러자 검찰입장 발표자로 나선 김회재 대검찰청 수사정책기획단장은 “경찰 수사권 독립 주장은 경찰대학 출신을 중심으로 일부 경찰간부들이 치안유지기관으로서 본분보다는 수사를 주재하는 검사 권한까지 독점해 스스로 사법관이 되려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국민의 권익을 도외시한 경찰조직 이기주의 ▲검사 지휘 배제를 통한 ‘행정경찰’의 ‘사법경찰’ 장악 의도 등을 경찰 수사권 독립 주장의 3대 실체로 지적했다.

김 단장은 또 경찰 수사권 독립이 불필요한 7대 이유로 ▲검사지휘로 국민불편이 초래된다는 주장은 사실무근 ▲경찰 사기 진작은 형소법 개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실현 ▲검찰권에 대한 견제와 강화는 전혀 무관한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경찰 수사권이 독립될 경우 ▲경찰 권력의 비대화 ▲국민 인권보호에 심대한 사각지대 발생으로 국민 권익 훼손 ▲경찰 조직의 사조직화 ▲국민의 형사사법에 대한 총체적 불신 초래 등 8대 폐해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형사사법 개혁과제 = 서보학 경희대 법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검ㆍ경 간 합리적인 수사권 배분은 △수사현실과 법제도의 불일치 제거 △권력의 분산과 견제를 통한 민주주의 및 법치국가이념의 실현 △수사권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실체적 진실발견과 사법정의의 실현 △수사기관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한 피의자의 인권보호 △사법경찰조직의 발전 등을 위해 반드시 성취돼야 할 형사사법 분야의 중요한 개혁과제”라며 “이를 위해 형사소송법 제195조에 사법경찰관의 수사주체성을 인정하는 것과 196조는 지휘관계를 협력관계로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 경찰 권한 비대화 = 반면 정웅석 서경대 법대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경찰의 권한이 비대화되고 실제 수사에 있어서도 문제점이 많은 현실에서 검사의 수사지휘권마저 배제될 경우 국민의 인권보호나 실체적 진실발견에 커다란 장애를 초래하고 검찰과 경찰간의 수사권 충돌 등으로 국가 수사체계의 총체적 난맥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며 “따라서 경찰의 수사권독립보다는 사법경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의 확보가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 종지부 찍자 = 조국 서울대(법학) 교수는 "현 시기는 수사권 논쟁의 매듭을 지을 때다. 지금까지 수사권 조정에 대한 거의 모든 입장이 표명되고 검토됐기 때문에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연구나 논의, 비난이 아니라 이해와 타협이다"며 수사권 논란에 종지부를 찍자고 강조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검경간의 수사권을 둘러싼 대립은 뿌리가 깊은데 이제까지 수사권조정에 대한 거의 모든 입장이 표명되고 검토된 만큼 현 시기에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연구나 논의, 검경간의 상호 흠집 잡기식 비난이 아니라 상호 이해와 타협을 통해 수사권논쟁의 매듭을 지을 때”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그러면서 “최선책은 형사소송법을 개정하고 세부사항을 검찰사무규칙과 사법경찰관사무규칙 등을 통폐합한 새로운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것이고 만약 단기간에 불가능하면 제정된 대통령령을 통해 개정의 발판을 만드는 것이 차선책”이라고 조언했다.

◈ 임상실험 안 돼 = 황덕남 변호사는 “현재 시점에서 형사소송 절차상 수사의 기본 구조를 변경하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대단히 위험한 임상실험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먼저 자율과 독자적 권한을 주면 앞으로 경찰 수사의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경찰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 모험을 하기에는 국민들의 인권이나 법치주의의 가치가 너무나 소중하다”고 검찰의 손을 들어주었다.

◈ 지정토론자들도 수사권조정에 찬반 팽팽

지정토론자로 나선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형소법 제195조와 제196조는 개정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수사권조정이 이뤄진 이후에는 △경찰활동의 체계화 △경찰대 출신에 의한 경찰 사조직화 우려 불식 △자치경찰제 실질적 운영 △경찰관 양성 프로그램 전면 개편과 상시적 인권교육 강화 △경찰활동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감시 프로그램 작동 △경찰노조 건설 등을 통해 경찰 내부의 개혁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주덕 변호사는 “검사의 수사지휘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지금까지 경찰이 제기한 많은 문제점에 대해서는 검찰도 충분히 검토해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희 경찰대 교수는 “날로 흉폭화·광역화·지능화돼 가는 현대 범죄로부터 우리사회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일류경찰을 바란다면 이제 적어도 책임지고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검찰이 수사에 몰두하기보다는 공판정에서 진실을 가리는 활동에 주력하는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차동언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는 “경찰은 수사권 독립이라는 정치적인 수사(修辭)를 벗어 던지고 진정하게 수사에 전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경찰관 각자 자신이 하는 수사내용에 대해 과연 기소단계에 이르도록 증거를 갖추었는지 현재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증거가 법정에서 사용이 가능한 것인지 등 미리 검사의 지휘를 받아서 쓸데없는 업무를 줄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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