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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대기실 보낸 아이 사망…보육교사 업무상과실치사

2016-07-11 10:27:06

[로이슈 신종철 기자] 재롱잔치 행사 때 3세 아이를 돌보다 다른 교사들에게 인계 없이 대기실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대법원이 벌금형을 확정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충남 공주시에 있는 한 어린이집은 2014년 1월 백제교육문화관을 빌려 어린이 재롱잔치를 하게 됐다.
백제교육문화관에는 행사가 이루어질 컨벤션홀과 영유아들 또는 교사가 행사 준비 등을 위한 대기실이 있었고, 대기실의 한쪽 벽면에는 미술품 전시를 위한 보드판(가로 약 120cm, 세로 약 218cm, 두께 약 15cm, 받침대 길이 약 46cm) 약 20개 정도가 세워져 있었다.

그 보드판은 바퀴 4개가 달려 있었는데, 받침대가 높이와 무게에 비해 좁은 편이어서 밀면 쉽게 넘어질 수 있는 구조였다.

이날 대기실에 있는 C(3세)군은 소변을 보기 위해 40대 보육교사(A)의 관리 하에 대기실 출입구 근처에 있는 화장실에 가게 됐다. 그런데 보육교사는 갑자기 소변을 보지 않겠다고 말하는 C군을 다른 교사 등 안전 관리자에게 인계하지 않은 채 대기실로 들여보냈다.

그런데 잠시 뒤 대기실에 있는 보드판이 넘어지면서 그곳에서 혼자 놀고 있는 C군의 이마 부위를 충격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C군은 대학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며칠 뒤 지주막하 및 경막하 출혈 등으로 인한 뇌간압박 등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결국 A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 형사1단독 도영오 판사는 2015년 4월 보육교사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도영오 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대기실에 입실시킴에 있어 주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대기실 내에서 방치되게 해 3세에 불과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중대한 결과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도 판사는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대기실에 입실시킬 당시 대기실 안에는 다른 보육교사가 5~6명 있었는데 대기실 내에 있던 보육교사들은 담임반에 상관없이 대기실에 들어오는 영유아들을 인수해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으므로, 위 보육교사들도 자신이 관리하던 영유아들뿐만 아니라 대기실에 들어오는 영유아가 있는지 적절히 확인했어야 하는데, 아무도 그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정도 사고 발생의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당시 대기실 내에 있던 보육교사들은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 피고인의 경우 피해자의 담임 보육교사도 아니고 당시 어떠한 영유아를 관리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보육교사들의 업무를 돕기 위해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당시 일부 교사들이 밖에서 도착한 원생들을 받아서 대기실 안으로 들여보내면 안에 있던 교사들이 원생들을 관리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은 피해자의 담임교사 등이 대기실 안에 있을 것이라고 믿고 피해자를 대기실로 입실시킨 것”이라며 “따라서 피고인에게 과실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A씨는 또 “설령 피고인에게 과실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피고인은 당시 혼자 화장실에 남게 된 아이(D)를 보호하기 위해 급하게 화장실로 돌아가게 된 것인데, 당시 여러 교사들이 있던 대기실 안으로 들여보낸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보다는 보육교사가 전혀 없는 화장실에 홀로 있는 아이를 보호할 의무의 가치가 높거나 적어도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인 대전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태영 부장판사)는 2015년 10월 보육교사 A씨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3세에 불과한 피해자를 대기실에 입실시키면서 대기실 안에 있던 교사들에게 피해자를 인계했다거나 피해자의 입실 사실을 명확히 인지시켰다고는 보이지 않는 점, 결국 대기실에 방치된 피해자가 대기실에서 혼자 놀다가 보드판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해 사망에 이른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피해자가 대기실 내에 방치돼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대기실에 입실시킴에 있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대기실 내에 방치된 채 사망에 이르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점, 피고인이 유족들과 합의하지 않은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면서 “그러나 피해자의 담임 보육교사가 아닌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 외에 다른 원생을 돌보다가 화장실에 방치된 다른 원생의 보호를 위해 심리적으로 쫓기게 된 나머지 이 사건에 이르게 된 것으로 경위에 있어 다소나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존재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1심 형량은 적정하고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대기실 보낸 아이 사망…보육교사 업무상과실치사이미지 확대보기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업무상과실치사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보육교사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원장은 항소심에서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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