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피해자에게 물과 이유식을 주고 병원에 내원하기 위해 증상을 확인하는 등 피해자의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피고인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없었음에도, 1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피해자를 방치하여 부작위에 의한 살해를 했다고 인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잘못이 있다며 사실오인을 주장하며 양형부당과 함께 항소했다.
1심이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피해자를 방치하여 부작위에 의한 살해를 했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여 수긍이 가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배척했다.
또 1심의 선고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친모로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양육할 책임이 있음에도 생후 18개월에 불과한 어린 피해자를 집에 홀로 둔 채 장시간 방치하여 발육부진 및 영양결핍 상태에 놓이게 만들었다. 당시 피해자는 스스로를 돌볼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유일한 보호자인 피고인으로부터 홀로 방치되어 극심한 굶주림과 외로움 등의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결국 18개월의 어린 나이에 영양결핍으로 사망했는데, 어린 아기에게 매일 정기적으로 적절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양육의 가장 기본적인 사항에 속한다는 점에서도 용납하기 어려운 사유로 무책임하게 피해자를 유기하여 소중한 생명의 소멸을 가져온 피고인에 대하여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할 무렵인 2024. 10.경에도 쿠팡에서 강아지 사료, 각종 의류, 강아지용 기저귀 등을 구입하는 등 피해자를 위한 식비나 병원비 등을 지출할 여력이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이러한 피해자를 홀로 주거지에 남겨둔 채 밤새도록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거나 지인과 술을 마시는 등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였고, 사망하기 직전 피해자의 건강 상태가 극도로 악화되었음을 인지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을 자는 등의 무책임한 행동을 하여 피해자가 외로이 사망하게 했다. 피해자는 분유 및 이유식 등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면서 성장장애를 겪다가 영양결핍으로 인하여 사망했고, 피해자는 사망 당시 극심하게 마른 상태였는데,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은 도저히 가늠하기 어렵다.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의 친부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부모로부터 피해자에 대한 양육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고, 이로 인해 생계비 마련 목적으로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피고인이 택할 수 있었던 더 나은 선택지가 얼마든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기에 위 사유만으로 피고인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죄책은 매우 무겁고,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피해자는 아동복지법에 따른 18세 미만의 아동이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생모인 친권자로서 아동복지법 제3조 제3호의 보호자에 해당하며, 피해자와 동거했다. 그런데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유기 및 방임행위로 인해 약 3개월에 걸쳐 체중이 약 7kg 감소했고, 2024. 10. 12.경에는 피해자가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등 정상적인 생체 반응을 보이지 않아 건강 상태가 위중한 상태에 있었으며, 피해자가 사망하기 직전인 2024. 10. 15. 오후 6시 52분경에는 피해자가 저체온 상태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의식이 없는 등 전보다 건강 상태가 악화된 것을 목격했음에도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는 등 피해자의 생존에 필수적인 어떠한 보호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는 형법 제271조 제1항의 유기행위로서 아동학대처벌법 제2조 제4호 나목의 아동학대범죄에 해당한다.
생후 18개월에 불과한 어린 피해자의 생존을 위해서는 영양공급, 호흡 및 체온 유지, 감염관리 등의 적절한 조치가 필수적이고, 어린 영유아를 홀로 남겨두지 않고 긴급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은 양육자들이 당연히 갖추어야 할 태도이다.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를 장시간 동안 홀로 남겨둔 채 주 2~3회가량 유흥업소에 출근하여 일을 하거나,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개인적인 용무를 보는 등의 생활을 지속하여 피해자를 상습적으로 유기했다. 이처럼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려는 일말의 의지조차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망하기 3일 전인 2024. 10. 12.경 B에게 보낸 메시지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건강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었음을 충분히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을 경우 사망할 가능성도 있음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자신이 피해자를 병원에 데리고 갈 경우 피해자에 대한 아동학대 정황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여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이후 B가 피해자를 데리고 병원에 가라고 했음에도 피고인은 피해자를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
피고인은 이처럼 피해자의 건강 상태가 악화되었음을 인지한 이후인 2024. 10. 14.18:12경에도 피해자를 홀로 남겨둔 채 유흥업소에 출근하여 근무하였고, 퇴근 이후인 2024. 10. 15. 오전 2시 25분경 C와 함께 술을 마시기 위해 재차 외출했다가 2024. 10. 15. 오전 7시 21분경 C와 귀가하기까지 총 12시간가량 피해자를 유기했으며, 위와 같이 귀가한 이후에 피해자가 정상적인 생체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죽어가고 있었음에도 피해자를 병원에 데리고 가는 등의 적절한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만연히 피해자 옆에서 수면제에 취해 잠들었고, C가 사망한 피해자를 발견하여 경찰에 신고하기까지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가 죽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최소한 불확정적으로라도 인식하였으면서도 피해자를 방치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라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피해자는 2023. 3. 22. 몸무게 2.1kg로 출생하여 두 달가량 인큐베이터 치료를 받았는데, 퇴원일인 2023. 5. 10.경 몸무게는 3.27kg, 키는 49.5cm였다. 이후 피해자는 2024. 5.경까지 B의 집에서 피고인, B과 함께 생활했는데, 당시 피해자의 체중은 12kg가량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2024. 5. 중순경 피해자와 함께 B의 집을 나와 남자친구인 D과 함께 생활했는데, 2024. 8.경 D과 결별한 이후부터는 피고인이 홀로 피해자를 양육하게 됐다. 그 무렵부터 피해자는 조금씩 체중이 줄어들었고, 2024. 10. 15. 몸무게 5kg 미만(생후 18개월 남아의 평균 체중은 11.72kg이다)으로 사망했다.
이처럼 피해자는 사망 당시 심각하게 마른 상태로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심각한 영양결핍상태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피해자를 병원에 데리고 가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해자에 대한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담당 법의관은 ‘(피해자는) 장기간의 탈수와 영양결핍 상태가 지속되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사인은 영양결핍으로 추정된다‘, ’영유아에게 적절한 영양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영양결핍(영양실조) 상태에 빠지게 되며, 이러한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 및 의학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저체온증, 저혈당, 탈수 등의 기전으로 인해 사망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B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의 분유 및 이유식은 모두 자신 명의의 쿠팡 및 배달의 민족 등 음식 배달앱을 통해 주문했고,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를 위해 분유 및 이유식을 구매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 분유 주문 내역과 용량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먹인 분유량은 1일에 53g가량에 불과하고, 피해자와 유사한 개월 수의 유아가 해당 시기에 통상적으로 섭취하는 밥과 간식의 양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먹인 위 분유는 피해자의 성장 단계에 비추어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그 양 또한 터무니없이 적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에게 먹인 분유량이 적은 것과 관련하여, ’이유식을 함께 먹였다‘는 취지로 변소하나 피의자의 이유식 주문 내역은 4회에 불과하고, 그 중 절반은 피해자의 건강 상태가 극도로 악화된 2024. 10. 12.경 이후에 주문한 것이어서 피해자가 2024. 9. 이후로 섭취한 이유식의 양은 극히 소량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가 생존을 위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분유 또는 이유식마저도 제공하지 않아 피해자로 하여금 극도의 영양결핍 상태에 빠지게 만든 것으로 충분히 인정된다.
피고인은 자신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었기 때문에 피해자를 제대로 양육하거나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 스스로도 유흥업소에 출근하여 하루 평균 30만 원가량, 월 평균 300만 원 이상의 수입 이 있었다고 진술하는 점,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월세가 170만 원에 달하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등 주거비로만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었고 피해자의 병원비를 지급할 정도의 여력은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그보다 자신의 개인적 목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을 우선시한 것에 불과한 점, 피고인은 애완견의 미용비를 지출하거나 애완견 관련 비용을 지출하는 것에 대하여는 전혀 거리낌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할 무렵인 2024. 10.경에도 쿠팡에서 강아지 사료, 각종 의류, 강아지용 기저귀 등을 구입하는 등 피해자를 위한 식비나 병원비 등을 지출할 여력이 충분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성병에 감염되었을 당시 자신의 치료비로 20만 원가량을 지불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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