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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거동 불편 유언자 대신 공증인이 서명ㆍ날인 ‘유언장’ 유효

2016-07-12 15:39:52

[로이슈 신종철 기자] 중환자실에서 팔에 주사바늘을 꼽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 관계로 환자가 일어나 공정증서에 서명을 할 수 없어, 환자의 의사에 따라 공증인(변호사)이 사유를 적고 대신 환자의 이름을 쓰고, 도장을 날인한 경우 ‘유언장’의 효력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70대 A씨는 고혈압 및 당뇨 등을 앓다가 2011년 12월 중환자실에 입원한 이후로 병원생활을 계속하던 중 2012년 11월 사망했다.
중환자실에 있던 A(망인)씨는 2011년 12월 20일 공증인가 법무법인을 통해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했다. 상속인으로는 처와 40대의 두 아들과 딸이 있었다.

유언증서 내용은 “망인은 각 부동산을 장남에게 유증한다. 단, 장남은 상속등기 후 10년 이내에 차남ㆍ삼남에게 각 3000만원, 딸에게 1000만원을 지급한다. 처에게 매월 60만원씩 지급한다”는 유언 내용이었다.

당시 A씨는 증인 2명과 공증담당변호사(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말했고, 공증인(변호사)이 이를 필기 낭독했으며, A씨와 증인들이 정확함을 승인한 후 A씨는 자필서명이 어려워 공증인이 대신 서명하고, 증인들은 각자 서명 날인했다.

A씨가 사망하자 망인의 처와 다른 자녀가 “아버지 대신 공증인이 도장을 찍어 유언이 무효”라며 장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인 창원지방법원은 2014년 7월 망인(A)의 처와 자식들이 장남을 상대로 낸 유언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이 사건 유언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정증서의 유언자란에 망인이 직접 서명이나 기명날인을 하지 않고 공증인이 망인을 대신해 서명과 날인을 했는데, 당시 망인은 팔에 링거주사를 맞고 있었을 뿐 침대에 양손이 결박된 상태로 있지 않아 의식이 명료했다면 굳이 공증인에게 서명과 날인을 대신하도록 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증서 작성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취지가 망인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달리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취지의 구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공증인(변호사)이 망인을 대신해 서명과 날인을 했으므로 민법 제1068조에서 요구하는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이라는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항소심인 부산고등법원 창원제1민사부(재판장 이영진 부장판사)는 2015년 7월 “이 사건 유언 무효의 확인을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며 1심 판결을 뒤집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비록 공증인이 미리 유언내용을 기재해 온 다음 이를 낭독했더라도 유언자의 구수내용을 필기해 낭독한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의 유언취지의 구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 유언 내용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며 망인이 평소 생각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고, 간호기록지상으로 망인이 유언을 할 때 진의를 표시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공정증서 작성 당일 망인은 일반병실로 옮긴 점, 증인 간호사도 망인이 공증인이 읽어주는 유언의 취지 등에 대해 간단한 대답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는 점, 망인은 공정증서 작성일로부터 10개월 넘어서 사망한 점 등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이를 종합해 보면, 피고(장남)를 통해 유언내용을 전달받은 공증인이 망인에게 공정증서를 낭독하면서 그 내용에 따른 질문을 했더라도 그 질문이 부적절했다거나 내용상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망인은 공증인의 질문에 대해 ‘예’라는 내용의 구술 답변을 했고, 공증인의 진술에 유도돼 단순히 수긍하는 답변태도를 취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즉 망인은 오른 팔에 주사바늘을 꼽고 있었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 관계로 일어나 서명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에 공증인은 공정증서에 유언자가 서명을 할 수 없는 사유를 적고 날인했고 증인 2명도 날인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것’이라는 요건을 갖추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거동 불편 유언자 대신 공증인이 서명ㆍ날인 ‘유언장’ 유효이미지 확대보기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망인(A)의 유언의 효력을 인정해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공증인이 미리 공정증서의 내용을 기재해온 다음 이를 낭독했더라도 유언자의 구수내용을 필기해 낭독한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이 사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는 ‘유언자의 유언취지의 구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민법 제1068조 소정의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증인 2인이 참여한 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낭독해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해야 하는데, 유언자의 기명날인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기명날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반드시 유언자 자신이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망인은 유언 당시 오른 팔에 주사바늘을 꼽고 있었고 안정을 취해야 하는 관계로 일어나 공정증서에 서명을 할 수 없어, 망인의 의사에 따라 공증인이 사유를 적고 망인을 대신해 이름을 쓰고, 망인의 도장을 날인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 공정증서는 민법 제1068조에 규정한 ‘유언자의 기명날인’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이 사건 공정증서가 유효함을 전제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역시 유효하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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