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최영록 기자] 생성형 AI 확산과 함께 인공지능 기술이 산업 전반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금융·의료·자동차에 이어 변화의 흐름은 이제 주거 공간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분양시장에서 주목받는 ‘AI 아파트’는 단순한 스마트홈을 넘어 입주민의 생활 패턴을 학습하고 단지 운영 전반을 지능화한 주거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스마트홈이 조명·난방·가전의 자동 제어에 머물렀다면, 최근 선보이는 AI 아파트는 단지 곳곳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생활 편의는 물론 감성 경험, 수면·건강관리, 시니어 돌봄, 주차 관리까지 주거 기능의 범위를 확장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사용자가 일일이 명령하지 않아도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상황에 맞춰 먼저 반응하는, 이른바 ‘예측형 주거’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세대 내부를 넘어 단지 공용부와 운영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요 건설사들은 AI 기술을 접목한 차별화 전략으로 주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GS건설은 자이(Xi) 아파트에 공간별 특성에 맞춘 음악 콘텐츠 ‘자이 사운드스케이프’를 도입한다. 단지 내 주요 동선과 생활 패턴을 기준으로 공간 성격에 따라 음악을 설계하고, 시간대·날씨·공간 환경 데이터를 반영해 AI가 자동 선곡하는 방식이다. ‘메이플자이’와 ‘철산자이더헤리티지’ 등 주요 입주 단지를 시작으로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AI 기반 수면케어 솔루션 ‘헤이슬립’을 자체 개발해 주거 영역을 건강관리까지 확장했다. 개인별 수면 데이터를 분석해 조명·온도·환기·소음 등 맞춤형 수면환경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4차’ 게스트하우스에 처음 적용됐으며 향후 ‘디에이치 방배’ 게스트하우스 등 적용 단지를 늘릴 예정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고령화 시대에 대응해 시니어 맞춤형 홈 AI 컴패니언 로봇 실증에 나섰다. 대화 기반 정서 교감을 하는 말동무 역할, 응급 상황 알림 보호자 알림 등 집사 역할, 복약 알림 및 확인 등 간호사 역할 기능을 통해 주거 공간에서의 시니어 돌봄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래미안 원베일리’와 ‘래미안 원펜타스’ 등에서 9월부터 12월까지 실증을 진행 중이다.

신일도 신규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 ‘비아프’를 영종에서 처음 선보이며 AI 기술 적용 경쟁에 합류했다. 지난 24일 견본주택 문을 열고 본격 분양데 돌입한 ‘영종국제도시 신일 비아프 크레스트’에는 AI 기반 주차유도 및 위치 시스템을 적용했다. 차량 감지와 차번 인식 기능을 통해 주차 구역의 만차·공차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며, 필요한 구역만을 감지 영역으로 선택해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특징이다. 영종국제도시 신일 비아프 크레스트는 지하 2층~지상 최고 21층, 전체 11개동, 총 960가구 규모다. 실수요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가 895가구, 전체의 95% 이상이 판상형 구조로 설계됐다.

전문가들은 AI 아파트 확산의 배경으로 주거 기술에 대한 수요 인식 변화와 건설사 간 차별화 경쟁을 꼽는다. 최근 신축 아파트 수요자들은 AI 기반 생활 편의 시스템을 단순한 부가 기능이 아닌, 주거 경쟁력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에 따라 AI 기술이 적용된 단지는 입주 만족도가 높고, 향후 주택 선택 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아파트의 가치는 입지나 면적을 넘어, 얼마나 지능적으로 생활을 지원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AI 아파트는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주거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록 로이슈(lawissue) 기자 rok@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