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로이슈

검색

법원·헌법재판소

부산고법,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심 개시 결정

범인을 몰려 무기징역 선고받아 21년 복역 모범수로 출소

2020-01-06 17:51:10

부산법원 종합청사.(사진=전용모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부산법원 종합청사.(사진=전용모 기자)
[로이슈 전용모 기자] 부산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문관 부장판사, 2018재노1)는 1월 6일 1990년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21년간 복역 하고 2013년 모범수로 출소한 재심청구인 최인철(57) 씨와 장동익(60)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판결(부산고법 92노1125)에 대해 재심을 개시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사건발생 30년만에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게됐다.
재판부는 낙동강변 살인사건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들과 검사가 그 직무에 관해 죄를 범한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H의 진술을 중요하게 평가했다. H는 재심청구인들이 수사를 받기 불과 50일 전인 1991년 9월 같은 경찰서에서 강도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이 법정에서 당시 자신도 경찰관들로부터 물고문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H는 이 법정에 출석하기 이전에는 재심청구인들이나 변호인을 만난 사실이 전혀 없었는데도 H가 구체적으로 진술한 고문장소 및 방법, 책임자 등 세부사항이 재심청구인들이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해 온 사실관계와 거의 일치한다. 이는 민주화 이후인 1991년까지도 '중대사건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대상으로 자백을 받기 위해 고문 등 가혹행위를 자행하는 악습이 존재하였음을 추단할 수 있는 주요한 간접사실 중 하나이다.

또한 이 법정에 출석한 수사관들은 당시 수사과정이 적법했고 가혹행위가 없었다고 적극적인 소명을 하기보다는 당시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로 일관하는 등 구체적인 진술을 회피하거나, 자신이 수사에 기여한 정도가 없다고 역할을 축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어떤 수사관은 피해자의 대역으로 차 트렁크에 들어가기까지 했음에도 그러한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거나, 재심청구인들이 스스로 범행을 자백하였다고 하면서도 재판에서는 무죄를 받을 것이라고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했다. 이러한 수사관들의 진술은 재판부로 하여금 당시 수사과정에서 적법절차가 제대로 준수되었는지에 상당한 의문을 갖게 한다고 했다.

한편, 사하경찰서 수사관 중 1인은 1992년 재판과정에서 법정에 출석해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없었다고 증언했는데, 재심청구인들이 당시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이는 허위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위증에 해당해 이 부분 재심사유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의 재심사유에도 해당한다고 했다.
1991년 이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한 검사는 1991년 11월 18일 재심청구인 최인철을 조사하면서 진술거부권을 미리 고지하지 않았음에도 조서에는 마치 진술거부권을 고지한 것처럼 기재했다. 이는 허위공문서작성죄에 해당한다. 이는 수사에 참여한 검사가 직무상 범죄를 저지른 것에 해당한다. 또한 이는 판결의 증거된 서류가 허위공문서임이 증명된 때에도 해당하여 이 부분 재심사유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1호의 재심사유에도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같이 형사사법절차에서 공권력에 의한 조직적인 인권 침해가 의심되는 경우’를 별도의 재심사유로 규정할 것인지 등을 입법적으로 고민하여야 한다‘는 소회를 밝히면서, 재심청구인들과 가족들에게는 30년 가까운 기간에 걸친 고문 피해의 호소에 이제야 일부라도 응답하게 된 것에 사과의 예를 표했다.

재판부는 재심청구인들에게 그 기다림의 세월이 어떠했는지는, 재심청구인 최인철의 최종진술 중 "물고문의 고통을 참지 못해 '예'라고 한 한마디로 이렇게 한을 품고 살아가게 될 줄 몰랐다"는 말, 재심청구인 장동익의 최종진술 중 "21년 5개월 20일을 복역하고 나오니 두 살이던 딸이 스무네 살이 되었고, 그 후 딸이 출산한 손녀를 보듬을 때 딸을 보듬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는 말 등에서 극히 일부나마 알 수 있었다고 심경을 피력했다.

"재판부 구성원들은 이 법정에서 폐정묵례를 하겠습니다. 오늘의 폐정묵례는 재심청구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드리는 사과의 예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재판부는 사하경찰서 수사관들이 1991년 11월 8일 재심청구인들을 연행해 구속영장이 집행될 때까지 사하경찰서에 유치한 것은 직권남용 불법체포 및 감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1991년 11월 11일부터 1991년 11월 15일까지 사이에 사하경찰서 수사관들로부터 낙동강변 살인사건을 저지른 것인지 추궁을 받으면서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폭행을 비롯해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심청구인들은 재심대상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가 위조 또는 변조됐고(형사소송법 제420조 제1호), 증거가 된 증언 일부가 위증에 해당하며(제2호), 새로 발견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의 범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고(제5호), 재심청구인들이 수사과정에서 경찰관들로부터 고문을 당하는 등 경찰관들의 직무상 범죄가 있었다(제7호)는 등의 이유로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청구인들은 2017년 부산지방법원(이 사건의 1심 법원) 2017재고합10호로 재심을 청구했는데, 부산지방법원은 재심청구사건의 관할이 부산고등법원에 있다는 이유로 2018년 이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이송했다.

이 사건에 관하여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2019년 4월 17일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부산고법은 그 직후인 2019년 5월 23일부터 2019년 11월 14일까지 6차례에 걸쳐 심문기일을 진행, 재판부의 합의를 거쳐 2020년 1월 6일 오후 3시 결정 고지를 위한 별도의 심문기일로 지정했다.

지난 1990년 1월 4일 부산 사상구 엄궁동 소재 낙동강변에서 차를 타고 데이트하던 남녀가 괴한들에게 납치돼 여성은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되고 남성은 상해를 입은 사건이다.

1991년 11월 8일 별개의 공무원자격사칭죄 등으로 구속된 재심청구인들이 위 미제사건의 범행을 자백한 것을 계기로 수사가 재기되어 재심청구인들에 대해 강도살인 등 공소사실로 공소가 제기됐고, 부산고등법원은 1993년 1월 7일 재심청구인들의 범죄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재심청구인 최인철에게 무기징역 및 징역 1년을, 재심청구인 장동익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재심대상판결).

이 사건은 한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초동수사를 맡은 경찰은 범인을 검거하지 못해 미제사건으로 편철했다가 이듬해 11월 최인철·장동익씨 두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낙동강변 2인조 살인 사건'과 관련해 당시 경찰의 고문으로 인해 허위 자백이 있었고, 검찰은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고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결론 내렸다. 수사 자체가 매우 부실했을 뿐만 아니라 실체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소송법의 근본원칙을 외면했다고도 지적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낙동강변 살인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지난해 4월 8일 심의를 거쳐 그 결과를 4월 17일 발표했다.

이 사건은 지난 1990년 부산 사상구 엄궁동 소재 낙동강변에서 한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초동수사를 맡은 경찰은 범인을 검거하지 못해 미제사건으로 편철했다가 다음해 11월 최인철·장동익씨 두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이 두 사람을 검거해 자백을 받아낸 뒤 검찰에 송치했고, 이들은 기소돼 법원에서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았다. 두 사람은 "고문에 의해 허위 자백했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각각 21년 이상 복역한 뒤 출소했다.

과거사위는 이들이 ▲고문에 의해 허위 자백했다는 의혹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던 피해자에 대한 특수강도 범행이 실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는 의혹 ▲수사기록 일부가 고의로 누락·은폐됐다는 의혹 ▲이들의 진술에 대해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진상조사단은 관련 수사·공판 기록 및 참고인 진술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과거사위는 "고문을 받았다"는 이들의 주장이 매우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객관적인 상황과도 일치하는 등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경찰이 이들의 얼굴에 수건을 덮고 코에 물을 붓는 소위 '물고문'을 했다는 정황이 최인철·장동익씨의 구체적인 진술뿐만 아니라 함께 있었던 수감자의 목격 진술, 유사 사례 존재 등으로 확인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당시 신고되지는 않아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최인철·장동익씨의 특수강도 범행의 근거가 된 A씨의 또 다른 피해사실 진술은 허위라고 지적했다. A씨는 당시 현직 경찰관이었고, 최인철·장동익씨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진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모순됐다는 취지다.

A씨가 진술한 사건은 분석 결과 당시 경찰에 의해 만들어진 가공의 사건이라는 게 과거사위 판단이다. 강력범죄 전과가 없던 최인철·장동익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기 위해 허위 사실로 사건을 꾸몄다는 것이다.

과거사위는 또 초동수사기록이 상당부분 누락돼있음에도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이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과오를 저질렀다고도 지적했다. 명확한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당시 최인철·장동익씨 자백 진술과 객관적인 증거가 일치하지 않음에도 이에 대해 제대로 된 검증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사위는 당시 경찰이 이들의 알리바이를 뒷받침할 참고인들의 진술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는 등 의도적으로 조작·은폐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향후 피의자가 자백을 번복할 경우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강력사건의 경우 증요 증거물에 대해 기록 보존 또는 공소시효 만료까지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권고했다.

아울러 장애인 등 법률적 조력이 필요한 피조사자의 실질적인 조서 열람권 보장, 수사기록 진실성 확보 절차를 위반한 검사 및 수사관 등에 대한 징계 절차 마련 등도 함께 권고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6일 낙동강변 살인사건 재심과 관련해 공식입장은 없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로이슈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반론·추후 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
리스트바로가기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