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함께 술을 마셨거나 숙소로 이동했다는 사정만으로 이후 이루어진 각각의 모든 성적 행위에 관한 동의 의사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행위 당시 상대방의 의사와 상태, 행위의 방법과 전후 정황이 구체적으로 검토되어야만 한다.
한편 동의 여부만으로 성범죄에 관한 형사책임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간음이나 추행을 하였다면 형법 제297조의 강간이나 제298조의 강제추행이 검토 대상이 된다. 상대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고 행위자가 이를 인식하고 이용하였다면 형법 제299조의 준강간·준강제추행이 문제 될 수 있다. 즉, 동의 여부는 중요한 판단 요소이나, 적용 법조에 따라 폭행·협박의 존재와 정도, 상대방의 상태, 행위자의 인식과 이용 여부 등이 모두 함께 고려되는 것이다.
음주가 얽힌 사건에서는 항거불능의 의미가 함께 검토되기도 한다. 판례는 의식을 완전히 잃지 않았더라도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행위에 맞설 저항력이 현저히 저하된 경우 항거불능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다만 사건 이후에 기억이 없다는 사정은 판단자료 가운데 하나일 뿐이므로, 기억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심신상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역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성범죄와 관련한 진술의 신빙성은 진술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객관적 자료와 부합하는지 등을 검토하여 판단하게 된다. 다만 사소한 불일치나 전형적이지 않은 사후 행동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신빙성이 부정되는 것 역시 아니다.
성범죄 혐의에 대한 판단 시, 확인 대상으로 고려하는 정황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 만나게 된 경위와 주고받은 대화, 이동 과정과 음주 정도, 숙소 출입 전후의 상황 등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사건 피해자의 경우 관련된 대화·통화·결제·이동자료를 삭제하거나 변경하지 않고 원본 그대로 보관해두는 편이 바람직하다. 함부로 삭제하거나 변경할 경우 사실인정 과정에서 문제로 작용할 여지가 오히려 많게 된다.
사건 이후 해명이나 합의를 목적으로 한 연락이 있었던 경우에는 연락의 내용과 횟수,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밝혔는지, 회유나 압박으로 볼 표현이 있었는지가 별도의 정황으로 검토되기도 한다. 다만 연락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회유나 압박이 되는 것 역시 아니다.
법무법인 정의 김유경 부장변호사는 "일회성 만남 사건은 이전 관계를 확인할 자료가 적어 두 사람의 진술과 그 사이를 메우는 정황에 기대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사건일수록 초기에 어떤 사실관계를 전제로 진술했는지가 향후 절차를 좌우하는 틀로 굳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lawissue.co.kr
<저작권자 © 로이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