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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업무상횡령 혐의, ‘개인적으로 쓴 돈 없다’는 해명으로 충분할까

2026-10-14 1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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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법무법인 빛
[로이슈 이강훈 기자] 회사 지시에 따라 거래처에 대금을 지급했는데 결재 기록이 남지 않았거나, 급한 운영비를 다른 용도의 자금에서 먼저 지출했다면 어떻게 될까.

경리·회계 담당자에게는 업무 과정에서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후 자금 사용의 적정성을 둘러싼 다툼이 생기면 업무상횡령 혐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 ‘회사 일에 썼다’거나 ‘상사가 지시했다’는 설명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어떤 자금을 누구의 권한으로 집행했는지, 실제 사용처가 어디인지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업무상횡령 사건의 핵심은 ‘불법영득의사’다. 맡아 관리하던 타인의 재산을 위탁 취지에 어긋나게 권한 없이 자기 소유처럼 처분하려는 의사를 뜻한다. 이는 돈을 개인적으로 가져갔는지만 살피는 개념은 아니다. 특정 용도로만 쓰도록 맡긴 자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회사에 도움이 되는 지출이었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 반대로 결재 누락이나 정산 지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출을 횡령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

대법원 2011도1904 판결에서도 자금 집행 절차와 실제 사용 목적을 구분해 살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공동사업 자금을 지정 계좌에 입금하지 않고 사용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약정상 허용된 사업 대출금의 이자 지급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일괄적으로 횡령으로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있다고 봤다. 해당 자금이 어디에서 나와 어떤 방식으로 지급됐는지, 실제 이자로 지출한 금액이 얼마인지 추가로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무적으로는 지출 용도, 명목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중요하다. 장부에 업무추진비나 가지급금으로 기록했더라도 실제 사용처가 다르면 회계 처리만으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상사의 지시가 있었다면 해당 상사에게 자금 집행을 승인할 권한이 있었는지, 담당자가 어떤 설명을 듣고 이체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당시의 이메일과 메신저, 결재 내역, 거래처 청구서와 입금 기록은 이러한 경위를 설명하는 자료가 된다.

혐의를 받는 금액 역시 거래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회사가 제시한 총액에 실제 업무비용이나 중복 집계한 내역이 포함됐는지 대조해야 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사용한 돈을 나중에 반환했다는 사정은 처음부터 정당한 업무비로 지출했다는 주장과 다르다. 이미 성립한 횡령죄가 반환만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피해 회복은 처벌 수위를 판단할 때 고려할 수 있다.

첫 조사 전에는 문제된 거래를 날짜순으로 정리하고 각 지출에 대응하는 지시와 증빙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억이 불분명한 부분을 추측해 설명하면 이후 객관적인 자료와 진술이 어긋날 수 있다.

업무상횡령 사건은 내부 절차를 어긴 부분과 실제로 자금을 임의 처분한 부분을 구분해 살펴야 한다. 억울한 혐의를 받았다면 첫 조사 전부터 법률 전문가와 함께 문제된 거래를 검토하고, 사용 목적과 승인 경위, 실제 지급 내역을 뒷받침할 자료를 정리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법률자문: 법무법인 빛 김경수 대표변호사

이강훈 로이슈(lawissue) 기자 lkh@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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