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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원심유죄 무죄취지 파기환송

2020-01-09 11:10:35

대법원 청사.(사진제공=대법원)이미지 확대보기
대법원 청사.(사진제공=대법원)
[로이슈 전용모 기자] 자신의 성추행 비리를 덮기 위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서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지위에 있음을 이용해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에서 검사인사담당 검사로 하여금 '부치지청'(소도시나 격오지 소재)에 근무하고 있던 경력검사 서지현을 다시 부치지청으로 전보시키는 인사안을 작성하도록 지시해 부당하게 인사상의 불이익까지 준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유죄(징역 2년)를 선고한 원심이 파기환송됐다.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2020년 1월 9일 피고인 안태근(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사건에서, 피고인이 검사인사담당 검사로 하여금 부치지청(수원지검 여주지청)에 근무하고 있던 경력검사를 다시 부치지청(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배치하는 인사안을 작성하게 한 것을 두고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인의 상고를 받아들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20. 1. 9. 2019도11698 판결).
쟁점은 피고인이 검사인사담당 검사로 하여금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는지였다. 1심과 원심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는 부치지청 경력검사 인사 희망 우선 배려, 부치지청 경력검사는 교체가 원칙이되 인사 희망이나 향후 인사운영구도 등에 따라 일부 유임도 고려, 전입검사는 차기 인사시 희망지를 우선 배려할 수 있도록 근무성적이나 자질이 탁월한 검사를 엄선하여 배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제도(205. 7. 26.자 검찰인사위원회 심의사항).

대법원은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하더라도, 이는 공무원 자신의 직무집행으로 귀결될 뿐이므로 원칙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는 부치지청에서 근무한 경력검사를 차기 전보인사에서 '배려'한다는 내용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또 "그러한 사정만으로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의 본질에 반한다거나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피고인은 2010년 10월 30일경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된 여검사의 부친상 빈소에서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서 법무부장관 이귀남을 수행해 조문하던 중, 법무부장관 및 다수의 검사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소속 검사 서지현이 피고인의 오른쪽에 나란히 앉게 되자, 서지현에게 몸을 기대고 오른손을 서지현의 몸 뒤쪽으로 두르는 방식으로 서지현의 오른쪽 허리를 만지고 서지현의 엉덩이를 계속하여 쓰다듬는 등 강제로 추행했다.

법무부 감찰담당관 오정돈 검사는 2010년 12월 9일경 피고인의 이 같은 비위사건, 즉 ‘2010년 10월 말경 검사 부친상 빈소가 있는 서울성모병원 영안실에서 대상자는 장관을 모시고 문상 중 술에 취해 옆에 앉아 있던 문상 온 성명불상 여검사의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사실이 있음’이라는 내용의 첩보를 접하고, 검찰공무원의 비위감찰을 담당하였던 법무부 감찰관실 서영수 검사에게 진상확인을 지시했으며, 서영수는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에서 근무하던 임은정 검사에게 ‘피해 여성검사가 누구인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 무렵 서지현 검사는 고소 등 문제를 제기할 경우 피해자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는 등의 2차 피해를 우려하여 고민하던 중 임은정으로부터 위 사건의 피해자인지 확인을 구하는 연락을 받게 되자, 위와 같은 우려가 현실화된 상황에 당황해 임은정에게 별다른 확인을 해주지 아니한 채 당시 소속 부장이던 김태철 검사에게 성추행 피해사실과 2차 피해 우려에 관해 말했다.

이에 김태철은 그 즉시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차장검사인 조은석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조은석은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인 이창세에게, 이창세는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인 최교일에게 이를 순차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최교일은 바로 임은정을 불러 임은정의 어깨를 치면서 "내가 자네를 이러면 격려지 추행인가?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셔?”라고 말했다. 이를 질책으로 받아들인 임은정은 법무부 감찰관실 서영수에게 ‘서지현이 피해사실을 드러내길 원하지 않는 상황’ 및 ‘최교일로부터 질책을 받은 상황’을 전달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오정돈과 서영수는 피해자가 더 이상 문제 삼고 싶어 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이나 목격자 등을 조사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성추행 비위 감찰을 종결했고, 오정돈은 그 무렵 피고인에게 사실을 확인하고 주의를 주는 차원에서 ‘여검사 추행 관련 소문이 들리던데 술 먹고 사고치지 말라’고 말했다.
이후 임은정은 과거사 재심사건에 대한 무죄구형으로 2013년 2월 15일 정직처분을 받은 이후 검찰 내부개혁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안태근이 예전에 상가에서 여검사를 추행했다. 저런 사람이 무슨 검찰간부로서 후배 검사를 지도하느냐?”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피고인의 성추행 비위사실 및 감찰 종결사실을 지속적으로 주변 검사, 기자, 변호사 등에게 알렸다.

그런 가운데 서지현은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근무를 마치고 2011년 2월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에 전보됐고, 2011년 5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육아휴직, 2014년 6월부터 2015년 6월까지 국외연수를 각각 거친 후 다시 여주지청에 복귀해 근무하던 중 2015년 8월 20일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에 이르게 됐다.

피고인은 2015년 2월 11일부터 검찰국장으로 재직하면서, 검찰행정 및 검찰인사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검찰국 마련의 인사안을 확정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피고인은 서지현과 관련된 문제가 계속 불거질 경우 향후 자신의 보직관리에 장애가 초래될 것을 우려,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에서 서지현의 생활근거지인 서울과 원거리여서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기 곤란한 임지로 서지현을 전보시키는 안을 만들도록 지시해 서지현의 사직을 유도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5년 8월 17일 검찰인사위원회 개최 무렵 '부치지청'(부장검사가 있는 검찰청의 지청)인 여주지청에서 근무한 서지현을 다시 부치지청인 통영지청에 배치하는 등 서지현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가하는 인사안을 작성하도록 지시했고 인사안은 그대로 확정되어 2015년 8월 20일 2015년 하반기 검사인사가 발표됐다.

피고인은 검찰국장의 업무권한을 남용해 검찰국 검찰과 검사인사담당 검사로 하여금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반해 서지현을 통영지청에 전보시키는 인사안을 작성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은 "서지현을 성추행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등 서지현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줄 동기가 없었다. 또 검사인사담당 검사에게 서지현 검사를 통영지청에 배치하는 인사안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더라도, 피고인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검사인사담당 검사로 하여금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게 한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인 자신의 직무집행에 귀결될 뿐이어서 피고인이 검사인사담당 검사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 2018고단2426)인 서울중앙지법 이상주 판사는 2019년 1월 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검사인사담당 검사로 하여금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서지현을 통영지청에 배치하는 인사안은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의 하나에 해당하는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를 실질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상주 판사는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는 인사상의 불이익을 당함으로써 치유하기 어려운 상당한 정신적 상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피고인이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지위를 사유화하고 남용함으로써, 공정한 검찰권 행사에 대한 신뢰의 토대가 되는 검사인사가 올바르게 이루어진다는 데 대한 국민의 믿음과 검찰 구성원의 기대를 저버리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피고인은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2심(원심 2019노424)인 서울중앙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성복 부장판사)는 2019년 7월 18일 1심판단은 정당하다며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이 서지현을 강제추행한 사실 및 그 사실이 최교일 등 고위간부를 포함한 검찰 구성원들에게 이미 알려지게 되었고 감찰관실에서 진상조사까지 하였던 사실을 인식한 이상, 향후 조직 내에서 서지현에 대한 강제추행 사실이 계속 불거질 경우 자신의 보직관리에 장애가 초래될 것을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므로, 서지현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그의 사직을 유도하고자 하는 동기는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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