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로이슈가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난자공여 시술을 받은 경우에도 국내에서 형사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법무부에 질의해 받은 답변이다.
고령과 난임으로 아이를 가질 가능성이 희미해진 부부들에게 난자공여는 마지막으로 붙잡은 희망이다. 국내에서 더 이상 방법을 찾기 어려워 해외까지 나가 현지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시술을 받고, 적지 않은 비용과 긴 시간, 신체적·경제적 부담을 감수한다. 시술을 마친 뒤에는 비로소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돌아온다. 그런데 귀국한 뒤 자신들이 받은 시술이 국내법상 범죄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칫 징역형까지 가능한 범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절망 끝에 찾아낸 마지막 희망마저 오히려 더 깊은 수렁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법무부는 인구가 급감하는 시대, 아이를 갖기 위해 자신의 비용과 희생을 감수하며 해외까지 찾아간 난임부부에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차가운 답변을 한 것이다.
법무부의 답변에는 난자공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난임부부의 현실에 대한 법적 감수성이 조금도 드러나지 않는다. 법은 조문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현실과 사람에 대한 이해를 담아야 한다. 더구나 현지에서는 합법적으로 이뤄진 의료행위라면, 이를 국내법상 어떤 행위로 보고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난자공여 시술을 받은 난임부부에게 국내법상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일까.
국내에서는 난자와 정자를 금전이나 재산상의 이익, 그 밖의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제공하거나 이용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생명윤리법 제23조 제3항은 누구든지 금전이나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배아나 난자 또는 정자를 제공하거나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행위를 유인하거나 알선하는 것도 금지된다. 위반하면 같은 법 제66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심지어 이 조항에는 벌금형이 없다. 처벌을 받을 시 징역형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 규정의 핵심은 난자공여 자체를 금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난자나 정자를 금전적 대가와 결부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데 있다. 난자를 사고파는 거래가 허용될 경우 경제적 대가를 목적으로 한 제공이 늘어나면서 여성의 신체와 생식세포가 상품처럼 거래될 가능성을 막고, 난자 제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건강상 위험과 당사자에 대한 부당한 압박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따라서 국내법을 놓고 보면 ‘난자공여’와 ‘난자 매매’는 같은 개념이 아니다. 난자 제공에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 등 반대급부가 결부됐는지가 법적으로 중요한 기준이 된다.
실제로 난자공여가 활성화된 국가들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난자의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인체조직 및 세포 지침」(2004/23/EC) 제12조에서 생식세포를 포함한 조직·세포의 기증을 자발적·무상으로 하도록 했다.¹⁾ 체코 「특정보건의료서비스법」은 생식세포를 제공한 사람에게 그 자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못박았다. 스페인 「인간 보조생식기술법」(2006년 제14호) 제5조는 생식세포 기증을 무상·비상업적 행위로 규정한다. 그리스 「의학적 보조생식법」과 대만 「인공생식법」도 생식세포를 대가를 전제로 거래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럼에도 이들 국가에서는 난자공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유럽인간생식·배아학회(ESHRE) 유럽체외수정모니터링컨소시엄(EIM) 집계를 보면 2020년 유럽 41개국에서 보고된 보조생식술 92만3318건 가운데 난자공여를 이용한 시술은 6만4007건으로 6.9%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스페인이 2만7292건으로 42.6%, 그리스가 4644건으로 7.3%, 체코가 4451건으로 7.0%를 차지했다. 체코의 난자공여 시술은 2023년 5663건으로 늘었으며, 이 가운데 84.6%가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집계됐다(체코 보건통계원(ÚZIS)). 대만에서도 2023년 3259건의 난자공여 시술이 이뤄져 전체 보조생식술의 5.6%(대만 위생복리부 국민건강서 보고서)를 차지했다.
이들 나라에서 난자공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이유는 난자 매매를 금지하는 것과 난자공여를 출산을 위한 의료적 선택지로 활성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다루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 국가는 난자 자체를 거래하지 않으면서도 난자공여가 실제 의료현장에서 작동하도록 기증자 모집부터 검사와 관리, 난임부부와의 연결까지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난자 매매를 금지하면서도 난자공여를 활성화한 국가들의 공통점은 난자 자체에 가격을 붙이지 않는 대신, 기증 과정 전체를 의료 시스템 안에서 관리한다는 데 있다.
체코 「특정보건의료서비스법」은 ‘난자공여를 이용한 시험관 시술’을 허용하고, 기증자의 익명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여성 난자 기증자는 만 18세 이상 35세 이하로 제한된다. 의료기관은 기증자와 난임부부 사이의 상호 익명성을 보장해야 하고, 기증자의 건강정보도 의료기관이 관리한다. 난자 자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은 인정하지 않지만, 기증자가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기증 과정에서 실제로 든 비용을 보전한다.
난자 자체의 거래는 막되, 기증자의 검사와 관리, 익명성 유지, 비용 보전 등 기증 과정의 핵심 절차를 의료기관이 관리하는 구조다. 수혜자가 기증자에게 난자의 가격을 직접 지급하지 않는다.
스페인은 이러한 구조를 더욱 구체적으로 법제화했다. 「인간 보조생식기술법」 제5조는 생식세포 기증을 허가받은 의료기관과 기증자 사이의 무상·비밀보장 계약으로 규정하고, 기증이 영리적·상업적 성격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동시에 기증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불편과 교통비·근로손실 등에 대해서는 보상할 수 있도록 했다. 기증은 익명으로 관리하고, 기증자의 신원과 관련 정보는 법률이 정한 비밀보호 원칙에 따라 관리하도록 했다. 즉 기증자가 난임부부를 직접 찾아 거래하는 방식이 아니라, 허가받은 의료기관이 기증자를 관리하고 필요한 생식세포를 수혜자에게 연결하는 방식이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이런 구조를 뒷받침하는 기준이 마련돼 있다. 「인체조직 및 세포 지침」 제12조는 조직과 세포의 기증을 자발적이고 무상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기증과 관련해 발생한 비용과 불편에 한정한 보상을 허용한다. 제14조는 기증자와 수혜자를 식별할 수 없도록 개인정보와 유전정보를 보호하고, 제15조는 기증자의 평가와 선별, 검사 결과의 기록 등을 요구한다. 따라서 유럽에서는 난자공여를 단순히 ‘허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증자의 선별부터 개인정보 보호, 추적관리까지 제도 안에서 관리하고 있다.
대만도 비슷한 구조다. 「인공생식법」은 난자나 정자를 기증받는 난임부부가 주무관청이 정한 금액 범위에서 의료기관을 통해 기증자에게 영양비를 제공하거나 검사·의료비, 근로시간 손실, 교통비를 부담할 수 있도록 했다.
기증자는 특정 난임부부를 지정할 수 없고, 수혜자도 특정 기증자를 요구할 수 없다. 인공생식기관이 양쪽을 연결하며, 수혜자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인종·피부색·혈액형 등 비식별 정보로 제한된다. 기증 전에는 생리·심리상태, 가족력, 감염성 질환, 생식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질환 검사를 거친다.
이들 국가의 사례를 보면 난자공여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는 단순히 기증자에게 비용을 보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증자를 모집하고, 건강과 유전적 위험을 검사하고, 기증자의 정보를 관리하고, 수혜자와 직접 거래하지 않도록 차단하고, 적합한 기증자를 난임부부에게 연결하는 과정 전체가 의료기관과 제도 안에서 이어진다.
난자공여에 필요한 사람과 의료기관, 검사와 관리, 매칭과 시술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놓은 것이다. 난자 매매를 금지하면서도 난자공여를 실제 출산의 선택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차이는 여기에 있다고 볼수 있다.
그렇다면 해외 난자공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때문에 귀국 후 국내법의 적용을 받아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비용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난자 매매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 생식세포 기증에 필요한 시술과 회복에 따른 보상금과 교통비·식비·숙박비 등 일정한 비용의 보전을 허용하고 있다. 난자 기증 과정에서 합리적인 비용을 보전하는 것 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적법한 의료기관에서 현지 법과 절차에 따라 난자공여가 이뤄지고, 기증자에게 지급된 금액 역시 난자 자체의 매매 대가가 아니라 현지법에 따라 허용된 비용 보전이나 시술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라면, 국내 생명윤리법 위반이 성립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법무부 역시 로이슈의 질의에 대해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에도 국내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원칙을 설명하면서도, 구체적인 범죄 성립 여부는 개별 사실관계와 행위의 내용 등을 종합해 검찰이나 법원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 적법한 절차로 시술을 받고, 기증자에게 지급된 돈이 난자의 대가가 아니라 의료기관을 통한 비용 보전이었다면, 이를 곧바로 국내법상 매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를 확인해 줄 기준도, 판단해 줄 기관도 지금은 없다. 이에 따라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난자 매매와 적법한 난자공여를 명확히 구분하고, 해외에서 이뤄진 적법한 의료행위에 대해 국내법이 어디까지 적용되는지 예측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난자공여를 선택하는 난임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처벌의 공포가 아니라, 합법적인 의료행위와 금지되는 거래를 구별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기준이다.
해외 사례는 난자 매매를 금지한다고 해서 난자공여까지 위축시킬 필요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체코와 스페인, 그리스, 대만 등은 난자의 상업적 거래는 막으면서도 비용 보전, 기증자 모집과 검사, 익명성, 의료기관을 통한 관리와 매칭 등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해 난자공여가 실제 의료현장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난자 매매를 금지하는 법적 틀은 갖추고 있지만, 난자공여를 필요로 하는 난임부부가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이용하게 할 제도적 기반은 충분하지 않다. 비용 보전과 기증자 관리 등에 관한 개별 규정은 있지만, 기증자를 어떻게 모집하고 관리할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검사하고 매칭할 것인지, 난자공여 과정 전반을 어떤 기관이 책임지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는 해외 사례만큼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
결국 난자공여가 국내에서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면서 난임부부들은 해외 의료기관을 찾아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해외에서 합법적인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국내법 적용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것 역시 이러한 제도적 공백과 무관하지 않다.
이는 난자공여를 금지할 것인지 허용할 것인지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불법적인 난자 매매는 차단하면서도 난자공여를 필요로 하는 난임부부에게 안전하고 투명한 의료적 선택지를 제공하도록 제도를 설계할 것인지의 문제다.
해외 국가들은 이미 난자 매매와 난자공여를 구분하고, 그 사이에 기증자 보호와 검사, 비용 보전, 기관 관리와 매칭이라는 구체적인 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우리나라 역시 국내에서 난자공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적법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국내에서 찾지 못한 마지막 방법을 위해 수천만원을 들여 낯선 땅으로 떠나, 아내는 자신의 유전자와 건강을 포기하면서 이국의 병원 수술대에 몸을 맡겨야 하고 남편은 그런 아내를 바라보며 그 시간을 견뎌야 한다. 이후 이들이 감당해야하는 건 고령에 따른 건강과 경제적 부담을 안고 아이를 키워야 하는 긴 마라톤이다. 그 아내와 남편이 감당해야 하는 희생과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법무부는 과연 '처벌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을까.
※ 이 기사는 기사 작성 과정의 일부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했으며, 기사 내용의 정확성과 책임은 본사에 있습니다.
1. 기존 「인체조직 및 세포 지침」(2004/23/EC)은 「인체유래물질(SoHO) 규정」(EU 2024/1938)으로 대체되며, 새 규정은 2027년 8월 7일부터 적용된다. 새 규정 역시 자발적·무상 기증을 원칙으로 하면서 회원국이 일정한 조건과 기준에 따라 생존 기증자에 대한 보상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편도욱 로이슈 기자 toy1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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