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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중구 전 심평원장, 퇴직 85일 만에 피심사 병원 취업…‘취업승인’ 사유는 비공개

현대병원, 2022년 이후 심평원서 진료비 3337억원 심사·16억원 조정

윤리위, 업무 관련성 인정에도 '임용 전 분야 복귀' 사유로 취업승인…영향력 평가 근거는 확인 안 돼

퇴직 임원 5명 중 3명은 신고만으로 재취업…같은 심평원 임원도 취업심사 결과 엇갈려

2026-10-16 13:06:16

강중구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사진=심평원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강중구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사진=심평원 제공]
[로이슈 전여송 기자] 건강보험 진료비 심사를 총괄하던 강중구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퇴직 85일 만에 심사 대상 병원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면서도 예외적으로 취업을 승인했다. 심평원이 심사기관 수장의 재취업 과정에서 어떤 검토의견을 냈고, 퇴직 이후 이해충돌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으면서, 퇴직 고위직에 대한 내부 통제와 심사 공정성 확보 체계의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16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심평원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퇴직 임원 재취업 현황' 등에 따르면 강 전 원장은 지난 4월 12일 퇴직한 뒤 7월 6일 경기 남양주 현대병원 임상진료 교수로 취업했다. 퇴직 후 85일 만이다.

강 전 원장은 2023년 3월 13일 심평원장에 취임해 약 3년간 기관을 이끌었다. 후임 홍승권 원장은 강 전 원장이 퇴직한 다음 날인 올해 4월 13일 취임했다.

현대병원은 심평원의 진료비 심사·조정과 의료서비스 적정성 평가를 받아 온 종합병원이다. 심평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현대병원의 심사결정 진료비는 3336억8200만원, 조정금액은 16억19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22~2025년 연간 심사결정 진료비는 600억~800억원대였으며, 같은 기간 매년 2억~4억원대가 조정됐다. 전체 집계 기간의 심사결정액 대비 조정액을 단순 계산한 비율은 약 0.49%다. 다만 해당 실적에는 강 전 원장의 취임 이전과 퇴직 이후 기간도 포함돼 있어 전체 금액을 강 전 원장 재임 기간의 실적으로 볼 수는 없다.

현대병원은 2021~2025년 중환자실, 급성기 뇌졸중, 항생제 처방률, 환자경험 등 심평원의 의료서비스 적정성 평가도 받았다. 강 전 원장이 재임 중 총괄했던 진료비 심사·평가 업무와 퇴직 후 취업한 의료기관 사이에 업무상 접점이 존재하는 셈이다.

◆ 업무 관련성 인정하고도 취업승인…'임용 전 분야 복귀' 예외 적용

핵심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 결과다.

강 전 원장은 지난 6월 26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에서 '취업승인' 결정을 받았다.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취업가능'과 달리, 취업승인은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더라도 법령이 정한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 취업을 허용하는 결정이다.

인사혁신처가 지난 7월 3일 공개한 6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를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심평원 출신 임원의 현대병원 임상진료 교수 취업에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제6호가 적용됐다.

해당 조항은 채용계약에 따라 일정 기간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한 직위에 채용됐다가 퇴직 후 임용 전에 종사했던 분야로 재취업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취업을 승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 전 원장은 의사 출신으로 의료 분야에서 활동하다 심평원장에 취임한 인물이다. 따라서 의료 전문가가 임용 전 종사 분야로 복귀한다는 점은 취업승인 판단에서 고려할 수 있는 요소다.

◆ 같은 심평원 임원인데 심사 결과 달라…3명은 신고만으로 재취업

다른 퇴직 임원들의 재취업 경로에서도 취업심사 결과와 절차상 차이가 드러났다.

허 의원실이 확보한 202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재취업 현황에는 강 전 원장을 포함한 심평원 퇴직 임원 5명이 등장한다. 재취업 기관은 병원과 의료법인, 제약사, 대형 법무법인 등이었다.

2023년 2월 퇴직한 개발상임이사 출신 A씨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취업가능' 판정을 받은 뒤 2025년 4월 의료법인 건명의료재단 이사로 취업했다. 올해 4월부터는 같은 재단의 본부장도 겸하고 있다. 건명의료재단은 중앙제일병원을 운영하는 법인으로, 심평원이 제출한 2019~2023년 집계 자료상 심사결정 진료비는 943억원이었다.

강 전 원장과 A씨는 모두 심평원 출신 임원으로 의료기관 또는 의료기관 운영 재단에 취업했지만 심사 결과는 달랐다. 강 전 원장은 현대병원과의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고 예외적으로 취업승인을 받은 반면, A씨는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취업가능' 판정을 받았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3항은 공직유관단체 임원을 '기관업무기준 취업심사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개인이 담당했던 부서뿐 아니라 퇴직 전 소속기관 전체 업무를 기준으로 취업 대상 기관과의 관련성을 판단하는 구조다.

퇴직 후 3년이 지나 사전 취업심사 없이 신고만으로 재취업한 사례도 3건이었다.

2020년 12월 퇴직한 상임이사 출신 B씨는 2025년 1월 수원윌스기념병원 고문으로 취업했다. 심평원이 제출한 2016~2020년 집계 자료에 따르면 해당 병원의 심사결정 진료비는 1013억원, 조정금액은 102억원이었다.

2021년 1월 퇴직한 상임이사 출신 C씨는 2024년 12월 법무법인 화우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6년 퇴직한 상임이사 출신 D씨 역시 2024년 6월 제일약품 자문으로 재취업했다. 이들은 모두 퇴직 후 3년이 지나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사전 취업심사 없이 신고 절차를 거쳤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취업심사대상자의 퇴직 후 3년간 업무 관련 기관 취업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면서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확인이나 예외적 취업승인을 받은 경우 취업을 허용한다. 제한 기간이 지난 뒤에는 별도의 사전 취업심사 없이 재취업할 수 있지만, 일정 대상자에게는 퇴직 후 10년간 취업이력 신고·공시 제도가 적용된다.

이처럼 취업제한 기간이 경과하면 사전 심사 절차는 달라지지만, 퇴직 전 직접 처리한 업무에 대한 취급 제한 등 별도의 법적 의무까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심사기관 출신 임원이 의료기관이나 제약사, 법무법인에서 실제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지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 심평원 "현지조사 실적 없어"…취업 이후 업무 관여 여부는 별도 문제

심평원은 재취업한 기관들에 대해 퇴직 임원들의 퇴직 전 5년간 현지조사를 실시한 실적이 없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화우 역시 2021년 이후 심평원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대리인으로 참여한 사건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지조사나 소송대리 실적이 없다는 사실이 심평원과 해당 기관 사이의 모든 업무상 관련성이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진료비 심사·조정, 적정성 평가 등은 현지조사와 구분되는 업무이며, 법무법인의 경우 소송대리 외 비소송 자문 여부도 별개의 문제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강 전 원장의 취업 자체가 현행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넘어, 취업승인 당시 업무 관련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으며 승인 이후 업무취급 제한 준수 여부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점검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지게 됐다.

허종식 의원은 "의사 출신 원장이 진료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진료비 심사를 총괄하던 기관의 수장이 퇴직 석 달도 안 돼 매년 수억 원씩 진료비를 조정받던 병원으로 가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허 의원은 "심평원은 병원·제약사 수익을 좌우하는 기관인 만큼 퇴직 임원의 취업 제한 기준을 일반 공공기관보다 훨씬 엄격히 정립해야 한다"며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승인 사유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퇴직 후 2년간의 업무취급 제한 준수 여부를 복지부와 심평원이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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