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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합의체]대법원,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 입양 가능…불허 원심 파기이송

2021-12-24 09:14:35

대법정.(사진=대법원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대법정.(사진=대법원 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오경미)은 2021년 12월 23일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의 입양허가를 청구한 사건에서, 재항고인들의 청구를 기각한 1심결정을 유지한 원심결정(울산지방법원 2017. 12. 18. 자 2017브10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울산가정법원에 이송했다(대법원 2021.12.23. 결정 2018스5 전원합의체).

원심결정 이후 가사사건에 대한 전속관할을 가진 울산가정법원이 새로 설치된 데 따라 그 관할법원으로 이송했다.
대법원은 원심판단에는 조부모에 의한 미성년자 입양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재판에 영향을 미친 법률 위반의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재항고이유는 정당하다고 했다.

이 결정에는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했으며,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이 있다.

사건본인의 친생모가 사건본인을 출산한 뒤 사건본인 생후 7개월 무렵 자신의 부모인 재항고인들 집에 사건본인을 두고 갔고, 그때부터 재항고인들이 외손자인 사건본인을 양육해 왔다.

재항고인들은 사건본인의 친생부모와 교류가 없고 사건본인이 재항고인을 부모로 알고 성장햇으며 가족이나 친척, 주변 사람들도 재항고인들을 사건본인의 부모로 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사건본인의 입양에 대한 허가를 청구했음. 사건본인의 친생부모는 재항고인들의 입양에 동의했다.
원심은 사건본인의 친생모가 생존하고 있어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입양하면 가족 내부 질서에 혼란이 초래되고,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양육하는 데 법률상·사실상의 장애가 있더라도 미성년후견을 통해 장애를 제거할 수 있으며, 신분관계를 숨기기보다 정확히 알리는 것이 사건본인에게 이롭다고 볼 여지가 있고, 입양을 통해 친생부모가 사건본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입양을 불허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건본인의 친생모가 생존하고 있다고 해서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입양하는 것을 불허할 이유가 될 수는 없고, 재항고인들의 입양으로 가족 내부 질서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더라도 이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입양이 사건본인에게 더 이익이 된다면 입양을 허가하여야 하므로, 친생부모나 사건본인에 대한 가사조사나 심문 등을 통해, 이 사건 입양이 사건본인에게 도움되는 점과 우려되는 점을 구체적으로 심리하고 이를 비교·형량하여 입양이 사건본인의 복리에 더 이익이 되는지, 반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하는데, 원심은 이러한 점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채 입양을 불허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결정을 파기했다.

미성년자에게 친생부모가 있는데도 그들이 자녀를 양육하지 않아 조부모가 손자녀의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에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

입양은 단순한 양육을 넘어 영속적인 부모·자녀 관계를 맺기 위한 제도로서, 미성년자에게 친권자가 없는 경우 친권자를 대신하여 그를 보호·감독하고 대리할 사람을 두기 위한 미성년후견과는 그 제도 취지나 법적 효력이 다르다. 조부모가 부모·자녀 관계를 맺기 위하여 입양을 청구하는 경우 후견 제도의 존재를 이유로 입양을 불허할 것은 아니다.

입양은 출생이 아니라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원래는 부모·자녀가 아닌 사람 사이에 부모·자녀 관계를 형성하는 제도이다. 조부모와 손자녀 사이에는 이미 혈족관계가 존재하지만 부모·자녀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민법은 입양의 요건으로 동의와 허가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존속을 제외하고는 혈족의 입양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민법 제877조 참조). 따라서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하여 부모·자녀 관계를 맺는 것이 입양의 의미와 본질에 부합하지 않거나 불가능하다고 볼 이유가 없다. 조부모에 의한 손자녀 입양이 전통이나 관습에 배치되는 것도 아니다. 현대적인 입양법제를 갖춘 미국이나 독일에서 조부모 등 혈족의 입양이 허용되고 있다.

이러한 심리와 비교·형량의 과정 없이 전통적 가족공동체 질서의 관점에서 혈연으로 맺어진 친족관계를 변경시키는 것이 가족 내부에 혼란을 초래하거나 자녀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막연히 추단하여 입양을 불허한다면 입양허가에 관한 합목적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가족 구성에 관한 입양 청구인들의 판단과 선택권을 무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다수의견(10명)에 대하여는 친생부모가 생존하는 경우 조부모의 손자녀 입양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허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기준에 따르면 입양을 불허한 원심결정이 타당하다는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과 대법관 민유숙의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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