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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간, 대학가 신학기 술자리 속 ‘심신상실’ 악용 범죄 주의보

2026-03-04 09:00:00

사진=최학수 변호사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최학수 변호사
[로이슈 진가영 기자] 대학가의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은 설렘과 긴장감이 교차하는 시기다. 새로운 인연을 맺고 학업의 의지를 다지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각종 술자리가 빈번해지면서 불미스러운 법적 분쟁이 급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신입생 환영회, 동아리 MT, 개강 파티 등 단기간에 많은 양의 음주가 이뤄지는 환경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매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다. 그중에서도 대중이 가장 빈번하게 접하면서도 오해하기 쉬운 범죄가 바로 준강간이다.

우리 형법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하는 일반 강간죄와 동일하게 엄중한 처벌 수위를 적용한다. 준강간 사건에서 핵심이 되는 ‘심신상실’이란 정신 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판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상태가 대표적이다. 또한 ‘항거불능’은 심신상실 이외의 사유로 심리적 혹은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뜻한다.

문제는 이러한 상태를 판단하는 기준이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동의한 것으로 오해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는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이른바 ‘블랙아웃’ 현상을 겪는 경우가 빈번하다. 여기서 블랙아웃은 의학적으로 기억 형성 과정에 장애가 생긴 것일 뿐, 당시 의사 결정 능력이 완전히 상실된 ‘패싱아웃’과는 구별될 필요가 있다. 법원에서는 피해자가 당시 처했던 구체적인 상황과 평소 주량, 음주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죄 여부를 판단한다.

최근 판례의 경향을 살펴보면 피해자의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하여 피해자가 처했던 특별한 사정을 세밀하게 살피는 추세다. 단순히 외견상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는 점만으로는 무죄를 입증하기 어려워졌다. 술자리가 끝난 후 숙박업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부축을 받았는지, 스스로 걸었는지, 혹은 주변 목격자의 진술은 어떠한지가 중요한 증거가 된다. 대학가 술자리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경우, 주변 동료들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건 당시 모두가 취해 있었다면 기억의 파편화로 인해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과정이 매우 치열하게 전개된다. 이때 객관적인 증거인 CCTV 영상이나 메신저 대화 내용, 통화 녹음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당사자 간의 진술 대결로 흐르게 되어 법적 공방은 더욱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준강간 혐의가 인정될 경우 벌금형 없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형사 처벌뿐만 아니라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 고지 명령, 특정 기관 취업 제한 등 강도 높은 보안처분이 병과된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법무법인 YK 순천 분사무소 최학수 변호사는 “신학기의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개인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중대 사안임을 인지해야 한다”라며 “준강간 사건은 피해자의 심신상실 상태에 대한 법적 판단이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인 만큼, 사건 초기부터 당시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고 진술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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