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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崔대법원장, 양승태·이공현 카드 꺼낸 진짜 이유

헌법재판관 전격 발표 배경…후폭풍 최소화 사전포석

2005-01-19 18:29:21

최종영 대법원장이 19일 내달 26일 퇴임하는 변재승 대법관 후임에 양승태 특허법원장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임명청하고, 3월 13일 퇴임하는 김영일 헌법재판관 후임에 이공현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명했다.

이번 인사의 외형상 특징은 기수 및 연공서열을 고려해 고위 법관들의 내부 반발을 무마하고 또한 인사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여 조직을 안정을 중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대법원이 2003년 전효숙 헌법재판관을 선임 재판관 임기만료 6일 전에 지명했던 전례에 비춰 볼 때 이날 헌법재판관 후임 인선까지 전격 발표한 것은 인사를 둘러싼 잡음을 사전에 차단해 후폭풍을 최소화하려는 사전포석으로 해석된다.

◈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 조차 고위법관 추천에 묵시적 동의?

사실 이번 인선에서 법원장들의 내부 승진으로 신임 대법관이 임명될 것이라는 게 법원 안팎의 중론이었고, 실제로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 조차도 고위법관을 추천하자는 데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였다는 게 후문이었다.

따라서 지난 17일 대법관제청자문위가 양승태 특허법원장, 이공현 법원행정처 차장, 이홍훈 제주법원장을 추천했을 때에도 이미 예상했던 일로 받아들여질 정도였다.
이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구성을 다양화하라는 국민의 요청을 대법원이 전격 수용해 재작년 전효숙 헌법재판관과 지난해 김영란 대법관을 임명했던 점도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수와 서열을 중시함으로써 조직의 안정을 꾀하는 사법부가 외부 입김에 의해 기수와 서열이 파괴되는 파격적인 인사가 연거푸 단행됨으로써 이에 반발해 강병섭 서울중앙지법원장과 이영애 춘천법원장이 사퇴한 전례가 있어 이번마저 기수와 서열이 무시되면 고위법관들의 집단 사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위기의식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신임 대법관을 추천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법원노조도 이번 인사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기수를 중시한 퇴행 인사’라는 등 후폭풍의 전운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장주영 민변 사무총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라며 “이번 대법관 제청에 대해 아직 이렇다하게 말할 것은 없고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해)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법원노조 관계자도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 된 바 없어 논평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양승태 특허법원장의 대법관 발탁 배경은?
그렇다면 대법관 제청 대상자로 추천된 인사 3명 중 왜 양승태 법원장이 발탁됐을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법원 내외의 각계 각층으로부터 제출된 의견을 두루 고려하고,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재판능력 ▲건강 ▲자질 ▲인품 및 국민을 위한 봉사적 자세 등에 관한 철저한 심사와 평가를 통해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또한 “합리적이고 균형감각이 뛰어난 법관의 전형이자 재판실무능력과 사법행정능력을 겸비해 주위의 신망이 두텁다”고 덧붙였다.

양 법원장은 행정의 달인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주목할 만한 판결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더욱이 재작년 대법관 제청 파동 당시 일부 소장판사들이 연판장을 돌리자 사의를 밝혔다가 번복한 것으로도 알려진 점도 발탁 가능성의 감점요인이었다.

그러나 특유의 친화력으로 후배 법관들과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고, 2001년 호주제에 대해 위헌심판제정을 해 한국여성단체연합으로부터 ‘여성권익 디딤돌’로 선정됐던 것은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최 대법원장이 최종 낙점한 것은 부산출신이라는 지역적 안배와 특수한 경우인 김영란 대법관을 제외하면 막내 대법관격인 김용담 대법관이 사시11회인 점을 감안하면 사시 12회인 양 법원장이 지역적 안배와 기수 및 서열을 중시함으로써 조직의 안정을 꾀하는 사법부에 적격이었던 셈이다.

◈ 이공현 법원행정처 차장의 헌법재판관 발탁배경은?

전남 구례출신으로 지역적 안배까지 고려돼 발탁된 이 차장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수학해 각 국의 사법제도 등 외국법제도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국제재판관할권에 대해서는 정평이 나 있다.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사법제도의 개혁에 많이 기여했고, 대법원장 비서실장으로서 대법원장을 보필해 사법개혁 추진의 기본방향을 확립해 왔다.

눈에 띄는 판결로는 전교조 교사에 대한 재임용 취소는 부당하다는 판결과 커피 심부름을 거절했다가 해고된 여사원을 복직시킨 판결은 유명하다.

하지만 해고노동자들의 집회를 금지해 달라는 회사와 주변 상인들의 가처분신청에 대해 ‘수용’과 ‘기각’이라는 엇갈린 결정을 내려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초 이 차장은 사법개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강점이 참여정부에서 언제든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이번에는 발탁되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 지기도 했다.

그러나 사개위 부위원장으로서 무난하게 사법개혁을 진행하고, 대법원장 비서실장은 물론 법원행정처 차장으로서 사실상 법원 안방살림을 도맡아 해 와 최종영 대법원장으로서는 심복(?)에 가까운 이 차장을 자신이 직접 챙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대법관 제청과 헌법재판관 지명 왜 동시에 이뤄졌나?

최 대법원장은 신임 대법관을 제청하면서 이공현 법원행정처 차장을 3월 13일 퇴임하는 김영일 헌법재판관 후임자로 지명, 이날 전격 발표한 점이 눈의 띄는 대목이다.

2003년 8월 임명된 전효숙 헌법재판관의 경우 대법원이 한대현 헌법재판관 임기만료 6일 전에 지명해 인선지연에 따른 헌법재판관 공백을 가져 온 바 있어 상대적으로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사실 이날 헌법재판관 지명은 내달 14일로 예정된 법원장 등에 대한 인사와 맞물려 있어 이번에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이 나돌기도 했으나 법원 외부에서는 인사 시점이 두 달이나 남은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이다.

장주영 민변 사무총장은 “대법관 제청과 함께 헌법재판관까지 지명한 것이 사실이냐”며 “두 달이나 남았는데 상당히 의외”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인사 일정을 보면 최 대법원장의 속내를 감지할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11일 고등법원장 4명과 지방법원장 18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고, 내달 14일에도 법원장 등에 대한 법관 정기인사가 예정돼 있다.

따라서 법원장 정기인사 이전에 단행하는 것이 원활한 인사이동을 위해 좋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고, 그럴 경우 이번에 동시에 함으로써 인선에 따른 외부의 후폭풍 내지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왜냐하면 이번 대법관 인사가 기수 및 연공서열을 중시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경우 3월 헌법재판관 지명과정에서 또다시 시민사회단체들의 다양화 요구가 불거질 것이 뻔한 상황이어서 헌법재판관 인선 작업에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최종영 대법원장으로서는 임기 중에 행사하는 마지막 인선을 법원 내외부의 압력(?)이 아닌 조직의 안정을 중시하는 자신의 의중대로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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