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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입찰담합행위 건설사들 지급받은 설계보상비 지급의무 확정

2020-02-06 06:00:00

(사진=대법원홈페이지)
(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피고들은 입찰 담합행위를 했고, 이는 공사입찰유의서 제15조 제4호에서 정한 입찰무효사유에 해당한다. 피고들은 원고에게 당사자 사이의 약정으로서 효력이 있는 설계보상비 반환규정에 따라, 피고들이 지급받은 설계보상비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원심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원고(대한민국) 산하기관인 조달청은 2009년 2월 9일 수요기관을 국토해양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으로 해 금강살리기 행복지구 생태하천 조성공사(제1공구)의 입찰을 공고했다.
피고 에스케이건설과 피고 삼성물산 및 대우건설 등의 건설회사들은 2009년 2월~4월경 대우건설이 이 사건 입찰에서 낙찰받을 수 있도록 피고들이 대우건설보다 더 낮은 설계점수를 받도록 작성한 설계서를 제출하고, 대우건설의 투찰가격보다 더 높은 금액에 이 사건 입찰에 응찰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

이 사건 입찰에는 피고들 및 대우건설이 응찰했다. 대우건설의 입찰액은 1206억2490만원, 피고 에스케이의 입찰액은 1251억9360만7000원, 피고 삼성물산의 입찰액은 1274억7900만원이었다.

2009년 5월경 이 사건 입찰에서 대우건설이 낙찰자로 결정됐고, 원고는 2009년 5월 27일 피고들에 대해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설계보상비를 신청할 것을 통보했다.

이에 피고 에스케이는 2009년 6월 4일 원고에게 설계보상비로 9억4080만원을, 피고 삼성물산은 2009년 6월 10일 원고에게 설계보상비로 6억7200만원을 지급해 줄 것을 각 청구했고, 원고는 2009년 7월 16일 피고들에 대해 청구액 전액을 설계보상비로 지급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8월 31일 피고들 및 대우건설 등에 대해 시정명령을 하는 한편, 피고 에스케이에 대해 과징금 178억5300만원, 피고 삼성물산에 대해 과징금 103억8400만원을 각 부과하는 처분을 했다. 그 처분사유에는 피고들 및 대우건설 등의 합의가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부분이 포함돼 있다.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피고들은 이 사건 공사입찰유의서 제15조 제4호에서 정한 담합행위를 했고 이는 입찰무효 사유에 해당한다. 피고들은 원고에게 이 사건 설계보상비 반환규정에 따라 피고들이 지급받은 설계보상비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어 "피고들은 이 사건 입찰에서 담합행위를 하는 경우 피고들의 입찰이 무효가 되어 원고에게 설계보상비 청구를 할 수 없는 사실을 알면서도 원고에게 설계보상비 지급을 청구 해 지급받았다.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원고는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고들에게 지급한 설계보상비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했다.

1심(2014가합103705)인 대전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노행남 부장판사)는 2016년 10월 5일 피고들의 담합행위를 인정해 피고들이 각 설계보상비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 에스케이건설 주식회사는 9억4080만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9. 5.부터 2016. 10. 5.까지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고, 피고 삼성물산 주식회사는 6억7200만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9. 5.부터 2016. 10. 5.까지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1심은 "조달청은 원고의 산하기관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입찰과 관련한 권리의무의 주체는 조달청이 아니라 원고이다.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실제로 이 사건 공사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이 사건 공사입찰특별유의서의 내용은 원고와 피고들에 대하여 효력을 미친다"며 "이 사건 설계보상비 반환규정이 법률유보원칙,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 법률우위의 원칙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원고의 이러한 청구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 설계보상비 반환채무는 기한이 없는 채무에 해당한다. 채무에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이행의 청구를 받은 다음날부터 이행지체의 책임을 지므로, 지연손해금의 기산점은 피고들이 원고로부터 설계보상비 반환청구를 받은 다음날로 볼 수 있는 2015년 9월 4일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5년 9월 5일이 된다"고 봤다.

그러자 쌍방 항소했다.

2심(원심2016나15981)인 대전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문광섭 부장판사)는 2018년 9월 13일 원고의 항소를 일부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변경해 "원고에게 피고 에스케이건설 주식회사는 9억4080만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12. 21.부터 2018. 9. 13.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피고 삼성물산 주식회사는 6억7200만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12. 21.부터 2018. 9. 13.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2심은 1심과 달리 설계보상비 반환청구에 따른 지연손해금은 피고들이 원고로부터 설계보상비 반환청구를 받은 다음 날인 2013년 12월 21일부터 발생한다고 봤다.

원고는 피고들에게 4회에 걸쳐 설계보상비 반환을 요청하는 서면을 보냈고, 그 중 2013. 12. 18.자 서면이 2013. 12. 19. 피고들을 각 수신인으로 하여 익일특급의 등기우편으로 발송의뢰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 2013. 12. 18.자 서면이 반송되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발송 다음 날인 2013. 12. 20. 피고들에게 배달된 것으로 추인할 수 있다.

원고의 나머지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각 기각했다.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재항변은 이유 없다고 봤다.

원심 재판부는 "특별히 담합행위를 부정할 만한 사유도 없다. 오히려 피고들은 대우건설과 공모해 이 사건 입찰을 위계 등의 방법으로 방해했다는 취지로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됐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는 공사입찰유의서 제15조 제4호의 ‘담합’에 해당하여 입찰 무효 사유임이 명백하다"고 했다.

이어 "입찰이 실제 무효로 된 경우에만 설계보상비 반환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면, 담합사실이 장기간 발견되지 아니하여 공사가 완료되고 입찰무효 선언이 불가능해진 경우 설계보상비 수령자는 그 담합행위에도 불구하고 반환의무를 면하게 되는바, 담합사실이 장기간 드러나지 아니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주도면밀하게 담합행위를 하였다는 의미이어서 입찰이 무효로 된 경우보다 비난가능성이 더 큼에도 그러한 행위를 한 자를 오히려 우대하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피고들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박정화)는 2020년 1월 16일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0.1.16.선고2018다280088판결).

원심은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는 설계보상비 지급에 관한 약정이 성립됐고, 그 약정의 내용으로 편입된 설계보상비 반환규정의 취지 등에 따라 입찰이 무효로 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입찰 무효에 해당하는 사유가 존재하는 이상 입찰 무효사실 발견 이전에 설계비를 보상받은 자에게 그 반환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피고들의 설계보상비 반환규정이 법률유보 원칙 등에 반하여 무효라는 주장 및 원고가 무효행위를 추인했다거나 원고의 이 사건 입찰 무효 주장이 신의칙 또는 금반언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배척한 다음, 피고들에게 원고로부터 받은 설계보상비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설계보상비 반환을 요청한 다음날부터 상법 및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비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계약 성립, 설계보상비 지급행위의 성격, 설계보상비 반환규정의 효력,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 계약 해석, 무효행위 추인, 신의칙 위배, 지연손해금의 기산점, 상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이유불비, 판단누락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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