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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1인 시위’ 주변 동료 서성이면 ‘1인 시위’ 아냐”

1심과 항소심은 “표현의 자유를 무리하게 제한해선 안 된다”며 무죄

2011-09-30 10:16:33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 명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할 때 다른 동료들이 주변에 서성이고 있었다면 비록 그들이 구호를 외치거나 전단을 배포하지 않았더라도 ‘1인 시위’에 해당하지 않는 미신고 옥외시위로 처벌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H(49)씨 등은 2007년 1월 삼성SDI가 브라운관 사업부문을 구조조정하면서 자신들이 속한 협력업체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한 데 반발해 삼성SDI 사내에서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침묵시위를 벌였고, 그러자 삼성SDI는 이들의 사내출입을 통제했다.

이에 이들은 ‘출근투쟁’을 한다는 명목으로 삼성SDI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고용보장 등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고 동료들은 옆이나 주변에서 서성였다. 하지만 검찰은 “한 명이 피켓을 들고 나머지 4명은 옆에 서는 방식으로 8일 동안 17차례에 걸쳐 미신고 옥외시위를 공동 주최했다”는 이유로 기소했다.

1심인 울산지법 형사5단독 송승용 판사는 2008년 6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H씨 등 5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송승용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 중 1인이 피켓을 들고 있을 때 다른 피고인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피고인의 주변으로 모여든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대외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별도로 구호를 외친다거나 전단을 배포하는 등 일체의 의사표시를 했음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1인 시위’로서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국가에서 집회와 시위는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만 아니라 국가에 대해 특정한 의사표시를 공개적으로 함으로써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헌법상 보장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엄격한 요건 하에 그 본질적인 부분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이 가능할 뿐이고, 집시법의 확장해석을 통해 무리하게 이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송 판사는 “그렇다면, 이 사건 피고인들의 각 행위는 집시법상의 시위에 해당하지 않고, 설령 시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각 시위를 공동해 주최한 것으로 볼 수는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사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옥외시위를 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해야 함에도 무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며 항소했으나, 울산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상국 부장판사)는 2009년 3월 “무죄 판결을 내린 1심은 정당하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검사가 상고(2009도2821)했고, 대법원 제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29일 삼성SDI에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미신고 옥외시위를 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H(49)씨 등 협력업체 전직 근로자 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울산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행위는 다수인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한 곳에 모여 사전 계획한 역할 분담에 따라 한 사람은 피켓을 들고 복수의 다른 사람들은 그 주변에 서는 방법으로 다수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피켓에 기재된 주장 내용을 회사 및 협력업체 임직원을 포함한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달함으로써 그들이 의견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집시법의 신고대상인 옥외시위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달리 피켓을 직접 든 1인 외에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별도로 구호를 외치거나 전단을 배포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형식적 이유만으로 집시법의 신고대상이 되지 않는 ‘1인 시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 판결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행위가 집시법에 규정된 시위 및 주최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공소사실을 전부 무죄로 판단한 것은 집시법에 규정된 시위 및 주최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거나 그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을 그르친 것”이라며 “이에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 보낸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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