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심은 이 사건 소가 민사소송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본안판단으로 나아가 이 사건 채용승인취소에 절차상·실체상 하자가 없다고 본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해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원고(42)는 법무사 김OO 사무소의 사무원으로 채용되어 근무하기 이전인 2013년 10월 15일부터 29일까지 피고(부산지방법무사회)로부터 법무사 사무원 채용승인을 받지 아니한 상태에서 법무사 이OO 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사무원을 고용해 부당한 사건 유치 등을 하도록 했다.
피고는 2014년 3월 31일 법무사 사무원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가 피고의 법무사 사무원 징계규정 제4조 제2 내지 5호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종사정지 3월의 징계처분을 했고 그 무렵 피고가 이를 원고에게 통지했다.
그럼에도 원고가 김명갑 사무소에서 사무원으로서 계속 근무하자, 피고는 원고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2014년 6월 2일 ‘원고가 종사정지 3월의 징계처분에 불응하고 있는 행위가 징계규정 제4조 제1, 2, 4호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라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법무사 사무원 채용승인을 취소하는 내용의 처분(’이 사건 처분‘)을 하고, 그 무렵 이를 원고에게 통지했다.
그러자 원고는 2014년 6월 24일 피고를 상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2014. 6. 9.자 법무사 사무원 채용승인 취소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부산지방법무사회 회칙(이하 ‘이 사건 회칙’) 제54조는 무효임을 확인한다"며 법무사사무원승인취소처분 무효확인 등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이 사건 채용승인취소의 근거규정인 법무사규칙 제37조 제6항 중 후단 (‘소속 지방법무사회는 법무사 사무원이 법무사 사무원으로서의 업무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는 행위를 했을 경우에는 그 채용승인을 취소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 부분, 이하 ‘이 사건 규칙조항’)은 모법인 법무사법 제23조 제4항의 위임 범위를 일탈한 것이어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므로 무효이고, 무효인 이 사건 규칙조항에 근거한 이 사건 채용승인취소도 무효라는 등의 주장을 했다.
1심(2014가합8946)인 부산지법 제7민사부(재판장 성금석 부장판사)는 2014년 11월 21일 이 사건 소 중 회칙 제54조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부적법해 각하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1심은 "법무사규칙 제37조 제6항이 법률유보원칙, 명확성원칙을 위배했다거나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볼 수 없고, 법무사법 및 법무사규칙의 적용을 받는 법무사 사무원이 지방법무사회의 회원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회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는 볼 수 없다. 또 이 사건 처분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원고는 항소했다. 부산지방법무사회 회칙 제54조의 무효 확인부분은 취소했다.
2심(원심 2014나8301)인 부산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손지호 부장판사)는 2015년 5월 27일 1심판단은 정당하다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원고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박상옥)는 2020년 4월 9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인 부산고법으로 환송했다(대법원 2020.4.9. 선고 2015다34444판결).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으로 제기하여야 할 사건을 민사소송으로 잘못 제기한 경우에 수소법원이 항고소송에 대한 관할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면, 전심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제소기간을 도과하는 등 항고소송으로서의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이 명백하여 항고소송으로 제기되었더라도 어차피 부적법하게 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원고로 하여금 항고소송으로 소 변경을 하도록 석명권을 행사하여 행정소송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심리·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1. 16. 선고 2019다26470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채용승인취소는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고, 원고는 이 사건 채용승인취소의 직접 상대방(법무사)은 아니지만 그 때문에 법무사 김OO의 사무원으로 더 이상 채용될 수 없는 불이익이 발생, 피고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채용승인취소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을 제기했어야 한다.
또한 원고는 2014. 6. 2.자 이 사건 채용승인취소를 그 무렵 통지받은 후 2014. 6. 24. 이 사건 소를 제기해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을 준수했고, 취소소송의 그 밖의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원고에게 행정소송법상 취소소송으로 소 변경을 하도록 석명권을 행사하여 행정소송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이 사건 채용승인취소가 적법한 처분인지 여부를 심리·판단했어야 한다.
대법원은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채용승인취소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한다는 점을 간과한 채, 이 사건 소가 민사소송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본안판단으로 나아가 이 사건 채용승인취소에 절차상·실체상 하자가 없다고 본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해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과 쟁송방법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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