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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방송 예능프로그램도 정정보도ㆍ반론보도 대상

2016-10-13 16:47:01

[로이슈 신종철 기자]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이나 연예정보 프로그램도 정정보도와 반론보도의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인기그룹 ‘비스트’ 멤버인 용준형씨는 2012년 2월 21일 KBS-2TV ‘승승장구’ 프로그램에 출연해 “고등학생 때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 ‘가수시켜줄 테니까 하자’고 해서 계약서를 받았는데, 노예계약이었다. 10년짜리 계약을 했는데 계속 약속한 것들이 안 지켜지고, 방송도 할 수 없는 여건이었다. 여기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그만하고 싶다’는 뉘앙스를 비췄더니 (대표가) 술에 많이 취해서 병을 깨서 ‘나랑 할래? 말래?’ 물어봤다. 저는 ‘내가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 집으로 도망갔다”고 말했다.
4일 뒤인 2월 25일 KBS 연예가중계는 “연예계에 노예계약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용준형씨의 승승장구 방송화면을 편집해 아이돌 그룹의 노예계약에 대한 문제점을 짚는 방송을 내보냈다.

한편, 승승장구 프로그램은 2013년 1월 15일 종영했다. 이후부터 현재까지 같은 시간대에 KBS 2TV에서는 ‘우리동네 예체능’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이에 용준형씨의 전 소속사와 대표 A씨는 “가수 용준형을 술집으로 불러내 병을 깨 들이대고 위협한 사실이 없다”며 방송내용을 전면 부인하면서 한국방송공사(KBS)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반론보도를 요구했다.

1심인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유승룡 부장판사)는 2013년 9월 “각 방송은 원고들에 관한 것으로서 인정되므로, 원고들은 언론중재법상 정정보도 또는 반론보도를 구할 수 있는 피해를 입은 자에 해당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판결 내용은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프로그램 첫머리에 반론보도문을 통상적인 속도보다 빠르지 않게 낭독하고 이를 낭독하는 동안 반론보도문의 제목과 내용을 시청자들이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크기의 파란색 바탕화면에 흰색 글씨로 표시하는 방식으로 1회 방송하라”고 밝혔다.

또 “KBS 2TV ‘연예가중계’ 프로그램 첫머리에 진행자로 하여금 반론보도문을 통상적인 속도보다 빠르지 않게 낭독하게 하고, 이를 낭독하는 동안 화면 아래 자막으로 반론보도문의 제목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1회 방송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언론중재법은 정정보도 또는 반론보도의 대상을 언론의 사실적 주장에 관한 보도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뉴스나 시사프로그램 등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승승장구’ 프로그램과 ‘연예가중계’ 프로그램 역시 정정보도 또는 반론보도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언론중재법 제4조 제2항은 ‘언론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여야 하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권리나 공중도덕 또는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언론의 의무가 예능 프로그램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역시 그러하다”며 “따라서 이 사건 각 방송은 정정보도 또는 반론보도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 방송 예능프로그램도 정정보도ㆍ반론보도 대상이미지 확대보기
이에 KBS가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고의영 부장판사)는 용준형씨의 전 소속사와 대표 A씨가 KBS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KBS 2TV ‘연예가중계’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로 반론보도문을 통상적인 속도보다 빠르지 않게 낭독하게 하고, 이를 낭독하는 동안 화면 아래 자막으로 반론보도문의 제목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1회 방송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승승장구’ 및 ‘연예가중계’는 용준형 발언 내용이 사실임을 전제로 방송했으며 시청자들도 사실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비록 위 프로그램의 진행 도중 일부 출연자들의 발언과 행동 등에 의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고려해 보더라도, 방송을 통해 일반사람들에게 사실을 전달하는 이상 ‘승승장구’와 ‘연예가중계’는 모두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사실적 주장에 관한 언론보도 등’에 해당하고, 위 프로그램에서 보도된 사실적 주장은 정정보도 또는 반론보도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또 “용준형이 현재 소속된 회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전속계약을 체결해 소속된 회사는 원고 회사가 유일하고, 원고 회사와 전속계약 무효소송을 한 내용은 이미 언론보도 등으로 일반인에게 알려져 있었던 사실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각 방송은 원고들에 관한 것으로서 원고들이 피해자로 특정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승승장구’ 프로그램이 이미 종영하고 ‘우리동네 예체능’이 방송되고 있는데 ‘승승장구’가 토크쇼의 형식으로 출연자들이 경험한 사실과 생각을 진솔하게 전달하는 프로그램인 반면, ‘우리동네 예체능’은 연예인이 출연해 스포츠를 배우고 시합을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의 예능프로그램이어서 두 방송 프로그램은 그 성격을 전혀 달리하고 있고, 시청자들이 서로 유사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따라서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반론보도문을 방송하게 하는 것은 ‘승승장구’에서 방송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연예가중계’에서만 반론보도문을 낭독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KBS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용준형씨의 전 소속사와 대표 K씨가 KBS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연예가중계’에서만 반론보도문을 낭독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피고가 방영한 ‘승승장구’ 및 ‘연예가중계’ 프로그램에 대해 정정보도를 구하는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를 배척한 다음, 반론보도를 구하는 원고들의 예비적 청구에 관해 반론보도문 등을 ‘연예가중계’에서 방송하도록 한 것에,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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