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청주청소년비행예방센터 직원 10명은 각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한 가족씩 세심하게 장보기를 동행했다. 단순한 물품 구매 활동이 아니라 가족 한 명, 한 명의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자연스러운 소통시간을 마련했다.
장보기를 함께 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취향을 묻고, 의견을 조율하고, 선택을 함께하는 과정이다. “이거 어때?” “이건 네가 좋아하는 거지?”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만들어 내고 이 과정에서 부모와 청소년이 서로의 취향을 이해하고 종종 잊고 지냈던 감정적 연결을 회복하는 장면들이 다수 관찰되었다.
한 청소년은 동행하지 못한 여동생을 언급하며 “이거 좋아하니까 사가야해요”라며 여동생이 좋아하는 간식을 먼저 챙겨 장바구니에 넣었다.
또 다른 가정에서는 “이건 엄마가 좋아하는 거야”라고 이야기하자 아이가 그 물건을 직접 장바구니에 넣으며 엄마와 웃음을 주고받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알코올 중독 문제가 있었던 또 다른 어머니는 자신이 10년 동안 대형마트에 가본 적이 없었다고 조용히 털어놓았다.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치즈 스틱을 장바구니에 잔뜩 넣으며 해맑게 웃으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어머니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결국 “태어나서 저렇게 신이 난 모습은 처음 본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장보기에 함께 참여했던 직원들은 ‘그 순간 아이와 어머니 사이에 작은 연결이 생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장보기처럼 일상적이지만 의미 있는 활동을 통해 가족 간 대화를 회복하고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이미 처벌 중심 접근만으로는 아이들의 변화가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은 일상 속에서 관계 속에서 변화한다. 부모와 함께 움직이고 선택하고 웃는 그 순간들이 아이의 삶을 바꾸는 힘을 가진다.
변화는 대화에서, 인정에서 함께 밥을 고르는 그 단순한 순간에서 시작된다. 행정의 언어로 표현하면 지원 사례 이지만 현장에서 본 것은 사람의 마음이 다시 움직이는 과정이었다.
필자는 사람의 변화를 기록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남겨본다. 그리고 향후에도 청소년과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회복 중심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할 계획임을 적어본다.
-법무부 청주청소년비행예방센터 센터장 김기근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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